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10명 중 7명 “사설 법률 플랫폼 허용해야”…변협, 로톡 징계위 앞두고 회원 설문조사

유경민 2023. 8. 2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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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변협) 회원 변호사 10명 중 7명은 사설 법률서비스 플랫폼을 허용해야 한다고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은 이날 오후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로톡 등 ‘사설 법률 플랫폼’에 대한 회원 변호사의 의견을 듣는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전국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전국의 변협 회원을 대상으로 지난 7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됐으며 총 3441명이 참여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귀하는 사설 법률서비스 허용 여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한 3435명의 변호사 중 70.3%(2413명)는 사설 플랫폼을 허용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7.3%(937명)에 그쳤다.

사설 플랫폼을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제한 여부와 정도에 따라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29.8% 1022명), ‘변협의 사전 규제를 받게 하되 협회가 심사해 승인한 경우 어느 정도 자유로운 영업을 허용해야 한다(23.1%, 792명)’,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영업하되 변협이 사후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14.1%, 485명), ‘규제 없이 전면 허용해야 한다’(3.3%, 114명)로 나뉘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 7월부터 18일까지 시행한 ‘플랫폼 관련 협회 정책에 대한 전국 회원 설문조사’ 결과. 대한변호사협회 제공
◆설문 결과 두고 엇갈린 해석…“변호사 83% 로톡 징계 정당” vs “변호사 55% 로톡 징계 향후 중단해야”

이 설문조사는 내달 6일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변협의 징계가 정당했는지 판단하는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를 앞두고 이뤄졌다.

설문조사에는 ‘변협이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에 근거해 사설 법률 플랫폼을 이용하는 일부 회원들을 징계한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이 포함됐다. 이 질문에 답변한 3429명 중 40.2%(1378명)는 ‘징계는 정당하다’고 응답했다. ‘징계는 정당하지만, 변호사 업무에 부수적인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정도라면 향후 중단할 필요가 있다’(24.5%, 839명), ‘징계는 정당하지만 사설 법률 플랫폼 무료 이용 회원에 대한 징계는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이므로 향후 중단할 필요가 있다’(18.7%, 642명), ‘징계는 부당하고 앞으로도 징계하지 말아야 한다’(11.9%, 407명), 기타(4.7%, 163명)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설문 결과를 두고 징계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해석이 엇갈렸다. 징계에 찬성하는 측은 ‘징계는 정당하다’는 응답에 주목했고 징계에 반대하는 측은 ‘향후 징계를 중단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을 의미있게 해석했다.

전민성 변협 제2정책 이사는 “기존 징계에 대해 83.4%는 징계가 정당하다고 응답하였고, 11.9%만이 기존 징계가 부당하다고 했다”며 “대다수 회원들이 여전히 협회 정책을 지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해석했다. ‘징계는 정당하다’라는 응답과 ‘징계는 정당하지만’으로 시작하는 응답을 합쳐 결과를 해석한 것이다.

반면 로톡 측 징계를 향후 중단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이 55.1%(1888명)에 달하는 점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5개의 선택지 중 3개가 ‘징계는 정당하다’는 말로 시작하는 것은 편향적이라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변협은 2021년 5월 법률서비스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하도록 내부 광고 규정을 개정한 후 작년 10월~올해 2월 로톡에 가입한 회원 123명을 징계했다. 징계 대상자들은 변협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법무부 징계위에 이의를 신청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20일 1차 심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해 내달 6일 오전 10시 두 번째 심의를 연다. 징계위는 이의를 받아들여 변협의 징계 결정을 취소하거나 이의 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
안기순 로앤컴퍼니 이사가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지하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법률 플랫폼 관련 협회 정책에 대한 대토론회’에서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로앤컴퍼니 측 제공
◆“플랫폼 종속 우려” vs “로톡만 금지는 부당”

이날 토론에서는 사설 플랫폼 운영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팽팽히 맞섰다. 변협은 설문조사 결과와 토론회를 바탕으로 사설 법률 플랫폼에 대한 협회의 정책 변경의 필요성과 변경 방향을 고려할 방침이다.

정재기 변협 부협회장은 “단순히 민간 플랫폼업자와 협회 간 갈등이 아니라 변호사와 법조의 미래에 관한 토론이기 때문에 참여했다”며 “10~20년 후 후배 변호인이 마주할 법조 시장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법조인들은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토론하고 마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 법률 플랫폼은 청년 변호사가 수임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고 한다”며 “플랫폼이 법조 시장을 장악하지 못한 현재에는 맞는 말이지만, 로톡이 법조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면 신규 변호사들은 로톡 가입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로톡 측 안기순 로앤컴퍼니 이사는 “현재의 로톡이 아닌 미래의 변호사를 장악한 플랫폼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것 같다”며 “이미 네이버도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변협이 로톡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만 징계로 위협하는 건 시장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로톡이 불법 플랫폼임을 전제로 한 징계는 거둬져야 한다”며 “변협은 변협이 만든 ‘나의 변호사’만 이용하라고 하는데, 스타트업일뿐일 로톡을 독점기업으로 규정하고 민간 플랫폼을 금지하는 정책이 과연 온당한가”고 지적했다.

토론에 참여한 정필승 변호사(법무법인 우성)는 “저는 로톡을 이용하다가 변협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통제에 기꺼이 따랐지만 그게 변협이 저희를 통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플랫폼이 독과점의 문제를 가지고 있고 변호사의 공공성을 침해할 수 있다면 변협도 ‘나의 변호사’를 운영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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