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뭄' 허덕인 기업들 은행보증 끼고 채권발행
긴축 엎친데 경기악화 덮쳐
한국 기업들이 은행 보증을 끼고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한 액수가 3년 새 4배 넘게 불어났다. 자금시장 여건이 악화되면서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채권을 발행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은행 보증은 주로 달러 등 외화표시 채권 발행에 활용된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마저 해외 시장에서 은행 신용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인 셈이다.
전기차 배터리나 신재생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 기업들마저 은행에 보증료를 지급해 가며 고비용으로 자금을 유치하면서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 우려되고 있다. 2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 기업(정부와 공공·금융기관 제외)이 은행 보증을 통해 채권을 발행한 규모는 올해 들어 7월까지 17억7410만달러(약 2조3500억원)에 달했다.
올해 은행 보증 채권 발행량을 연간으로 단순 환산하면 30억4131만달러에 이른다. 2020년(6억8727만달러)과 비교할 때 3년 새 4.4배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에도 이미 전년 대비 2배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했고 올해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자본시장부장은 "글로벌 긴축 기조가 본격화되며 지난해부터 기업들의 자금 유치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해외에서도 이름값이 있는 일부 국내 기업을 제외하면 은행 없이 채권 발행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은행 보증을 통한 채권 발행은 은행의 높은 신용도를 활용해 기업이 채권을 발행하고, 은행은 기업으로부터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 자금조달 방식이다. 발행량이 늘어난 것은 SK·한화·롯데·두산과 같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까지 은행 신용도에 의지해 채권을 발행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다. 대기업들은 우량 계열사 보증을 활용하면 보증료 지출도 아낄 수 있지만, 최근 들어선 은행에 별도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채권을 발행해야 할 정도로 여건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의 채권 발행은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지만 은행 보증을 통한 발행 증가 속도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발행된 일반 기업 전체 채권 규모는 1287억달러(연 환산 2206억달러)로 2020년(733억달러)의 3배 수준이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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