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일 위기' 가계대출 반년새 26% 증가···건전성 관리 비상

조윤진 기자 2023. 8. 2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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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 '회수불능' 채권 9조 육박]
같은 기간 정상채권 1.6% 줄어
'주의' 단계 기업 대출도 10%↑
이복현 "외형 경쟁 자제" 당부
금융사, 대손충당금 쌓기 나서
[서울경제]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대출의 ‘질’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금융회사가 판단해 ‘정상’으로 분류한 채권은 전년 말보다 0.5%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손상됐다’고 분류한 채권은 28%나 증가한 것이다. 가계 및 기업대출의 질이 모두 떨어진 가운데 금융회사들이 미래 경제 및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25일 서울경제신문이 4대 금융지주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회사가 3단계(회수 불가능)로 분류한 가계대출 채권은 총 3조 3400억 원으로 전년 말(2조 6600억 원) 대비 25.5% 급증했다. 같은 기간 4대 금융지주의 총가계대출 채권 증가율 1.1%의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정상 채권인 1단계 채권은 오히려 6개월 새 1.6% 줄어든 것과 크게 대조된다.

각 금융지주회사는 미래 위험을 측정하기 위해 보유한 대출 채권을 ‘기대신용손실(ECL) 모형’을 활용해 분석한다. 총 1~3단계로 나뉘며 1단계 채권은 리스크가 아직 없는 정상 채권, 2단계는 요주의 채권, 3단계는 회수 불가능 채권이다.

1단계 채권은 ‘12개월 기대신용손실’로 분류되고 이 채권의 리스크가 유의미하게 증가하면 12개월이 아닌 ‘전체 기간 기대신용손실’로 재분류된다. 전체 기간 기대신용손실은 2단계 및 3단계 채권으로 나뉘는데 3단계 채권의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갔거나 연체가 90일 이상 발생하는 등 ‘질 나쁜 대출’을 뜻한다.

실제로 가계대출은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높은 연체율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연체율은 0.62%로 6개월 전인 지난해 말보다 0.16%포인트나 상승했다. 전 대출 부문 중 가장 가파른 증가세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늘면서 6월 말 기준 은행의 총가계대출 연체율은 전년 말 대비 0.09%포인트 높아진 0.33%를 기록했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24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미국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대두되는 가운데 금융회사의 안정적 경영과 건전성 관리가 중요하다”며 “(금융회사들이) 가계대출 확대, 고금리 특판 예금 취급 등 외형 경쟁을 자제하고 연체율 등 자산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도록 유도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문제는 가계대출만이 아니라 기업대출의 질적 악화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4대 금융지주가 올해 상반기 말 3단계로 분류한 기업대출 채권 규모는 전년 말(4조 3000억 원) 대비 29.0% 급증한 5조 5400억 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1단계 채권 증가율(2.2%)은 총기업대출 채권 증가율(3.1%)을 밑돈 대신 주의가 필요한 2단계 채권 규모는 10.0% 늘었다. 기업대출 규모가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질적으로는 후퇴했다는 의미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손실이 났다는 쪽으로 분류되는 채권이 증가했다면 그만큼 부실이 늘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이때 금융 부실의 ‘뇌관’ 중 하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대출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은행들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년 말보다 0.1%포인트 증가한 0.37%로 특히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증가세(0.11%포인트)는 대기업(0.6%포인트)의 2배에 달하기도 했다.

한편 가계·기업대출에서 모두 3단계로 분류된 대출채권이 많아진 것은 주요 금융회사들이 미래 경기 전망을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1~3단계 분류나 12개월 및 전체 기간 기대신용손실 모형 측정을 할 때는 연체 일수, 파산 여부 등 객관적인 지표도 포함되지만 미래 위험을 측정하는 지표인 만큼 각 회사의 미래 전망 판단도 함께 녹아들기 때문이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기대신용손실은 결국 ‘라이프타임’에 걸친 회수 가능성을 보는 것인데 경기가 계속 안 좋아지다 보니 경기가 좋았다면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할 연체 채권도 이제는 못 받을 채권으로 분류했을 것”이라며 “금융회사가 판단하기에도 부실한 자산이 유의미하게 늘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짚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금융회사들은 미래 위험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쌓기에 나섰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는 총 3조 920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조 원)보다 96.6% 급증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4800억 원)의 3배 가까운 금액(1조 3200억 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등 금융회사의 손실 흡수 능력 확충을 지속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윤진 기자 j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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