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미디어의 미래] "지역언론 기자는 '길거리 저널리즘' 실천하는 저널리즘 활동가"
천용길 뉴스민 대표
협업과 지속가능성, 지역 독립언론 '뉴스민'이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
"지역 문제 같이 고민하고, 시민들을 길거리에서 만나 이야기 담아내려 해"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길거리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저널리즘 활동가”
지난 24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미디어오늘 주최로 열린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 발제에 나선 대구·경북 지역언론 '뉴스민'의 천용길 대표는 지역언론 기자의 역할을 이렇게 정의했다.
“동네 중국집에 가보면 주방장이 양파 깎고 있다가 배달 전화 오면 오토바이 타고 나가야 한다. 이처럼 지역 매체에선 기자가 기사만 쓰는 사람이 되어선 안 된다. 지역에선 달라져야 한다. 뉴스민은 지역의 문제를 같이 고민하는 자리, 토론의 장을 만들려 한다. 시민들을 직접 찾아가 현장에서, 길거리에서 만나는 이야기들을 담아내려 한다.”
협업과 지속가능성, 지역 독립언론 '뉴스민'이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
2012년 천용길 대표와 이상원 편집장이 '지역의 새로운 매체를 만들어보자'는 포부로 시작한 뉴스민에는 현재 6명의 기자, PD가 함께 저널리즘 활동가로서의 역할을 고민한다. 천 대표가 강조한 '길거리 저널리즘'의 실천은 뉴스민이 10년 넘는 시간동안 꾸준히 추구해온 가치다. 뉴스민은 더 작은 지역으로 들어가,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려 노력해왔다.
2016년 경북 성주군 사드 배치 논란이 있었을 때 뉴스민 기자들은 400일 동안 매일 성주에 상주했다. 30일 정도 지나니 많은 기자들이 현장을 빠져나갔지만, 뉴스민은 끝까지 현장을 지켰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운영했던 뉴스민은 당시 처음으로 지면 신문을 발간했다. 70세가 넘는 주민들에게 뉴스민의 기사를 전달하기 위해선 지면 신문이 필요했고, 5천 부수를 발행했다. 신문을 읽은 독자들은 온라인 사이트 독자로 이어졌다. 천 대표는 “적은 인력을 가지고 많은 자원을 투자하기 어려운 지역 매체의 경우, 기존의 도구들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도 지역 저널리즘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2018년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북 23개 시군 중 14곳을 한달 동안 취재했다. 한 개 시군을 갈 때마다 4시간씩 시민들을 만나 질문하고, 취재 과정을 생중계했다. 해당 취재는 텍스트 기사로도, 영상 클립으로도 만들어 한 가지 소스로 다양한 시도를 했다. 당시 4명이었던 인력 전부가 이 취재에 달라붙었다. 천 대표는 “선거 결과만 보도하는 걸 넘어서고 싶었다. 대구와 경북 지역의 선거 결과를 놓고 포털 사이트에 달리는 악플이 싫어서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역 역사를 기록하는 아카이빙 역할도 하고 있다. 2021년 뉴스민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발굴하는 취재를 지속했는데, 뉴스민이 보도한 김정희 지사는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았다. 뉴스민이 취재한 결과물들을 바탕으로 공적 조서에 들어갈 수 있었다. 천 대표는 “지역 매체는 지역 사회, 경제, 문화, 행정 등 역사까지도 함께 기록하는 역할을 맡아야 된다. 지역사회의 어떤 모습을 기록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규모 독립언론 뉴스민에게 거창한 수익모델은 없다. 고정적인 후원 독자는 850명, 한달 천만원 정도의 수익이다. 6명의 임금을 보장하고 신문사를 운영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하지만 뉴스민이 이러한 한계를 딛고 10년 넘게 생존할 수 있었던 방법은 '협업'과 '지속가능성'에 있다.
뉴스민은 대구 마을공동체 방송사 6곳과 협업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마을 방송사 활동가들이 마을 무더위 쉼터의 문제점을 취재한 결과물을 함께 기록 중이다. 대구경북언론노동조합협의회, 성서공동체FM과 함께 새로운 지역 청년들에게 저널리즘 활동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대구경북 커뮤니티 저널리즘스쿨'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대구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는 기획자로서 참여하고, 작은 동네의 마을 신문 발행을 위한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
뉴스민은 새로운 '저널리즘 활동가'를 배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매체를 꿈꾼다. 존폐 위기에 놓일 정도로 경영 상황이 어려웠지만 2021년엔 신입기자를 뽑았고 지난해엔 서울에서 기자 생활을 하던 경력기자를 채용했다. 뉴스민의 목표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권력이나 돈에 휘둘리지 않고 기자 생활하기를 꿈꾸는 20~30대 청년들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천 대표는 “레거시 매체들의 변화가 지역매체에게는 기회다. 당장 서울에 본사를 두고있는 일간지들은 지역 주재 기자들의 수를 줄이고 있다. 지역 매체는 그 자리를 채우고 메꿔줘야 한다”며 “새로운 매체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꼭 지역을 베이스로 삼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 조금 더 무게감을 내려놓고 지역에서 매체를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은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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