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배우 쓰마부키 사토시 "재일 한인 3세 역할, 망설임 없었다"
"한국 영화 출연 꿈꿔…황정민과 연기해 봤으면"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이 역할을 맡는 데 망설임은 없었어요. 10대 때부터 한국에서 온 재일 교포 친구들이 주변에 많았거든요. 이상일 감독과도 아주 친하게 지내고요."
이시카와 케이 감독의 영화 '한 남자'에서 재일 한국인 3세 변호사를 연기한 배우 쓰마부키 사토시는 작품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한 남자' 개봉을 앞두고 방한한 그는 25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일 한국인 3세라는 요소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연기했다"며 "이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은 '내 안에 다양한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관객이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30일 국내 극장에 걸리는 이 영화는 아내를 속이고 죽은 남자 'X'의 거짓된 인생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쓰마부키 사토시는 남편을 잃은 리에(안도 사쿠라 분)의 의뢰로 X를 추적하는 변호사 '키도' 역을 맡았다.
키도는 번듯한 직업에 잘생긴 외모까지 갖췄는데도 재일 한국인 3세라는 이유로 일상에서 차별을 느낀다. 장인에게서 "재일 3세면 일본인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듣고, 재소자에게는 "조센징 주제에"라는 말을 듣는다.
그래서인지 그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새 삶을 꿈꿨던 X에게 점차 동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쓰마부키는 "키도는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가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하지 않았다"며 "어떤 모습이 진정한 키도일지 궁금증을 줘야 관객이 결말을 봤을 때 울림을 느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에서 호연을 선보인 그는 지난해 열린 제46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쓰마부키는 "설마 제가 남우주연상을 받을 거라곤 생각을 못 해서 솔직히 기쁨보다는 놀라움이 컸다"면서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이 한 구석에 있었는지 역시 기분은 좋았다"며 웃었다.
'한 남자'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소개됐다. 시사회에서 세 번에 걸쳐 기립 박수를 받는 등 호평을 끌어냈다.
쓰마부키는 "한국 관객의 영화 보는 눈이 높기 때문에 (상영 전) 굉장히 긴장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수를 받고 나니 그제야 안심이 됐어요. 폐막작으로 소개된 것만 해도 영광인데, 관객들이 마지막까지 남아 박수를 보내주신 거잖아요. 한국분들에게 인정받은 느낌이라 마음이 놓였죠. 이 작품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습니다. 한국 개봉은 좋은 첫걸음이 될 것 같은 예감도 들어요."
그는 이번 영화 이전부터 꾸준히 한국과 인연을 이어왔다. 봉준호, 레오스 카락스, 미셸 공드리 감독이 공동 연출한 '도쿄!'(2008)와 한일합작 영화 '보트'(2009)에 잇따라 출연했다. 재일 한국인 3세인 이상일 감독의 '분노'(2017) 주연을 맡기도 했다. '보트'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하정우와는 지금도 절친한 사이로 지낸다.
쓰마부키는 "하정우 씨와는 여러 번이라도 함께 연기하면 좋을 것"이라면서도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에서 열정적인 연기를 보여준 황정민 씨와도 함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쓰마부키는 대중성과 인기를 모두 갖춘 몇 안 되는 일본 배우로 통한다. 초기 작품인 '워터 보이즈'(2002),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 때부터 팬이 생겼다. 이후 다양한 장르와 배역을 넘나들며 연기 보폭을 넓혀왔다.
쓰마부키는 "어렸을 때부터 어떤 역할이든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며 "어떤 배우로 기억되기보다는 내가 맡은 배역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최근 10년 동안 일본 이외 다른 나라 작품에도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 있어요. 특히 아시아를 중심으로 영화가 활성화할 것 같아 제가 (이에 일조하는) 한 사람이 됐으면 합니다. 영화에는 국경이 없고, 영화를 통해 세계인들이 사이가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더 정진해서 언젠가 한국 영화에 출연하는 꿈을 이루겠습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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