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막연한 반일·혐한 걷어내야"···한일 공존의 길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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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정말 경계해야 할 상대다. 해방 후 지금까지 한일 간의 국력격차가 좁혀진 적은 없었다. 그러나 섣불리 우쭐거리는 것은 독약이다. 장차 우리가 일본을 정말 앞서는 날이 와도 우리는 일본을 경시하는 맨 마지막 나라가 돼야 한다."
일본 근대사 최고 권위자로 평가되는 박훈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는 신간 '위험한 일본책'에서 막연한 혐오와 적대감을 걷어내고 자유와 민주, 법치와 평화의 동반자로서 한일 관계를 새롭게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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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 명암·고착된 상호 인식 등
17세기 이후 한일 역사 세밀히 분석
적대감 벗고 자유·민주 동반자 주문
대한제국 비하 언급 등은 아쉬움
“일본은 정말 경계해야 할 상대다. 해방 후 지금까지 한일 간의 국력격차가 좁혀진 적은 없었다. 그러나 섣불리 우쭐거리는 것은 독약이다. 장차 우리가 일본을 정말 앞서는 날이 와도 우리는 일본을 경시하는 맨 마지막 나라가 돼야 한다.”
일본 근대사 최고 권위자로 평가되는 박훈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는 신간 ‘위험한 일본책’에서 막연한 혐오와 적대감을 걷어내고 자유와 민주, 법치와 평화의 동반자로서 한일 관계를 새롭게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그는 “과거 일본제국주의의 행위에 대해 우리는 끊임없이 비판해야 한다. 다만 그것의 목적은 한국과 일본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인 자유와 민주, 법치와 평화의 세계로 가기 위한 것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책명은 무조건 ‘노 재팬’과 ‘반일’을 외치는 사람들에게 욕먹을 각오로 썼다는 의미라고 한다. 17세기부터 시작해 근대화의 명암이 엇갈린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일본의 상황과 상호 인식을 담았다. 각자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애썼지만 결과는 극명하게 달랐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인식이 고정됐다.
저자는 근대의 성패를 가른 일본의 메이지유신 성공에 대해 “일본인들은 세계 대세에 민감했다. 열심히 읽었고 진지하게 들었고 치열하게 공부했다. 그리고 다툼을 최소화하고 단결했다. 같은 시기 한국은 아마도 2000년 역사상 가장 지리멸렬한 상태였을 것이다. 안타까운 시간이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계속되는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혼란된 감정에 대해서는 “모르는 대상에 대한 공포와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대상에 대한 비하가 콤플렉스처럼 엉킨 채 자리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본을 주제로 한 갑론을박은 늘 반일이냐 친일이냐, 편 가르기와 감정싸움으로 결론 나고 만다”고 진단했다.
저자는일본의 혐한과 한국의 반일이라는 왜곡된 렌즈를 내려놓고 한국과 일본의 근대, 민족주의와 제국주의, 나아가 천황제 문제까지 실제 역사의 내용과 의미를 냉철하게 그리고 세밀하게 보여주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만큼 일본에 관심이 많은 나라는 없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본에 경쟁심을 불태우고, 그 동향에 신경을 쓰며 자주 비교한다. 하지만 과도한 ‘관심’에 비해 풍부한 지식과 정보에 기초한 체계적인 이해는 부족하다. 때문에 어떤 때는 일본을 과도하게 경시하다가도 또 어떤 때는 지나치게 일본을 무서운 나라로 본다.
이에 대해 저자는 “안중근에게 사살된 이토 히로부미만이 아니라 ‘근대 일본’을 설계하고 실행한 이토 히로부미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일본 천황에 대한 우리말 표기가 ‘천황’이냐 ‘일왕’이냐는 문제가 아니라 천황이 일본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이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를 연구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물론 한국인에 대한 비판 만큼 일본인 행동에 대한 지적도 결코 적지 않다. 그동안 한국을 몇수 아래로 보던 상황이 최근 변화하면서 혐한 등 일본인들의 행동에 모순이 생기는 등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다만 저자의 일부 인식에는 아쉬움이 묻어 난다. ‘중국에서 들어온 고대의 선진문물이 반도를 통해 열도로 들어갔다’며 문화전파 주체로서의 한국의 역할을 간과하는 일본의 주장에 동조한다든지 조선이 바뀐 대한제국 시기를 ‘소극(笑劇)’이나 ‘구한말’ 등으로 비하하는 것 등이다. 일본과 협력하자면서 여전히 계속되는 독도 도발에 대해서 언급이 없는 것도 아쉽다. 1만 8000원.
최수문기자 기자 chs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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