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피플스헬스, “의료관광 첫 걸음은 외국인 환자와의 소통입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 2023년 6월 발표한 ‘2022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 통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 수는 총 24만 8110명(실환자)이다. 방문한 외국인 환자 국가별 비중은 미국(17.8%), 중국(17.7%), 일본(8.8%), 태국(8.2%), 베트남(5.9%) 순으로 나타났다. 전년대비 방문율이 크게 증가한 국가는 싱가포르(624.0%), 일본(558.3%), 태국(180.1%), 카자흐스탄(109.2%), 캐나다(102.2%) 순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닫혔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움츠러들었던 의료관광이 조금씩 기지개를 펴고 있다. 코로나19 직전이었던 2019년 49만 7000명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감소했던 2020년 11.7만 명, 2021년 14.5만 명에 비해 각각 111.9%, 70.1% 증가했다. 실제로 2010년 이후 2019년까지 외국인 환자 연간 성장률은 23.5%에 달한다.
정부도 나섰다. 지난 2023년 5월, 보건복지부는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오는 2027년까지 외국인 환자를 7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외국인 환자 유치 활성화 전략’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출입국 절차 개선’, ‘지역·진료과 편중 완화’, ‘유치산업 경쟁력 강화’, ‘한국 의료 글로벌 인지도 제고’ 등 4대 부문별 전략도 추진한다.
의료관광은 미래먹거리 중 하나이자 고부가가치 주요 산업으로 꼽힌다. 환자가 치료를 위해 체류하는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적 효과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9년 당시 지출 금액은 3조 331억 원을 기록했으며, 생산 유발액은 5조 5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IT동아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환자를 위해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김은선 피플스헬스 대표(이하 김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소화기내과 교수인 김은선 대표는 의료 현장에서 전문의로 20년 이상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외국인 환자 유치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쟁력 갖춘 국내 의료 서비스, 하지만 의료관광 수준은?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피플스헬스는 어떤 기업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김 대표: 외국인 환자가 국내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 및 치료를 받기 위해 필요한 여러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짧게 설명하자면, 외국인 환자를 위한 고객관리 CRM 서비스다(웃음).
IT동아: 인터뷰를 위해 방문하기 전부터 김 대표님을 만나 가장 먼저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해외에서 한국의 의료 기술에 정말 관심이 많은지 궁금하다.
김 대표: 하하. 전 세계 각 국의 의료 서비스, 인프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한국의 의료 수준은 미국, 독일에 이어 3위로 평가 받는다. 일본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한국은 다른 국가 대비 의료진의 경험이 많다. 빠른 시스템도 강점이다. 유럽의 경우, 환자가 치료를 받기 위해 의사를 만나기 위해서 몇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담당 의사를 만나기 전에 ‘정말 치료가 필요한지’ 진단을 받고, 이후에 전문의를 만난다. 이 과정이 그리 신속하지 않다(웃음).
호주 같은 경우, 의사를 만나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 환자가 그전에 낫는 경우도 있다. 무슨 병이었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전문의를 만나는 게 전혀 어렵지 않다. 때문에 간혹 호주에 거주하는 교민이 한국을 방문해 진단서를 받아 들고 호주로 돌아가 치료받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의료 서비스와 인프라가 무조건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직 개선할 점도 많이 있지만, 환자가 의사를 만나는 접근성 측면에서는 정말 좋다. 그만큼 의사의 업무 강도는 높은 편이지만… 환자를 치료하는 경험은 그만큼 쌓인다. 그게 곧 실력으로 이어지고(웃음).
IT동아: 많은 환자를 담당해야 하지만, 그래서 경험과 실력은 상승한다는 뜻인가.
김 대표: 아이러니하지만, 그렇다. 한국의 의료 수준은 정말 높다고 자부한다. 그만큼 다른 해외 국가와 비교해 경쟁력 우위를 가진다. 이를 통해 외국인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관광에 유리한 측면을 분명히 지니고 있다.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을 예로 들어보자. 의료관광 세계 10위 안에 위치한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이들 3개 국가는 상대적으로 의료 인프라를 갖추기 못한 주변 국가의 환자가 많이 찾는다. 환자가 살고 있는 곳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 더 좋은 의료 수준을 갖춘 옆 나라를 찾는 셈이다. 최근 베트남이 국제 의료 허브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기도 하다.
IT동아: 아… 알고 있다. 동유럽 국가에 살고 있는 환자가 치료비나 더 좋은 치료를 위해 인근에 위치한 독일, 터키 등을 방문하는 이유이지 않나.
