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소통] 목이 안 좋은 날에도 노래하려면

2023. 8. 2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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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부르기에 좋은 목소리는
성악가에게 1년에 7일만 허락
남은 358일 준비하는 게 프로

에스프레소 마키아토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맛이 인생과 비슷하여 가끔 만들어 마신다. 커피를 즐기는 동안 블루투스 스피커에 연결해 음악을 듣는다. 오늘 선택한 노래는 러네이 플레밍의 'You will never know!(당신은 모를 거야)'. 선천적 언어장애 여성과 괴생명체의 사랑을 다룬 독특한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The Shape of Water)'에 삽입된 곡으로, 영화는 크게 히트하지 못했지만 세계적 오페라 가수 플레밍이 재즈 보컬리스트로 변신해 화제가 됐다.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무대에 섰을 때 거장 게오르크 숄티로부터 더블 크림처럼 깊고 풍부한 목소리라는 찬사를 들었다고 하는데, 이 재즈풍 노래에서는 오히려 초콜릿 맛이 풍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온 경연자들의 샤우팅과 고음 지르기에 지친 귀를 위로하는 듯, 성량과 감정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부르는 게 매력이다.

어릴 때부터 재능이 많아 탄탄대로 인생인 줄 알았더니 그녀 역시 성공의 이면에 좌절과 시련의 연속이 숨어 있었다. 미국에서 출간된 그녀의 책 '내면의 목소리(The Inner Voice)'는 성악가에게 자신만의 목소리를 발견하는 것의 중요성과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명문 줄리아드 음대 대학원에서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독일에서 유학해 저명한 소프라노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의 마스터 클래스에 참가하고 잘츠부르크에서 성악가로 데뷔하게 된다. 의기양양하게 미국에 돌아왔지만, 줄리아드에서 그녀를 지도한 베벌리 존슨은 "네 목소리가 도대체 어떻게 된 거니?"라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독일에서 배운 것은 오페라보다 작은 공연장에서 독일 가곡을 부르기에 적합한 창법으로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에는 좋지만, 오페라로 다져진 목소리는 오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었다. 미국과 독일 스승이 생각하는 차이로 혼란스러웠고 자기만의 목소리에 대한 확신이 없어 무대공포증에 시달릴 정도였다고 한다. 결국 독일에서 배운 창법은 그녀 신체 특성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떤 (훌륭한) 성악 선생도 모든 사람에게 다 적용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위대한 코치는 공통으로 질문(Ask), 경청(Listen), 공감능력(Empathize) 세 가지를 잘한다고 하는데, 줄리아드의 베벌리 존슨이 바로 그런 경우였던 것 같다. 획일적인 지도 방식이 아닌, 그 사람만의 고유한 특징과 스타일을 존중해주고 스스로 발견하게 만들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훌륭한 코치다. 그것은 음악뿐 아니라 글쓰기, 미술, 스포츠, 경영, 스타트업 등 다른 분야에도 적용된다. 아무리 다른 사람이 성공했던 방법이라 하더라도 저마다 특성과 개성이 다르기에 자신에게 최적화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플레밍은 1959년생, 소프라노로서 전성기가 지난 지 오래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무대 위에 있다. 과거의 명성이나 영광으로 먹고살려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녀는 여전히 새로운 영역에 도전 중이다. 화려한 프리마돈나가 아닌 조연도 마다하지 않고 정통 성악이 아닌 재즈 곡도 녹음했다.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저는 여전히 배우고 있어요."

배운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뜻이다. 살려면 변해야 하고, 변한다는 것은 꿈틀거린다는 말의 동의어다. 무대에 서는 사람으로서 감정 기복이 생기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도 물론 있다. 이 회고록에서 프로란 누구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을 읽어본다.

"(성악가에게) 노래 부르기에 정말 좋은 목소리 상태는 1년에 고작 7일 정도라고 합니다. 목소리 상태가 좋을 때는 아쉽게도 공연이 대부분 예정돼 있지 않습니다. 목소리가 좋지 않은 날에도 항상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도록 우리는 준비해야 합니다."

[손관승 리더십과 자기계발 전문 작가 ceonoma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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