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야생동물의 '교감' 서로에게 희망을 주다
최근 국내에서 각종 사육 야생동물이 연이어 탈출했다. 지난 3월 서울 어린이대공원의 얼룩말 세로와 이달 11일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의 침팬지 알렉스와 루디, 14일 경북 고령 민간 목장의 암사자 사순이. 모두 자신이 살던 공간을 벗어났다 다시 포획되거나 사살되는 운명을 맞았다. 동물들의 잇단 탈출에 열악한 사육 환경이 함께 주목받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 과정에서 자주 등장한 단어가 '생크추어리(sanctuary)'다. 보호구역, 피난처를 뜻하는 생크추어리는 최근 들어 '야생동물의 보금자리'라는 의미로 더 많이 인식되고 있다. 1986년 미국의 진 바우어가 버림받은 동물을 위한 '팜 생크추어리(farm sanctuary)'를 세운 뒤 본래 서식지와 가장 유사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의 대명사가 됐다. 밀렵이나 학대, 공장형 축산 등으로 피해를 본 동물을 보호해 궁극적으로 동물도 학대당하지 않고 인간처럼 생명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견해가 반영됐다.
'나와 퓨마의 나날들'은 저자가 볼리비아의 한 생크추어리에 사는 동물과 교감하면서 사랑과 우정을 쌓은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담겼다.
생크추어리에 살고 있는 동물 대부분은 어렸을 때 살 곳을 잃거나 인간의 학대를 받은 탓에 야생에서 사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책에 등장하는 퓨마 '와이라'도 그중 하나였다. 밀렵으로 엄마를 잃은 와이라는 인간이 두려워 철창 바깥으로 나가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와이라는 서서히 자신에게 가깝게 다가오는 인간과 교감을 통해 조금씩 벽을 허물고, 야생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하나둘 터득해간다.
와이라를 비롯해 생크추어리의 동물과 함께 지내면서 한 사람의 삶도 바뀐다. 저자는 잠시 현실 도피를 목적으로 배낭여행을 떠난 볼리비아의 생크추어리에서 15년 넘게 불법 야생동물 밀매에서 구조된 동물을 돌보고, 그들에게 적합한 생활 공간을 마련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인간과 동물이 서로에게 삶의 분기점을 제공한 존재가 된 셈이다. 절망 속에서 살던 아픔을 이겨내고, 인간과 동물이 종(種)의 경계를 넘어 연대할 수 있는 희망을 찾아가는 장면이 따뜻하게 그려졌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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