김 대표: 우리나라 주변에도 자국 내에서 최종 단계까지 치료를 받을 수 없는 나라가 있다. 상대적으로 개발 수준이 인근 국가에 비교해 낮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가깝게는 중국을 예로 들 수 있고, 몽골, 러시아 등이 대표적이다.
오는 2025년에 이르면, 전 세계 의료관광 시장 규모는 18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로 약 240조 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 중 우리나라가 목표로 하는 수준은 약 1~2%에 불과하다. 세계 3위 수준의 의료 서비스와 인프라를 갖췄지만, 미미한 수치다. 현재 기준으로 보면, 1%도 채 되지 않는다.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어려운 이유
IT동아: 바꿔 말하면, 외국인 환자가 치료 목적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하지 않는다는 뜻인데. 이유가 궁금하다.
김 대표: 여러 가지가 있다. 정말 많다(웃음). 먼저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다. 해외 환자에게 이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병원을 찾아가는 일이 어렵지 않다. 동네에 위치한 병원이나 종합병원을 방문해도 의료보험, 민간보험 등을 통해 지원받으며 치료 받는다. 약국에서 약을 사는 것도, 주사를 맞는 것도 쉽다.
하지만, 외국인은 다르다. 병원 자체가 낯설다. 의료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데, 말도 잘 통하지 않는다. 어느 병원을 찾아가야 하는지 정보도 없다. 수술과 입원까지 필요한 병인 경우, 소통의 문제도 심각하다. 어찌어찌 병원을 찾아가 간호사와 의사에게 아픈 곳을 제대로 알려야 하는데, 말이 통하지 않는다.
사실 문제는 그 전부터 있다. 외국인 환자가 한국에 입국하기 위한 절차부터 쉽지 않다. 우리나라를 방문하기 위해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 나라는 의외로 많다. 우리나라 국민은 여권만 있으면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는 나라가 190개에 이른다. 세계 2위다. 하지만, 역으로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나라가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당장 치료가 시급한 외국인 환자가 비자 발급을 위해 현지에서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IT동아: 확실히 외국인에게 친숙한 환경은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과는 많은 부분에서 낯설 수밖에 없는데.
김 대표: 맞다. 익숙하지 않은 의료 시스템, 그리고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정보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때문에 코로나19 이전에도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환자는 대부분 에이전시를 통해서 들어왔다. 에이전시는 환자로부터 일정 비용을 받고 비자 발급부터 항공권 예매, 치료를 위한 통역 및 번역, 환자와 동반 입국하는 보호자를 위한 숙박 예약 등을 대신해 준다. 이 모든 것이 외국인 환자에게는 추가 비용이다.
병원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일단 치료비 책정이다. 외국인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비용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 외국인 환자는 우리나라 의료보험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치료비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 않나. 하지만, 국내 병원에서 의사가 외국인 환자에게 주사를 처방한다고 했을 때, 치료비로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 잘 모른다(웃음).
치료 서비스에 대한 가격 기준, 상품화 조차 잘 이뤄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환자가 치료비로 얼마를 생각하고 있는데, 이 안에서 어떤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더라도 제대로 응답할 수 있을까?
IT동아: 이해했다. 의료보험을 통해 정해져 있는 가격으로 치료를 받는 우리나라 국민과는 상황 자체가 다른 것 아닌가.
김 대표: 어렵다. 정말 애매하다. 쉽게 말해 외국인 환자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아 전체 가격을 보며 조절하는, 그런 시스템이 없다. 외국인 환자 대상으로 치료할 때 통합 책정된 비용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병원과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외국인 환자는 에이전시, 코디네이터 등을 통해 치료비를 통보받는 형태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병원이 제시한 치료비가 부풀려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병원과 환자 사이에서 에이전시가 제대로 소통하지 않을 경우, 이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IT동아: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 환자라면 확실히 부당한 일을 당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 대표: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외국인 환자가 우리나라에 입국하는 것도 쉽지 않다. 현재 피플스헬스가 외국인 환자를 위한 의료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지만… 정말 많은 것을 고민해야만 하는 이유다. 할 일이 정말 많다(웃음).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외국인 환자와 병원을 연결하는 첫 걸음, ‘토글닥(ToffleDoc)’
IT동아: 듣고보니 신경쓸 것이 한두 개가 아닌데.
김 대표: 그래서 우선 집중하고 있는 것은 ‘토글닥’이다. 우선적으로 접근한 것은 소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토글닥은 일종의 메신저다. 외국인 환자와 병원, 외국인 환자와 에이전시, 에이전시와 병원/의사 등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 서류 등을 병원의 시스템과 연동하는 메신저를 지향하고 있다.
