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살인 예고범' 첫 재판…검찰·법원 '온도차' 왜?(종합)

정윤미 기자 2023. 8. 2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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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역에서 한국여성 20명을 죽일 것'이라고 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여성 살인을 예고해 구속기소 된 20대 남성 이모씨의 첫 재판에서 검찰과 법원이 '범죄성립' 여부를 놓고 다소 입장차를 보였다.

검찰은 이씨가 지난 3월부터 범행에 이르기까지 디씨인사이드 여성 이용자들에게 공포심·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을 반복 게재(정보통신망법 위반)하고 신림역 살인예고 글을 통해 인근 거주 여성을 살해할 목적을 예비(살인예비)했으며 인근 상인 및 주민들을 위협·협박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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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모씨에 협박·살인예비·정통망법위반 등 혐의 적용
법원 "정통망법위반 의문…협박죄? 법적 문제, 없어 보여"
ⓒ News1 DB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신림역에서 한국여성 20명을 죽일 것'이라고 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여성 살인을 예고해 구속기소 된 20대 남성 이모씨의 첫 재판에서 검찰과 법원이 '범죄성립' 여부를 놓고 다소 입장차를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양진호 판사는 25일 오전 살인예비·협박·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26)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씨는 법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자백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2시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남자연예인 갤러리에에 '수요일, 신림역에서 한국 여성 20명을 죽일 것'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30㎝ 이상의 흉기를 구매한 명세를 첨부했다. 다만 구매는 취소해 흉기는 소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림역 흉기난동 살해'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 뒤였다.

검찰은 이씨가 지난 3월부터 범행에 이르기까지 디씨인사이드 여성 이용자들에게 공포심·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을 반복 게재(정보통신망법 위반)하고 신림역 살인예고 글을 통해 인근 거주 여성을 살해할 목적을 예비(살인예비)했으며 인근 상인 및 주민들을 위협·협박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재판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관련해 "적대감 수준일 수는 있겠으나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내용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일반적으로 댓글·문자·카카오톡 등을 통해 특정한 한명에게 불안감을 유발하는 경우 해당하는데 글을 올린 것도 여기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이씨(피고인) 게시글을 직접 본 여성 이용자들이 피고인이 동일 IP주소로 계속 글을 올려 공포심이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진술해 정리한 것"이라며 "스포츠 경기 중계 사이트에 협박성 글을 반복해 올린 사람에게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유죄가 선고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협박죄 성립 여부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협박성 표현이 상대방에게 도달해야 한다"며 "신림역 인근 상인들이 협박받았다고 했는데, 이들은 게시글보다 기사로 알게 됐을 것 같다"며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어 보인다.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씨 측 변호인은 모든 증거에 동의하고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내달 20일 오전 10시50분 결심 공판을 열기로 했다.

한편 법무부와 경찰은 '살인예고'에 대해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온라인에 살인예고 관련 글을 올릴 경우 대규모 경찰력이 투입되는 등 공권력 낭비에 대한 민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의도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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