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과 비뚤어진 욕망의 광시곡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컬’
외모지상주의 사회서 낙오된
인간들의 좌절과 폭력 다뤄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에
한 번 보면 멈추기 힘들어
여러 인물들이 분출해내는 욕망과 살인·성폭력 등 자극적인 소재로 인해 기괴한 분위기가 흐르는 것도 사실. 그러나 전개에 브레이크 페달은 없다. ‘마스크걸’은 풍자적 메시지를 한편에 품고, 등장인물 간 갈등을 계속해서 조장한다. 몰입도 높은 연출, 서사를 이해시키는 연기력으로 한 번 재생을 시작하면 멈추기 힘든 작품이다.
지난 2015~2018년 장장 3부에 걸쳐 연재된 웹툰(작가 매미·희세)이 7부작 TV 시리즈로 실사화됐다. 예쁘지 않은 얼굴이 콤플렉스인 여성 직장인 김모미는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과 신분을 가리고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던 중 돌이킬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다.
특히 TV시리즈는 회차별로 김모미를 비롯한 주변 인물 한 명의 서사에 집중하는 ‘멀티 플롯’ 구조를 택했다. 회차 마다 화자가 바뀌며 각 캐릭터의 입장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하나의 사건도 여러 관점에서 비춘다. 예를 들어, 마스크걸 김모미는 누군가에겐 극악무도한 살인자이자 평생 증오와 복수의 대상인데, 또 다른 누군가에겐 연민 혹은 동경, 그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만큼 김모미는 전형적으로 선한 인물과는 거리가 멀다. 연출을 맡은 김용훈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웹툰에서는 모미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는데, 실사화됐을 때 (시청자가) 계속 따라갈 수 있을까 고민이었다”고 털어놨다. “원작은 표면적으로 외모지상주의를 이야기하지만 그 저변에서 인간의 다중성과 양면성을 다뤘어요. 선과 악, 미와 추 같은 개념은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상대적이죠. 그래서 이 작품에도 멀티플롯의 구조가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지나도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이야기니까요.”
혼자서 극을 끌고 가기에도 존재감이 뚜렷한 배우들이 한 명의 일대기를 나눠 연기한 것인데, 시청자의 몰입에 방해는커녕 납득을 시킨다. 제작진은 이한별·나나·고현정 등 세 사람의 연기에 일부러 유사성을 두지 않기 위해 촬영 때도 서로의 연기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단순히 나이만 든 게 아니라 살인과 도망, 친구의 죽음, 미혼 출산, 자수와 수감 등의 굵직한 변곡점을 겪기 때문이다.
배우 고현정은 언론 인터뷰에서 작품 제안을 받은 후 심경을 “너무 기뻤다” “항상 비슷한 역할만 했는데 이런 장르물에 3인 1역 작품이 들어오다니, 무조건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표현했다. 10년간 교도소 생활을 한 인물답게 길었던 머리를 숏컷으로 잘랐고, 얼굴에 기미를 그리거나 피칠갑을 하고 현장에 뛰어들었다. 고현정은 미스코리아 선 출신으로 데뷔 때부터 동안 미모로 주목받았지만 “저도 저보다 예쁜 사람에게 치여도 보고 밀려도 봤다. 살을 주체하지 못한 시기도 있었다”면서 “모미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인공 김모미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도 생생하다. 특히 배우 안재홍의 연기 변신이 화제다. 그가 맡은 주오남은 애니메이션 등에 빠져 망상과 집착 증세를 보이는 외골수다. 안재홍은 몸무게를 10kg 늘리고 머리숱이 적어 보이는 특수분장은 물론, 일본어까지 배우며 캐릭터를 완성했다.
또 그의 엄마이자 집요한 복수의 화신인 김경자 역은 배우 염혜란이 찰진 전라도 사투리와 함께 그려냈다. 염혜란은 앞서 올해 초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보여준 절절한 모성애와는 180도 다른, 광기 어린 모성이 핏빛 복수심으로 비화하는 모습을 섬찟하게 연기했다. 고현정은 이들의 연기에 “배우고 싶다. (나는) 한참 멀었다”며 “그런 좋은 자극을 받았다”고 극찬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무려 4시간 ‘그 짓’ 하던 카페 변태男…결국 자수 - 매일경제
- “집 사는거 상당히 조심해야” 한은총재가 경고한 근거는 - 매일경제
- 野 근거 없다던 이재명 일제샴푸···공관 사진에 ‘딱’ 박제 - 매일경제
- 10월2일 임시공휴일 검토...‘6일 연휴’ 행복회로 돌리는 직장인들 - 매일경제
- “오늘밤도 먹고살려고 ‘이짓’ 하는데” 날벼락…잦은 야근에 머리 나빠져? - 매일경제
- “경찰서 견학 왔냐”…모여든 취재진 보고 ‘우와’ 최윤종, 부글부글 - 매일경제
- 日 “오염수 방류, 중국Ⅹ 한국△…야당이 불안 부채질” - 매일경제
- “유사 성행위까지 생방송”…태국서 ‘나라망신’ 유튜버, 구속 기소 - 매일경제
- 화재로 서해안고속도로 향남졸음쉼터 부근 2㎞ 양방향 전면통제 - 매일경제
- 오타니, UCL 파열 진단...남은 시즌 투수 등판 없다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