IT동아: 아, 쉽게 말해 모든 이해당사자가 우선 잘 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인가.
김 대표: 맞다. 이게 시작점이라고 생각했다. 서로 정보를 공개하고 대화부터 나눠야 한다. 환자가 의사를 만나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무엇인가. 아픈 곳을 알려줘야 한다. 그래야 필요한 검사를 진행하고, 확진한 뒤, 치료할 수 있다. 일단 여기에 집중했다. 또한, 각 병원마다 사용하는 환자용 소프트웨어와 연동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선 고민해 내놓은 결과다.
정보를 숨기지 않는 것에 집중했다. 해외 의료봉사를 갔던 선배의 과거 일화를 얘기해 보고 싶다. 당시 치료는 무료로 제공했다. 하지만, 현지에서 환자를 모집한 에이전시가 별도로 비용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는 무료로 의료 봉사를 간 것인데, 환자는 유료로 의료 서비스를 받은 셈이다. 이처럼 서로 소통하는 단계에서 정보의 차단으로 인해 누군가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에 토글닥은 API 형태로 개발 중이다. 이해당사자간 정보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자동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IT동아: 현재 어느 수준까지 개발한 것인지 궁금하다.
김 대표: 국내 의료 서비스를 해외 현지에 번역해서 제공하는 단계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현지 SNS를 통해 알리고, 치료를 원하는 외국인 환자가 바로 상담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었다. 일단 기본은 컨퍼런스 콜이다. 이후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를 어떻게 제공할 수 있는지 파악한 뒤, 에이전시나 코디네이터를 통해 비용까지 제공하려고 준비 중이다. 한국 입국을 위해 필요한 서류나 절차 등도 제공할 계획이다. 향후 필요한 기관, 병원 등과 자동으로 연동할 수 있는 기능도 담을 예정이다.
IT동아: SNS, 메신저 등을 통해 환자 정보를 받아 확인하고, 정보를 병원이나 관계 기관과 연동해 자동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인 셈이다.
김 대표: 맞다. 각 병원 및 기관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빠르게 연결하고 자동화하는 것이 목표다. 여러 이해관계자가 쉽게 소통할 수 있는 번역 기능도 인공지능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일단은 의사소통이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IT동아: 해외관광을 생각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김 대표님은 여전히 의료 현장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현직 의사, 전문의이지 않나.
김 대표: 누구나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산업의 발전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겟지만, 국내 의료 산업의 발전을 원하고 있다(웃음). 매일 반복적인 일을 20년 가까이 해왔다. 그러면서 외국인 환자를 담당해 치료하는 일이 있었는데, 에이전시를 거치며 불미스러운 일을 겪은 적이 있었다. 이런 일은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서로 단절된 정보로 인해 누군가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
또한, 의료관광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먹거리다.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는 충분히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수에만 의존해서는 성장에 한계를 부딪힐 수밖에 없다. 수도권, 광역시에만 환자가 몰리고, 지방에는 의사가 부족하다. 의사를 꿈꾸는 의학도가 기피하는 분야도 생겼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찾은 것이 의료관광이다.
크게는 경쟁력을 잃고 싶지 않다(웃음). 의료 현장에서 위기감을 느낀 결과다. 레지던트가 지원하지 않는 비인기 과는 늘어나고, 인기있는 분야로만 의학도가 몰리는 일은 더 이상 없기를 원한다. 우스개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의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사람(환자)을 직접 만나지 않는 진료과 전공을 희망한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
토글닥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의료관광을 향한 도전이다. 앞으로도 우리 피플스헬스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사용자 중심의 IT 저널 - IT동아 (it.donga.com)
Copyright © IT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글로벌 스타트업 붐 주춤? 그래도 될 곳은 된다[K비즈니스 가이드]
- [스텝포넷제로]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
- [스케일업] 지엠씨랩스 [2] 빅뱅엔젤스 “기술기업 자리매김하고, 확장성 고려할 것”
- 애플 ‘M4 프로세서’ 품은 2024년형 아이맥 공개
- 인텔, AI PC를 위한 차세대 인텔 코어 울트라 제품군 국내 출시
- AI PC로 진화한 에이수스 젠북, 직접 체험해보니
- 내 정보 지키는 시크릿 모드, PC·모바일서 쓰는 법 [이럴땐 이렇게!]
- [생성 AI 길라잡이] 스타일 유지하는 이미지 생성형 AI '플라멜'
- 포킷츠 “오직 반려견 발바닥만 생각합니다”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
- [생성 AI 길라잡이] 갤럭시 AI 활용하기 – 브라우징 어시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