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사망 그 후…바그너 그룹 미래는?

노지원 2023. 8. 2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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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뉴스분석
푸틴에 대한 ‘복수’ 목소리도 있지만
충성파 새 지도부 아래 존속하거나
다른 러시아 용병 그룹에 흡수될 듯
24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한 남성이 항공기 추락 사고로 숨진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기리는 임시 추모비에 꽃을 놓고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 용병 집단인 바그너 그룹을 이끌어 온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미심쩍은 항공기 추락 사고로 숨지자 그가 남긴 용병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에 눈길이 쏠린다.

프리고진이 23일(현지시각) 탄 항공기가 추락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의 죽음에 러시아 당국이 관여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군 수뇌부에 반기를 들며 ‘무장 반란’을 일으킨 뒤 두달만에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이 단행한 ‘피의 숙청’의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다.

지도자를 잃은 바그너 그룹 내부에선 러시아 당국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우리는 설명할 수 있다’(Mozhem Obyasnit·모젬 오비아스니트)라는 이름의 한 러시아 텔레그램 뉴스 채널은 바그너 그룹과 관련된 텔레그램 채널 내부의 대화 내용을 인용해 프리고진의 바그너 부하들이 리더의 사망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에 대한 복수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이 정말 러시아에 물리적인 반기를 들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센터 선임연구원은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인터뷰에서 “작은 일들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큰 일은 없을 것이다. 크렘린에 대한 심각한 반발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그너 용병과 일부 지지자들이 프리고진이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를 받아들여 반란을 ‘하루천하’로 끝낸 것에 대해 이미 실망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다음 초점은 누가 프리고진의 뒤를 이어받아 바그너 그룹을 이끌게 되느냐다. 서방 전문가들은 조직 안에 이미 여러 지휘관이 있어 후계 인물을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조아나 드 페레이라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선임 연구원은 영국 비비시 방송에 프리고진의 죽음으로 바그너 그룹이 “개편”될 가능성이 있지만 전반적인 조직 운영은 이전과 다름없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바그너 그룹을 한 사람으로만 볼 게 아니라 아주 많은 머리와 아프리카에서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생태계’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루슬란 트래드 애틀랜틱카운슬 안보 분석가도 이런 의견에 동의하며 러시아군 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과 관련된 인물이 프리고진을 대체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바그너 그룹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언론인 브누아 브링어는 러시아 총정찰국의 안드레이 에버리야노프 장군을 차기 수장의 유력 후보로 꼽기도 했다.

결국 바그너 그룹은 당분간 이전처럼 시리아·아프리카 등에서 활동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들은 시리아·말리·중앙아프리카공화국·리비아 등에서 수익성이 좋은 광산 채굴권을 대가로 현지 정권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하며, 러시아의 아프리카 외교를 떠받치는 기둥 역할을 해왔다.

나아가 푸틴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새 지도부 아래 계속 유지되거나 다른 러시아 용병 그룹에 흡수될 수도 있다. 브링어는 비비시에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의 이익을 높이는 측면에서 “아프리카에서 필수적”이라며 예전 이름을 그대로 쓰지는 않겠지만 “크렘린궁에 충성하는 새 수장과 함께 계속 그곳에 존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그너 그룹에 대한 책을 쓰고 있는 미국 연구자 존 레너는 로이터 통신에 “(아프리카 등 현지에서) 체결된 계약이 남아 있고 이는 계속돼야 한다”며 “(바그너 그룹은) 일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뒤 프리고진은 용병을 이끌고 전면에 나서 동부 전선의 격전지인 솔레다르·바흐무트 등에서 활약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에밀리 페리스는 “바그너 그룹은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 뒤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지 않고 있다”며 “병력은 벨라루스로 갔거나 러시아 국방부에 흡수됐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여전히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저지하고 있는 만큼 “전쟁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지막 변수는 반란이 끝난 뒤 프리고진과 함께 벨라루스로 이동한 이들이다. 이곳엔 한때 약 8천명 병력이 주둔하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영국 가디언은 바그너 용병들이 낮은 임금에 불만을 품고 벨라루스에서 서아프리카로 이동해 남은 병력이 4분의 1 정도라고 전했다. 비비시 등은 위성 사진 분석 결과를 인용해 용병들이 머물던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남동쪽 캠프 일부가 이미 철거됐다고 전했다. 다만 병력이 아예 철수한 것인지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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