삼중수소, 방류 기준 35분의 1 수준…일 ‘과도한 물타기’ 지속 힘들어
일 방류기준 1500㏃인데 43~63㏃ 수준
일 계획·취수 설비 고려할 때 지속 어려워
“우려 시선 고려 높은 비율로 희석 의심”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이틀째 진행된 가운데, 다핵종제거시설(ALPS·알프스) 처리로도 걸러지지 않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의 농도가 25일 오후 4시 리터당 206㏃(베크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가 제시한 방류 기준치를 너끈히 충족하는 수치다. 문제는, 일본 정부의 방류 계획과 오염수를 희석할 해수 취수설비의 공급 능력을 고려할 때, 이런 수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도쿄전력이 오염수 안전성 홍보를 위해 과도한 ‘물타기’로 수치를 낮춘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날 도쿄전력은 방류 첫날 원전 반경 3㎞ 이내 10곳에서 채취한 바닷물 표본을 분석한 결과, 삼중수소 농도가 모두 리터당 10㏃을 밑도는 정상 범위였다고 발표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오염수 방류 첫날인 24일 일본 쪽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아 누리집 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정보’ 페이지에 일본이 처음 방류한 오염수 속 삼중수소 농도가 리터당 43~63㏃ 정도였다고 밝혔다. 오염수에 바닷물을 희석하는 비율을 1 대 1200까지 높여, 삼중수소 농도를 방류 기준치의 24~35분의 1 수준까지 크게 낮춘 것이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식수 기준(1만㏃)은 물론 일본이 밝힌 방류 기준(1500㏃)에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25일 오염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이런 정보 등을 들어 “방류가 당초 계획대로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도쿄전력이 밝힌 방류계획과 취수설비를 고려할 때 ‘1 대 1200’이란 해수 희석 비율이 계속 적용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도쿄전력은 전날 ‘하루에 약 460t의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는 작업을 17일간 진행해 1차적으로 7800t을 바다로 내보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식으로, 올해 말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오염수 3만1200t(현재 저장 중인 오염수의 2.3%)을 방류하겠다는 것이다. 하루 방류 목표량인 460t을 1 대 1200의 비율로 희석하기 위해선 하루 55만2천t의 바닷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본 원자력 규제 당국이 승인한 방류 실시계획대로라면, 이런 규모의 해수를 30년 이상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게 어려워 보인다. 도쿄전력이 작성한 방류 실시계획을 보면, 희석용 해수 공급을 위해 상시 가동하는 해수이송펌프(2대)의 해수 공급 능력은 각각 시간당 7086t 수준이라, 2대를 하루 종일 쉼 없이 돌려도 공급할 수 있는 바닷물이 34만128t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희석 전 오염수 탱크(K4)에 보관돼 있는 오염수 속 삼중수소 농도(최저 리터당 14만㏃)는 탱크마다 제각각이다. 일본 정부가 ‘삼중수소가 낮은 오염수부터 순차적으로 방류한다’는 계획인 만큼, 오염수 농도 상승에 따라 앞으로 희석에 필요한 해수의 양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도쿄전력이 방류 이틀째인 이날 오후 4시 누리집에 공개한 오염수 해양 방출 상황 실시간 정보를 보면, 현재 희석된 오염수 속 삼중수소 농도는 리터당 206㏃로 전날보다 높아졌다. 희석 전 오염수 속 최저 삼중수소 농도를 대입했을 때, 해수 희석 비율을 1 대 678로 다소 낮췄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물론 오염수를 희석한다고 해도, 바다로 들어갈 방사성 핵종의 총량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가 초기에 삼중수소 비율을 낮춰,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대한 축소해 보여주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일본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을 허용하지 않으면, (오염수 방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떨어질 때쯤 (방류 기준을 제대로 맞추지 않고) 마구 처리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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