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은의 미술과 시선] 활어회
세상의 모든 것을 그림으로 다 그릴 수 있을까? 이세준 작가는 이를 자기 회화의 질문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서로 상반되는 것들이 등장하는데 구체적인 것과 추상적인 것, 일상적인 것과 환상적인 것, 산 것과 죽은 것이 그렇다. 횟집 수조 안의 활어는 살아 있지만 죽은 것과 다름없는 존재를 보여준다. 인공 수조 속 자연 생물이라는 역설을 내고, 이세준의 작업에 자주 포착되는 도상이 된다.
이제는 그 도상의 의미가 우리 국민에게 남다르게 적용될 것 같다. 방사능에 오염된 물고기이냐, 아니냐가 첨예의 관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산물을 보며 안전과 불안, 건강과 위해의 양가성을 떠올린다. 역사에서 해방과 전쟁, 에너지원과 살상무기 사이에 있던 원자력이 밥상머리 위 논의 화두가 된 현실을 맞게 됐다. 더는 피할 수 없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가 방류된다. 그것이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과학적 검증과 사회 합일보다는 정치 갈등의 난항이 우선했던 것도 같다. 그러는 사이 결정은 내려졌다. 생태계의 보호자이며 파괴자였던 인류의 역사를 자성하며, 공동의 책임이자 숙명으로 떠안을 뿐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그림으로 그리려는 화가가 자신의 욕망과 한계를 알면서도 회화를 놓지 않는 것처럼, 극단의 운명을 의식하며 현안을 꿋꿋이 지켜봐야 한다.
이세준의 회화에는 형광빛 안료가 출몰해 보인다. 치명적인 감각의 색이다. 그것이 너울처럼 캔버스 위에 번져간다. 삶과 죽음의 문제를 초연하게 넘어 바탕 속에 희석된다. 언젠가의 쓰나미로 닥칠지는 모른다.
오정은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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