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섭의 내로남불] 총선전 `내로남불` 혁파한다는 민주, 과거와 절연 각오 있나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비호감 내지 불신의 핵심 포인트가 뭐냐는 질문에 제일 대표적인 게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지적했다. 의원들도 많이 공감했다"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을 주축으로 하는 '민주당의 길'이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토론회를 열고 여론조사를 통한 민심을 분석했다며 취재진에게 한 설명이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무능도 있고 부도덕도 있는데 무능·부도덕은 몇 가지 사건들로 문제 되긴 했는데, 기저에 깔려있는 민주당이 극복해야 할 불신의 지점은 내로남불"이라고 했다.
과거 민주당은 정권을 쥔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내로남불'보다는 '무능'이라는 키워드를 아프게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 정권을 운영해 본 경험이 적은 정당에 정권을 쥐어주기 못 미덥고, 막상 정권을 잡았어도 기대만큼 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5~10년을 주기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고, 청와대 등 정권을 운영하는 데 역할을 한 경험이 있는 인물들도 많아졌다. 민주당 내에서 내로남불을 가장 먼저 고쳐야 한다는 말은 이런 시대의 변화와도 무관치 않다. 그리 보면 민주당이 외부 여론조사 전문가의 의견을 수용해 내로남불이라는 키워드를 고쳐야 할 지점으로 앞세운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민주당의 설명을 보면, 내로남불이 민주당 불신의 핵심 포인트가 된 원인이나 과정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뉘앙스가 읽힌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도 내로남불하는데 왜 민주당만 부각되느냐. 민주당에 대해 우리 일반 국민들이 기대했던 바가 다른 게 있었는데 그게 내로남불과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면서 "둘 다 내로남불이어도 보수정당이 내로남불인 것보다 민주당이 내로남불인 게 훨씬 더 국민에게 실망이 되거나 불신 촉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고 했다. 또한 민주당은 여론조사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개 가치·명분을 중시하는반면 보수진영 지지자들은 세력과 승패를 강조하는 사람들이라고 가정하고, 정치권을 향한 비호감이 고착화된다면 민주당·진보진영 지지자들이 국민의힘 지지자들보다 투표장에 덜 나오게 돼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내로남불 한 것에 비해(?) 과하게 공격받는다'는 인식이 일정 부분 반영됐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의 내로남불 사례는 민주당이 설명한 대로 고유의 가치나 명분을 지키는 과정에서 나오기보다는 오히려 현재의 세력과 승패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경우가 많았다. 민주당이 오랫동안 자당을 약자이면서 선, 국민의힘은 기득권이면서 악이라는 식의 프레임을 구축해온 것도 과거보다 내로남불 비판이 거셀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소수정당, 야당일 때는 언더독 효과를 톡톡히 봤지만 어느덧 86세대가 사회 주류가 되고 민주당이 초거대 의석을 지닌 정당이 된 현시점에서는 발언의 무게감과 그로 인한 역풍의 크기도 다를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트위터다. 조 전 장관의 보수진영을 '한 방 먹이는' 과거 트위터 발언은 당시 지지자들에게 사이다로 통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 되고 법무부 장관이 되면서 본인이 한 말의 무게가 커졌다. 여기에 당시 본인이 했던 말이 본인이나 문재인 정부에도 적용되는 말이 생기면서 '조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조 전 장관이 지난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이 입양해 번식한 진돗개 9마리 중 단 한 마리도 사택으로 데리고 가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입양 시 사진만 찍었지, 실제 애견인이 아니었음이 분명하다"고 쓴 글이 문재인 정부에서 풍산개 파양 논란이 일면서 정치권에 회자된 것은 유명한 사례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대통령까지 만든 검찰개혁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과거 검찰의 독립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검찰개혁을 주장했고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는 검찰개혁 적임자라며 기수까지 파괴해가며 새 검찰총장을 뽑았지만, 정작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자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는 논리가 뒤따랐다.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과거 정부에서 한 행동이 현재와 충돌하면, 과감한 반성과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 과거 정부에서 한 행동이 지금 시점에 맞지 않거나 과거 정부에서 한 행동이 맞아서 지금 시점에 곤란하다면 반성한 후 과감하게 한쪽 방향으로 틀 필요가 있다. 이 지점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다르다. 국민의힘은 애당초 이전 정부를 계승한 역사가 별로 없다. 심지어 윤 대통령의 경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옥에 넣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과거 정부와 연결짓는 공격에 큰 울림이 없다.
여기에 들어맞는 사례는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작성한 페이스북 메시지를 예시로 들 수 있다. 문 전 대통령은 "나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반대한다. 또한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아주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1년 4월 19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해 'IAEA 기준에 맞는 적합성 절차에 따라서 된다면 굳이 반대할 건 없다'고 했던 말과 강경화 전 장관이 2020년 10월 2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은 일본의 주권적 결정사항'이라고 말한 사실을 인용해 '내로남불'을 지적했음에도 문 전 대통령은 아무런 언급 없이 "어민들과 수산업 관련자들이 입는 경제적 피해에 대해서는 강력한 지원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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