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시야 뿌옇게 되는 ‘중심장액망막병’ 발병 기전 찾았다
특정 마이크로RNA ‘miR-184’
일반 대조군보다 100배 이상 증가
환자 치료반응 예측에 활용 전망
망막 안에 물이 차서 갑자기 시야가 뿌옇게 되거나 물체가 휘어 보이는 중심장액망막병의 발병 기전을 최초로 규명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젊은 환자들의 삶의 질을 저하하는 이 질환의 치료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생체지표(바이오마커)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안과 이준엽 교수 연구팀은 25일 중심장액망막병 환자의 안구에서 일반인 대조군보다 특정 마이크로RNA(miR-184)가 유의하게 증가했음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특히 주사치료 효과가 작은 환자에서 miR-184 발현량이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중심장액망막병은 안구의 뒷부분을 덮고 있는 얇고 투명한 신경조직인 망막에 액체가 축적되면서 망막이 부분적으로 벗겨지는 질환이다.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스테로이드 복용 등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매년 1만명당 1~2명 수준으로 발병하는데, 시력이 좋은 30~50대의 눈에 급성으로 발병하는 사례가 많다. 이 병이 생기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뿐더러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황반변성으로 진행하거나 시력 상실로까지 이어질 위험도 있다. 자연 치유되는 사례도 있으나 만성적으로 진행되거나 재발하면 비정상적인 혈관 성장을 억제하는 약물로 주사치료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진은 중심장액망막병 환자 42명과 일반 대조군 20명의 방수(안구 속 각막과 수정체 사이 공간에 있는 액체)를 채취해 비교 분석했다. 중심장액망막병 환자의 방수를 구성하는 세부 성분들을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방법으로 확인한 결과, 유전자 발현을 제어하는 조절물질 중 하나인 miR-184가 일반 대조군보다 100배 이상 증가한 것이 확인됐다. 특히 이 질환의 주사치료 요법에 대한 반응이 적은 환자에서 miR-184 발현량이 더욱 증가했다. 연구진은 miR-184가 혈관내피세포의 증식과 이동에 관여하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 결과 새로운 혈관 생성을 억제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새로운 혈관이 증식하면 황반변성으로 진행될 위험이 커지는데, 이를 막기 위한 방어체계가 작동해 miR-184가 증가했다.
이번 연구로 규명된 발병 기전과 관련 지표는 환자에 따라 다른 치료반응을 예측하고 다른 질환의 치료를 위한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준엽 교수는 “황반변성이나 당뇨망막병증 등 다양한 망막질환 치료에 비싼 주사치료제들이 사용되고 있다”며 “약제의 치료 반응성을 예측할 수 있다면 조기에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해 빠르게 증상을 호전시켜 환자의 부담을 줄이는 게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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