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 한척 수출보다 낫다···"유지·보수가 진짜 금맥"

박민주 기자 2023. 8. 2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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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Why] 방산에 꽂힌 조선사, MRO 강화 이유는
전체 무기체계 시장 70% 차지
안정적 성능 위해선 MRO 필수
매년 수요도 꾸준해 수익 쏠쏠
건조 이어 정비 경쟁력에 집중
한화·HD현대 등 거점 확대 주력
한화오션이 건조한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사진 제공=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이 필리핀 해군에 인도한 호위함 호세리잘함.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서울경제]

방산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국내 조선사들이 단순 함정 수출을 넘어 유지·정비·보수(MRO)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함정 설계와 건조에 더해 수리·정비까지 지원한다는 점을 내세워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함정은 다양한 무기 체계와 장비를 탑재하는 만큼 전 수명 주기 동안 안정적인 성능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함정 수주에서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은 유지·보수가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군사력 증강으로 함정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만큼 MRO까지 하나의 솔루션으로 제공해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계획이다.

25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042660)은 약 2조 원의 유상증자로 확보하는 자금 중 5000억 원을 해외 생산 거점과 MRO 거점 지분 투자에 쓰기로 했다. 해외에 첫 MRO 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MRO는 군함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어 핵심 요소”라며 “함정 건조 능력 확대와 맞물려 MRO 사업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329180)은 지난해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해외 첫 MRO 거점을 마련하며 일찌감치 사업 확대에 돌입했다. 이곳에서는 앞서 필리핀에 인도한 호위함 2척에 대한 MRO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부품의 적기 공급과 정기적 점검 등 함정 운용 측면에서 호위함 승조원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앞으로 인도 예정인 초계함과 원해 경비함에 대한 MRO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필리핀 정부와 원해 경비함 6척의 건조 계약을 맺었다.

양 사가 함정 설계와 건조를 넘어 수명 주기 관리까지 나선 것은 해외 함정 수주전에서 MRO 경쟁력이 강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함은 단일 무기 체계와는 달리 다양한 전투 및 무기 체계, 장비 등을 탑재한 복합 무기 체계로 전 수명 주기 동안 안정적인 성능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군함 설계와 건조 기술력 못지않게 유지·보수 분야에서도 첨단 기술력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나라의 군함 정비를 맡기는 것은 그만큼 기술력을 인정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함정 수출 시장 공략도 수월해지는 측면이 있다”며 “전 과정을 하나의 솔루션 서비스로 제공하면 그만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박 건조는 시장 상황에 따라 대규모 수주와 일감 절벽을 오가지만 MRO는 매년 꾸준히 이어진다는 장점도 있다. MRO 서비스만으로 창출할 수 있는 수익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무기 체계 전체 시장 규모 중 MRO 사업의 비중은 60∼7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무기 체계 개발과 양산(30~40%)보다 더 큰 시장 규모다.

군함 수출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제 국내 업체들이 노리고 있는 캐나다의 12척 잠수함 수주전 역시 전체 추정 예산 600억 달러의 70%가량이 (1척당 건조 비용 2조 원 예상시) MRO에 할당돼 있다. 시장조사 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올해 566억 6000만 달러(약 75조 원)에서 2028년 624억 달러로 연평균 2%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미 간 방위 사업 논의가 확대되고 있는 점도 국내 조선사들의 MRO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최근 방사청이 미국과 함정 사업 MRO 분야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면서 국내 업체가 미군 해군으로부터 MRO 사업을 수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MRO는 배 한 척 파는 것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미래 사업으로서 가치가 있다”며 “전 세계 군사력 증강에 따라 군함 필요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어 MRO 사업도 따라 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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