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재택’이 몰락시킨 ‘위워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2016년 말 신생 스타트업 ‘위워크’의 창업자 애덤 뉴먼을 뉴욕 오피스에서 단 12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를 만나기로 돼 있었는데 교통 체증에 걸려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뉴먼을 자기 차에 태운 손정의는 물었다. “스마트한 사람과 미친 사람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뉴먼이 “미친 사람”이라고 답하자, 손 회장은 거액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손정의는 위워크에 모두 169억달러(약 22조원)를 쏟아부었다.
▶이스라엘 출신 뉴먼은 어렸을 때 집단 농업 공동체인 ‘키부츠’에서 자랐다. 그때 경험을 살려 공유 오피스를 다양한 사람이 네트워크를 나누는 장소로 정의했다. ‘TGIM(Thank God, It’s Monday)’을 외치며 즐겁게 사무실에 출근한다는 마케팅이 먹혔다. 회원 17명으로 시작해서 51만 회원으로 성장했다.
▶그 위워크가 이제 문 닫을 처지가 됐다. 주가는 12센트까지 폭락했고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그 스토리를 다룬 8부작 미국 드라마의 제목은 ‘우리는 폭망했다(We Crashed)’이다. 위워크의 몰락엔 고금리와 함께 코로나 이후 자리 잡은 재택근무가 큰 요인이 됐다. 근로자가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으면서 미국 상업용 부동산은 공실로 허덕이고 있다.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 ‘허드슨야드’는 완공 4년이 지나도록 절반이 비어 있다. 뉴욕시 사무실 전체 공실률은 22.7%까지 치솟았다. 세계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수요가 2030년 최대 38%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재택근무를 놓고 고용주와 근로자 간 힘겨루기가 곳곳에서 벌어진다. 고용주는 원격 근무가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우려한다. 반면 출퇴근의 낭비와 피로를 피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으려는 근로자는 재택근무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 지난 5월 아마존에선 사무실 복귀 정책에 반발해 직원 300명이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 근로자 10명 중 6명이 재택근무 실시 여부로 취업·이직할 회사를 결정하겠다고 응답했다는 조사도 있다.
▶세계 10국 3만여 명 대상 한 조사에선 선호하는 재택근무 일수로 주 5일 중 ‘하루’를 선택한 비율이 가장 많았다. 이 조사에서 CEO의 87%가 직원들의 근무 장소, 시간, 방식에 유연성을 갖겠다고 응답했다. 결국 재택과 사무실 근무를 절충한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이 앞으로 대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하이브리드 근무 시대의 사무실을 겨냥한 또 다른 위워크 같은 기업이 등장해 기회를 노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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