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악마다” 콤플렉스가 만든 정의?…욕먹을 각오로 조명한 韓日 [Books]

위험한 일본책, 박훈 지음, 어크로스 펴냄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가까우면서도 멀다는 수식어가 가장 먼저 생각나는 국가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한국만큼 일본에 관심을 많이 갖는 나라가 있을까. 분야에 상관없이 일본에 경쟁심을 드러내고 비교하는 나라는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다. 하지만 관심에 비해 일본에 대한 지식과 정보에 기초한 체계적인 이해는 부족하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우리는 일본을 경시하거나 무서운 나라로 본다.

‘위험한 일본책’의 저자 박훈 서울대학교 교수는 이 책을 “반일이면 무죄”라는 사람들에게 욕먹을 각오로 썼다. 일본에 대한 혐오와 적대감을 걷어내고 한일 관계를 새롭게 바라봐야한다고 제시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의 마음 속에는 모르는 대상에 대한 공포와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대상에 대한 비하가 콤플렉스처럼 엉킨 채 자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 이야기가 나왔을 때 반일과 친일 등 편 가르기와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저자는 복잡하게 꼬여있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 관계를 슬기롭게 풀어가기 위해서는 혐한과 반일이라는 왜곡된 시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책에 한국과 일본의 근대, 민족주의와 제국주의, 나아가 천황제 문제까지 실제 역사의 내용과 의미를 냉철하게 담았다.

일본의 정책·사상·문화 등에 반감을 갖거나 적대적인 성향을 의미하는 반일은 한국 민족주의가 일치단결하는 지점이다. 저자는 민족의 형성기에 일제 식민지로 전락한 만큼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저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반일 민족주의가 기세를 떨치는 것에 대해 의문점을 갖고 있다. 수많은 반일 담론이 과학과 학문적인 근거에 기초하지 않아서다.

위험한 일본책

저자는 ‘비판을 위한 비판’을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피해의식에 기초한 비난은 더 많은 사람을 장기간에 걸쳐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대신 저자는 민족주의가 아닌 자유와 민주, 법치와 인권, 평화와 복지의 세상을 여는 한 차원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부 ‘가까운 나라, 판이한 문화- 한일 역사의 갈림길’에는 저자가 강화도조약부터 메이지유신까지, 김옥균부터 사카모토 료마까지, 한일 근대사의 주요 장면과 인물들을 되짚으며 두 나라의 성패를 정면에서 응시하고 날카롭게 성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2부 ‘무시와 두려움 사이- 한국과 일본 상호 인식의 덫’에서는 독재라는 커다란 과오 때문에 완전히 잊힌 민족주의자 이승만의 저서 ‘일본의 가면을 벗긴다’를 소개하면서 오늘날 한국인이 말하는 ‘반일’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질문한다.

마지막으로 3부 ‘콤플렉스를 넘어서 미래로- 일본을 다루는 법’에는 우리의 민족주의가 향해야 할 길과 민족주의를 넘어 어떤 목표를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무력한 공포탄과 같은 무조건적인 일본의 악마화가 아닌 뼈 때리는 비판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