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영 후손’ 이종찬 광복회장 “육사 흉상 철거는 독립운동 흔적 지우기”
육사, 이회영 선생 등 독립유공자 흉상 철거 추진
친일 기록 삭제된 백선엽 장군 흉상 들어설 가능성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광복회장은 육군사관학교(육사)가 교내에 설치된 이회영 선생 등 독립유공자 5명의 흉상을 철거·이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독립운동 흔적 지우기”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회장은 25일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자주국방의 요람 육사 교정을 늠름히 지키고 있는 5인의 독립유공자 흉상을 국방부가 합당한 이유 없이 철거를 시도한 것은 일제가 민족정기를 들어내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라며 “우리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은 분노를 금할 수 없어 이를 항의하고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광복회는 이번 사태를 일으킨 주무 장관이 철거 계획 백지화를 국민들에게 밝히고, 혼란을 야기한 책임자를 찾아내 엄중 문책하기를 촉구한다”며 “이번 독립유공자 흉상 철거를 시도한 주체와 배후 인물들, 철거 시도 이유와 배경에 대해서도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을 요청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여야 정치권을 떠나 이번 철거 시도 행보는 국군의 역사를 왜곡하려는 의도가 아닌가(하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우리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에게 독립운동가에 대한 모멸감을 심는 행위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이어 “광복회는 이번 독립유공자 흉상 철거 시도가 최근 일련의 독립운동 역사를 폄훼하는 반헌법적 행태와 무관하지 않는 일로 보고 있으며 개탄스럽고 매우 우려되는 ‘독립운동 흔적 지우기’로 인식한다”며 “정부 측의 분명한 해명,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을 예의주시하고 향후 행보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육사를 졸업한 이 회장은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이자 윤석열 대통령 절친의 아버지다. 이 회장의 아들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의 초등학교 동창이면서 서울대 법대 동기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직을 내려놓고 야인 시절을 하던 2021년 6월9일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해 6월29일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정치참여 선언을 하고 정계에 발을 들였다.
육사 관계자는 이날 학교 교정에 세워진 김좌진·홍범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이회영 선생의 흉상을 학교 외부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육사는 흉상을 이전할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독립운동에 대한 것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런 장소가 독립기념관”이라고 말했다.
육사는 흉상을 철거한 자리에 한·미 동맹 공원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여기에는 백선엽 장군의 흉상이 들어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앞서 국가보훈부는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2009년)’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친일반민족규명위는 백 장군이 1941년부터 1945년까지 만주국군 장교로 침략 전쟁에 협력했다는 점을 들어 백 장군을 친일반민족행위자 1006명에 포함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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