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사망 의대생` 이은 `서이초 갑질`…서초서, 부실수사에 신뢰 잃어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가 악성민원에 시달렸던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가해자 학부모 중 현직 경찰관과 검찰수사관 부부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서울 서초경찰서는 4명의 학부모를 조사한 결과 "폭언이나 갑질이 없었다"며 해당 사건에 대해 서둘러 결론을 내며 사건을 종결했다. 이에 대해 조사 대상이 현직 경찰 간부와 검찰수사관 부부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한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을 지적하는 시민들의 비판이 크게 일고 있다.
◇서이초 사건에 경찰 간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25일 "여러차례 고인에게 연락하고, 민원을 제기했던 현직 경찰관과 검찰 수사관인 학부모는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았지만,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면서 "유족은 경찰의 조사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 교사 A씨는 교실에서 학생들 간 다툼이 벌어진 뒤 가해자와 피해자 학부모로부터 수십통의 전화를 개인 전화로 받았다. 동료교사가 이 때 겪은 학부모 갑질 민원이 고인의 사망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제보함에 따라 서초서의 사건 수사로 확대되었다. 서초서는 "학부모들을 조사했지만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업무와는 무관한 개인사가 원인"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유족 측 변호인이 "수사 중인 데도 경찰이 서둘러 '혐의없음'이라고 발표한 게 너무나 의아하다"며 "사건이 묻히지 않도록 추가 증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시 소환되는 '한강공원 의대생 사망사건'
이번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수사 중에 벌어진 서초경찰서의 "혐의없음" 발표는 묘하게 지난 2021년 '한강 의대생 고 손정민씨' 사망 사건과 닮아 있다.
당시 손정민 군은 집 앞 공원으로 친구 B씨의 연락을 받고 나가 만남을 가진 뒤, 실종됐다가 5일만에 한강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 역시 '서이초 교사' 사건처럼 다수의 의혹과 정황들이 발견됐음에도 서초서는 서둘러 '혐의 없음'으로 내사종결했다.
한강 사건의 경우 당시 사건 현장을 비추고 있던 CCTV를 보면 새벽 3시 31분에 둔덕으로 빠르게 떨어지는 고 손정민군의 형상과 좀 더 느린 속도로 따라 내려가는 B씨로 추정되는 사람의 형상, 뒤따라 내려간 사람만 다시 올라와 강비탈을 세 차례 오가며 내려다보는 모습 등이 담겼다.
유족이 동석한 자리에서 당시 서초서 수사관은 "(이 CCTV 장면이) 이상하지만 그 입을 어떻게 열어요" 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지만, 관련 수사는 더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사건 수사 중인 CCTV가 삭제되는 이해되지 않는 일도 벌어졌다. 사건 현장을 비추고 있던 CCTV에 대해 유족 측이 정보공개를 요구하자, 서초서가 이를 거부해 행정소송으로 이어졌다.
몇 차례 재판이 이어지는 동안 구차한 변명으로 일관하며 열람거부를 합리화하던 서초서는 마지막 재판에서 CCTV를 사건 초기에 삭제했음을 털어놓았다.
유족 측은 "수사 중인 사건 현장의 CCTV를 경찰에서 삭제한 것은 공권력의 범죄행위와 같다"면서 "서이초 사건의 황급한 종결과 함께 왜 경찰에게 수사종결권이 주어지면 안되는지를 보여준다"고 분개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서초서는 가장 유력한 가해자를 수사하는 원칙을 깬 것이다. 중요한 증거가 될 수도 있는 당시 A씨가 입었던 티셔츠와 신었던 운동화를 가해자측이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릴 시간을 벌어줬고, 거짓말탐지기조사 및 현장 검증조차 하지 않았다. 유족 측은 그런 가운데 현장의 혈흔을 감식하는 혈흔검사까지 직접 해야 했다.
친구 B씨는 당시 사건 다음날까지 시간대별로 정황을 기억해서 진술했다. 하지만 손 군이 발견되기 전 참고인 조사단계에서 변호사를 선임한 뒤에는 '7시간 통 블랙아웃'으로 진술을 번복했다.
유족 측은 "서초서가 압수수색 대신 사건 후 최대 25일이 지난 시점까지 주요 증거물을 임의제출 받는 등 친구 B씨에 대해 편파수사를 했다는 사실이 이번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서초서의 반복적 부실·편파 수사는 2차 가해"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조성민 교수는 서초서에 대해 "범죄자를 잡으라 했더니 선량한 사람을 잡아 인권 침해하고 불의를 저지른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고 손정민 군의 유족 측은 경찰에 의해 인권을 침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유족은 당시 경찰로부터 "유족이 원할 시 CCTV 열람을 요청할 수 있다"는 권리 명시를 확인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해결되지 않은 아들의 치사사건의 CCTV를 열람할 권리조차 박탈당했다는 게 유족 측의 주장이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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