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경제산책] 친구 따라 강남 가실래요?

2023. 8. 2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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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주식시장은 참 위험한 시기다. 주변에서 말이 안 되는 투자를 이야기하더라도 이상하게 솔깃하게 들린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나라 주식시장 상황에서는 누구나 그럴 것이다. 예수님도 부처님도 공자님도 주식 투자를 하고 계신다면 마음의 안정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당장 주식 가격이 오르고 내리고 하여 마음이 불안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투자를 잠깐 멈추고 냉정하게 주식시장을 돌아보는 것이 좋겠다. 잘 멈추는 것도 좋은 투자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지난 3년간 주식시장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래프를 보자. 코로나19의 시작과 끝에 걸쳐서 코스피는 낙타 등의 혹처럼 보인다. 2020년 초에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코스피는 9% 하락하더니 갑자기 방향을 바꿔 2021년까지 오히려 상승했다. 코로나19로 경제와 기업이 나빠질 텐데 예상과 다른 움직임이었다. 코스피는 2021년 6월까지 상승해 2020년 저점 대비 무려 88% 수익률을 기록했다.

참고로 이런 고수익에 올라타지 못했다고 기분 나빠 할 필요는 없다. 시장의 저점과 최고점을 미리 알고 투자하는 투자자는 현실에서는 없다고 본다. 코스피는 방향을 다시 아래쪽으로 바꿔 2022년 9월까지 하락하더니 2021년 최고점 대비 35% 하락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주식시장은 소폭의 등락을 보이고 있다. 지난 3년간 주식시장은 말 그대로 급가속과 급제동을 번갈아 하는 롤러코스터를 제대로 탄 것이다.

행동경제학의 전망이론(Prospect Theory)에서는 이렇게 주식시장이 '하락'한 후에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약해지는 것을 발견했다. 이 말의 뜻은 시장이 하락한 후에 주식 투자자들은 더 위험한 투자를 한다는 의미다. 대출을 받아 주식을 더 사는 행동 같은 것이 여기에 포함된다. 미국 펀드매니저들을 상대로 실험을 해 봤다. 그 결과에 따르면 오전 장에서 손실을 본 펀드매니저들은 오후 장에서 위험성이 높은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냉정함과 다양한 경험으로 무장한 펀드매니저들도 주식 투자 손실로 평정심을 잃고 위험한 투자를 하게 되는데, 개인투자자들은 말할 것도 없이 더 위험한 투자를 하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 주식 투자자들이 더더욱 위험한 결정을 하게 하는 것은 주식시장이 '올라갔다가 내려왔다'는 것이다. 이는 앞의 예에서 주식시장이 그냥 '내려가기만 한' 상황보다 더 위험한 투자를 하게 할 수 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투자자들 이성을 흔드는 악인(惡人)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따라하기(Herding)다.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것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과 기관투자자들의 일일 주식 거래에서 개인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들을 매우 따라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개인투자자들의 따라하기는 시장이 하락할 때 더 강해진다. 요즘 2차전지에서 초전도체 관련주로 개인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이 일어난 것도 이러한 따라하기와 관련이 높을 것이다. 그래도 합리적인 분석을 하는 증권사들 보고서에 따르면 2차전지 산업의 중장기 성장성은 확인되지만 지금과 같이 갑자기 생긴 버블이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특정 주식에 대해 '따라하기' 투자는 합리적인 판단이 제한된 상황에서 주변 투자자들을 모방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 전체적으로도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롤러코스터 시장 이후 출현하는 두 명의 악인, 위험회피 감소와 따라하기 증가는 지금 주식시장에 동시에 출현해 투자자들 마음을 흔들고 있다. 외상으로 주식을 사는 증시 미수금이 올해 1월에 1800억원 정도였는데 최근 7700억원대로 증가했다. 이러한 증시 미수금 증가는 2차전지 관련주가 주도하고 있는데, 두 악인이 이러한 미수금 증가를 일으킨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주식 미수금은 2거래일 내에 납입하지 않으면 해당 주식이 강제로 청산되기 때문에 주가 하락 가능성은 높아지고 주식시장을 더 출렁이게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럴 때는 투자를 잠깐 멈추고 냉정하게 시장을 살펴봐야 한다.

이런 글을 쓰다 보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야 말로 귀가 얇아 남들 따라하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도 남들과 비슷하다면 마음이 편해진다.

[김세완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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