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끔따끔 대상포진, ‘8월 더위’에 더 극성

김태훈 기자 2023. 8. 2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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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절에 잠복한 수두 바이러스
면역력 떨어지면 재활성화 발병
진료 환자 수, 1년 중 8월에 정점
“큰 실내·외 온도차에 영향 받아”
50세 이상, 예방백신 접종 권장

자영업자 A씨(69)는 목과 등에 심한 통증을 동반하며 생긴 발진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대상포진이란 진단을 받았다. 그는 가게의 영업 사정이 좋지 않아 여름 내내 더운 날씨에도 거래처를 자주 오가며 애를 썼다. 의사는 A씨에게 사업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에 더해 더운 여름 날씨가 발병의 주된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치료 후 피부에 난 발진과 물집은 거의 가라앉았지만 이후에도 날카롭게 찌르는 듯한 통증이 간간이 남아 있어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환자의 신경절에 잠복하고 있던 바이러스가 한참 뒤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다시 활성화돼 발생하는 질병이다. 특히 7~9월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1년 통계를 보면 대상포진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1년 중 8월에 정점을 찍는 추이를 보였다. 여름에 대상포진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권순효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에어컨 때문에 실내·외 온도 차가 커지면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워 환자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몸통 부위에 띠 모양으로 발생한 대상포진. 국가건강정보포털 제공

면역력이 떨어지는 50대 이상 성인이 많이 걸려 병원을 찾는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 2017~2021년 국민건강보험 진료 현황을 보면 대상포진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7년 70만5661명에서 2021년 72만2257명으로 2.4% 증가했다. 2021년 기준 환자의 연령대별 구성비를 보면 60대가 23.8%로 가장 높았고, 이어 50대 22.4%, 40대 15.9%, 70대 12.6% 순이었다. 강연승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어렸을 때 수두를 앓았던 사람의 몸에 남아 있던 바이러스가 몸이 약해지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진 환자나, 심하게 피곤한 사람에게 대상포진을 일으킨다”며 “특히 나이가 많고 면역기능이 떨어진 환자일수록 대상포진 후 신경통 또한 잘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대상포진은 부위에 따라 안구 대상포진이나 안면마비, 소변을 보지 못하는 신경원성 방광 같은 합병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또한 고령의 환자 중 장기 이식에 대한 거부반응을 방지하거나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면역억제 상태가 된 환자는 합병증 위험이 더 크다.

대상포진이 발병하면 피부 발진이 나타나기 며칠 전부터 해당 부위에 통증이 발생한다. 미열, 근육통 등 전신 증상이 동반되는 예도 있다. 피부 발진이 발생하기 전에는 이러한 증상만으로 대상포진을 의심하기 어렵다. 하지만 찌릿찌릿한 통증이 몸의 한쪽에서 발생하는 경우 대상포진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후 붉은 반점이 신경을 따라 나타난 후 여러 개의 물집이 무리를 지어 생긴다. 이런 물집은 보통 10~14일 동안 고름이 차면서 탁해지다 딱지로 변하고 이 기간이 지나면 증상은 다소 좋아진다. 다만 물집이 터지면 궤양이 생길 수 있다.

치료에는 항바이러스제를 조기에 투여해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방법을 쓴다. 초기에 1주일간 주사 또는 먹는 약으로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해야 바이러스에 의한 신경 손상 정도를 감소시켜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신경통을 일부 예방할 수 있다. 급성기에 느끼는 심한 통증을 가라앉힐 수 있게 진통제와 함께 항경련제, 항우울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 치료를 받아도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발생하면 통증이 이어진다. 잠을 잘 수 없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한 통증이 길게는 수년까지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 통증 전달 체계 이상으로 이런 만성통증이 생기면 감각은 둔해지지만 통각은 더 예민해져 가벼운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

이미 발생한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완치되기 어려우므로 초기에 신경통의 발생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상포진은 잠복 상태의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나이가 들면서 활성화되는 것이어서 현재로선 예방접종 이외의 예방법은 없다. 권순효 교수는 “최근 국내에 들어온 대상포진 예방백신은 90% 이상의 예방효과가 있으므로 50세 이상이라면 예방을 위해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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