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공교육 멈춤의 날
전국의 교사들이 오는 9월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학교 재량휴업과 단체 연가를 추진 중이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를 맞아 사건이 벌어진 학교와 국회 앞에서 추모 집회를 열기 위해서다. 초등교사 온라인 커뮤니티인 인디스쿨의 설문조사 결과 참여 의사를 밝힌 교사는 25일 현재 8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관리직인 교장과 교감도 600명이 넘었다.
공무원의 집단행동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교사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은 있지만 단체행동권은 없다. 교육부는 엄벌 방침을 밝혔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아이들의 학습권을 외면한 채 수업을 중단하고 집단행동을 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국방이나 치안이 멈추면 안 되는 것처럼 공교육이 단 하루라도 중단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교사의 노동권과 학생의 학습권은 배치되는 개념이 아니다. 재량휴업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말 그대로 개별 학교에서 재량으로 할 수 있다. 법정 수업일수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2학기 종업식이 하루 미뤄질 뿐이다. 연가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주어진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교사들의 집회가 교육의 정치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도 아니고, 특정 교원단체 주도로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학부모들도 교사들에게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있다. 교사들이 부담을 덜 수 있게 자발적으로 체험학습을 신청할 정도다. 시·도 교육감들도 교육부의 강경 대응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교 사정에 맞는 다양한 방식으로 추모해주기를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지지선언까지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재량휴업 당일 맞벌이부부 자녀를 위해 방과후 프로그램과 돌봄교실을 최대한 정상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했다.
한국의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이끈 것은 교사들의 헌신과 훌륭한 공교육 시스템이었다. 꽃다운 나이에 숨진 교사를 생각해서라도 이번 사건이 본질과는 무관하게 정부와 교사 간의 충돌 사태로 비화해서는 안 된다. 잠시 멈춰 서서 그간 숨 가쁘게 달려온 한국의 교육을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오창민 논설위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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