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과학 공포에 82만명 생계 휘청
손님 뚝 끊긴 수산시장
상인들 "해도 너무하다"
年매출 81조원 수산업계
정치 선동에 붕괴 위기감
◆ 수산업 쇼크 ◆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한 다음날인 2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은 상인들 한숨으로 가득했다. 손님들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고, 일부 상인들은 가게 문을 일찍 닫고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광어·도미 등 활어를 판매하는 백 모씨는 "수개월 전 오염수 방류 얘기가 나올 때부터 손님이 점점 줄더니 지금은 아예 뚝 끊겼다"며 "7월부터 추석 전까지가 비수기라고는 하지만 지금은 해도 해도 너무 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오염수 방류를 놓고 검증되지 않은 수산물 '괴담'이 퍼지는 가운데 팬데믹 이후 소비 회복을 기대했던 수산업계가 패닉에 빠졌다. 국내 수산물 소비량이 쌀이나 고기보다 약 20% 많은 만큼 소비 타격이 심해지면 수산업 자체가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매일경제가 해양수산부·통계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오염수 괴담 영향권에 있는 어업·양식·가공업, 수산물 식당 종사자 등은 총 82만4658명에 달하고 연 매출액은 81조3807억원(2020년 기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산업계 매출액은 2017년 69조6930억원에서 팬데믹 국면인 2020년에도 80조원을 넘어서는 등 분투했지만 이번 오염수 괴담 사태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실제로 상당수 수산업체가 영세하기 때문에 소비 충격이 커질 경우 산업과 고용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업계 종사자 53.1%가 일하는 수산물 생산업(43만8276명)의 경우 임시·일용근로자가 32만7987명으로 전체 생산업 종사자의 74.8%에 달했다.
수산업계가 소비에 민감한 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수산물 소비량이 쌀이나 육류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통계청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56.7㎏, 육류 소비량은 58.4㎏으로 각각 추정됐다. 반면 수산물 소비량은 68.4㎏(2021년 기준)으로 쌀, 육류보다 20% 정도 더 많았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근거 없는 괴담 진화에 주력하고 생산·유통 단계 검사를 강화하며 수산물 안전을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방침이다. 해수부가 흰다리새우, 삼치, 고등어, 넙치 등 대표 수산물을 대상으로 생산·유통 단계에서 진행한 방사능 검사 건수는 총 1만169건으로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 박성훈 해수부 차관은 "국내 전체 양식장 1만2000곳을 250개 단위 해역으로 나눠 사각지대 없이 꼼꼼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날 공개한 방류 처리 실시간 데이터에 따르면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 농도는 ℓ당 205베크렐(㏃)로 세계보건기구(WHO) 식수 기준(1만㏃)이나 일본 방류 기준(1500㏃)을 크게 밑돌았다.
[김정환 기자 / 박홍주 기자 /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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