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스크걸’ 안재홍 “대본에는 일본어 없었다···‘레미짱’ 음정까지 신경 써”

허지영 기자 2023. 8. 2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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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재홍 / 사진=넷플릭스
[서울경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안재홍이 ‘주오남’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연구했던 비화를 전했다.

배우 안재홍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스타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극본 김용훈/연출 김용훈) 공개를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이한별)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안재홍은 퇴근 후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는 게 유일한 낙인 회사원 ‘주오남’으로 변신했다. 주인공 김모미에게 집착하고, 그에 대한 망상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안재홍은 강렬한 연기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배우 안재홍 / 사진=넷플릭스

“이렇게 뜨겁게 반응해주실 줄 몰랐어요. 감사하죠. 놀라움을 드리는 것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에요. 주변 분들도 재미있다고 연락 많이 해주시고요. 저는 새로운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대본을 받아 들고, 이거는 귀한 기회가 될 수 있겠다, 망설이면 안 되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죠.”

주오남은 여러모로 시청자를 충격에 빠트린다. 안재홍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외형과, 모미를 향한 비뚤어진 망상, 집착. 극 중 엄마인 ‘김경자’(염혜란)를 향한 폭력적인 모습 등이 그렇다. 항간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안재홍의 은퇴작이 아니냐’는 말까지 떠돌 정도였다. 그러나 안재홍은 인물 깊숙이 들어가 1인칭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주오남은 굉장히 깊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그 마음이 비뚤어져 있어요. 방향이 잘못 가 있죠. 그래서 이야기가 굉장히 비극처럼 느껴졌어요. 저는 단순히 주오남을 안타고니스트(주인공과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라고 바라보면 안 될 것 같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주오남이 김모미에게 고백하며 ‘아이시떼루’라고 외치는 장면은 온라인에서 몇 만 회 이상 공유되며 인기를 끌었다. 이 장면은 특히나 안재홍의 애드리브로 알려져, ‘안재홍이 주오남을 삼켰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아이시떼루’, 고백 공격이라고 하죠. 촬영 전 리허설 할 때 나온 대사예요. 원래 대본에는 ‘저 모미 씨를 사랑합니다’까지 밖에 없었어요. 모미에 대한 주오남의 집착과 망상이 극대화 됐다면 어떤 고백을 할 수 있을까 저 혼자 생각하다가 나온 말이었죠. 감독님은 처음엔 걱정하셨어요. 이 모든 장면이 주오남의 망상이라는 게 너무 빨리 시청자에게 알려지는 게 아닐까 하셨거든요. 그런데 스태프 분들도 재미 있어 하시고, 한별 씨도 실제로 당황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미리 ‘아이시떼루’라고 해도, 캐릭터로서 잘 느껴질 것 같아서 그대로 진행했죠.”

배우 안재홍 / 사진=넷플릭스

그는 ‘오타쿠’로 불리는 주오남을 연기하기 위해 또 다른 묘안을 냈다. 대사에 일본어를 섞은 것. 기실 대본은 모두 한국어였고, 일본어 대사는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안재홍은 원작의 주오남이 일본어로 중얼거리는 말풍선에서 힌트를 얻었다.

“웹툰에서 아주 잠깐, 주오남이 혼자 일본어로 중얼거리는 컷이 있어요. 되게 이상하더라고요. 서늘함도 느껴지고. 그래서 감독님과 초반에 미팅할 때 우리 작품에서도 주오남이 사적인 순간에 일본어가 툭 튀어나오면 어떨까, 캐릭터성이 살아나고 입체적이고 인물이 생경해 보이지 않을까, 이렇게 제안드렸죠. 그렇다면 어느 부분을 가져갈 수 있을까. 감독님이 고민하시다가 ‘레미짱’과의 오붓한 생일 파티 장면을 일본어로 바꿔 주셨어요. 또 모미가 인터넷 방송에서 옷을 벗을 때 주오남의 대사도 일본어로 바꿔 주셨죠. 원래는 대본에 일본어 대사가 하나도 없었어요.”

주오남의 일본어는 ‘잘 하지 못해서’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일본어를 단순한 외국어가 아닌, 주오남의 성격을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한 것이어서 그렇다. 안재홍은 일본인 지도자에게 직접 특징적인 발음을 배워가며 연습했다. 그 결과, 어조도 발음도 어딘가 묘한,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으로만 언어를 배운 듯한 어설픈 일본어가 탄생했다. 그리고 이는 주오남의 중요한 정체성이 됐다.

“주오남스러운 일본어를 구사하고 싶었어요. 주오남이 일본인은 아니니까요. 저는 실제로 일본인 선생님께 말을 배웠는데요. 그 분께서 디테일을 많이 잡아주셨어요. ‘아리가또’, ‘레미짱’ 등을 말할 때 일본인스럽지 않은 특유의 음정을 만들어 주신다든지, ‘해피 버스데이’도 ‘하피 버쓰데이’라고 잡아주신다든지. 주오남이 구사할 만한 일본어, 이건 좀 담아내고 싶었던 지점이에요.”

배우 안재홍 / 사진=넷플릭스

외적인 디테일에도 노력을 쏟았다. 탈모 헤어스타일, 과체중 실루엣, 어딘가 탁해 보이는 눈빛 등이다. 탈모 헤어스타일을 구현하기 위해 분장에만 두 시간을 소비했다. 실루엣을 위해서는 몸의 본을 떠 만든 특수 조끼를 착용했다. 촬영 전부터도 준비할 게 너무 많았다. 그러나 안재홍은 이 과정을 통해 진정한 주오남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며 만족했다.

“원작 그대로의 헤어 스타일을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다만 저의 맨얼굴이 잘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주오남은 여러 시안이 있었어요. 탈모 헤어스타일은 감독님이 제안해주신 거였죠. 저도 특수 분장은 처음 해보는데, 두 시간 정도 걸리더라고요. 사실 매 회차 두 시간씩 분장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분장실을 나갈 때 그런 느낌은 있더라고요. 제가 약간 걸음걸이도 바뀌고, 주오남스럽게 행동하게 되는 거죠. 그런 것을 스스로 인지할 때 ‘아, 이런 과정이 인물을 형상화 하는데 꼭 필요했던 작업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눈빛도 왜곡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감독님께 안경알 도수를 아주 높게 넣으면 어떨까 제안드렸는데요. 그건 말리시더라고요, 하하. 그래서 고민하다가, 핸드크림을 손에 발라서 계속 안경알에 지문을 찍었어요. 눈이 번들번들, 탁하게 보일 수 있게끔요.”

성 도착증, 여성 혐오, 주인공에 대적하는 안타고니스트, 주오남은 여러모로 ‘내 주변에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법한 인물이다. 그러나 안재홍에게 주오남은 8년 전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처럼 그의 연기를 증명하고 인정받은 소중하고도 영광스러운 캐릭터다.

“불쾌한 면모가 있는 인물이지만, 이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쏟았던 많은 노력이 이렇게 뜨거운 반응으로 다가왔을 때 엄청나게 감사함을 느껴요. 자부심도 들고요. 영광스러운 캐릭터로 남을 거 같아요. 또 시청자나 지인이 주오남에 대해 뜨겁게 반응해주실 때 들뜬 느낌이 든다기 보다는, 오히려 분명하게 태도가 서는 느낌이에요. 좀 더 연기를 잘 하고 싶다, 그런 마음이 선명해지고 있죠.”

‘마스크걸’은 지난 18일 넷플릭스에서 7회차 전 에피소드가 공개됐다.

허지영 기자 he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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