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기 시작한 인생, 어디까지 추락할까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8. 2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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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
외모지상주의 사회서 낙오된
인간들의 좌절과 폭력 다뤄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에
한번 보면 멈추기 힘들어
어린 시절 춤추고 주목받는 걸 좋아했지만 '못생긴 외모' 탓에 좌절한 주인공 김모미(배우 이한별)는 신분을 숨긴 채 마스크를 쓰고 인터넷 방송을 한다. 넷플릭스

사회적 낙인 탓에 좌절하고 꼬이기 시작한 사람의 인생이 어디까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을까. 폭력이 폭력을 낳는 광기의 끝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은 외모지상주의에 깔린 불편한 욕망과 민낯을 극한으로 그려내며 질문의 답을 향해 내달린다. 지난 18일 전편 공개 후 사흘 만에 누적 조회 수 280만회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비영어권 시리즈 2위에 올랐다.

여러 인물이 분출해내는 욕망과 살인, 성폭력 등 자극적인 소재로 인해 기괴한 분위기가 흐르는 것도 사실. 그러나 전개에 브레이크 페달은 없다. '마스크걸'은 풍자적 메시지를 한편에 품고, 등장인물 간 갈등을 계속해서 조장한다. 몰입도 높은 연출, 서사를 이해시키는 연기력으로 한 번 재생을 시작하면 멈추기 힘든 작품이다.

2015~2018년 장장 3부에 걸쳐 연재된 웹툰(작가 매미·희세)이 7부작 TV 시리즈로 실사화됐다. 예쁘지 않은 얼굴이 콤플렉스인 여성 직장인 김모미는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과 신분을 가리고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던 중 돌이킬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다.

특히 TV 시리즈는 회차별로 김모미를 비롯한 주변 인물 한 명의 서사에 집중하는 '멀티 플롯' 구조를 택했다. 회차마다 화자가 바뀌며 각 캐릭터의 입장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하나의 사건도 여러 관점에서 비춘다. 예를 들어 마스크걸 김모미는 누군가에겐 극악무도한 살인자이자 평생 증오와 복수의 대상인데 또 다른 누군가에겐 연민 혹은 동경, 그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만큼 김모미는 전형적으로 선한 인물과는 거리가 멀다. 연출을 맡은 김용훈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웹툰에서는 모미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는데, 실사화됐을 때 (시청자가) 계속 따라갈 수 있을까 고민이었다"고 털어놨다. "원작은 표면적으로 외모지상주의를 이야기하지만 그 저변에서 인간의 다중성과 양면성을 다뤘어요. 선과 악, 미와 추 같은 개념은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상대적이죠. 그래서 이 작품에도 멀티플롯 구조가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지나도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이야기니까요."

강렬한 캐릭터와 이를 십분 살린 배우들의 열연도 화제다. 먼저 주인공 김모미는 신인 배우 이한별에 이어 나나, 고현정이 각 나이대에 따라 연기했다. 여기에 마스크를 쓰고 인터넷 방송을 하며 춤추는 장면은 모델 지지안, 깜찍했던 어린 시절과 연예인을 꿈꾸다 좌절한 청소년 시기는 각각 배우 이하린, 하주애가 연기했다. 극중 한 인물을 3인, 더 나아가 실제로는 6인이 소화한 셈이다.

혼자서 극을 끌고 가기에도 존재감이 뚜렷한 배우들이 한 명의 일대기를 나눠 연기한 것인데, 시청자의 몰입에 방해는커녕 납득을 시킨다. 제작진은 이한별·나나·고현정 등 세 사람의 연기에 일부러 유사성을 두지 않기 위해 촬영 때도 서로의 연기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단순히 나이만 든 게 아니라 살인과 도망, 친구의 죽음, 미혼 출산, 자수와 수감 등 굵직한 변곡점을 겪기 때문이다.

배우 고현정은 언론 인터뷰에서 작품 제안을 받은 후 심경을 "너무 기뻤다" "항상 비슷한 역할만 했는데 이런 장르물에 3인 1역 작품이 들어오다니, 무조건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표현했다. 10년간 교도소 생활을 한 인물답게 길었던 머리를 짧게 잘랐고, 얼굴에 기미를 그리거나 피 칠갑을 하고 현장에 뛰어들었다. 고현정은 미스코리아 선 출신으로 데뷔 때부터 동안 미모로 주목받았지만 "저도 저보다 예쁜 사람에게 치여도 보고 밀려도 봤다. 살을 주체하지 못한 시기도 있었다"면서 "모미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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