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오면 서울은… 세계적 거장들의 캔버스가 된다
9월 서울은 '별들의 전쟁'이 펼쳐지는 미술 도시가 된다. 9월 6~9일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서울 갤러리가 일제히 새 전시를 개막하는 '프리즈 위크'가 찾아온다. 이 기간 알렉산더 콜더, 데이비드 호크니 등 '억' 소리가 나는 대표작을 기획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또 도널드 저드, 요제프 보이스, 알렉스 카츠, 데이비드 살레 등 서구 거장이 앞다퉈 개인전을 연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작가 나라 요시토모, 애니시 커푸어 등도 맞불을 놓는다. 세계적 미술관에 방문해야 만날 수 있었던 작가가 서울에 일제히 집결하는 것이다.
한국에 자리 잡은 해외 대형 갤러리는 서울에서 간판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페이스갤러리 서울(9월 5일~10월 21일)에서는 나라 요시토모, 로버트 나바 두 간판 작가의 개인전을 열어 팬을 설레게 하고 있다. 새 전속 작가가 된 데이비드 번의 드로잉 전시도 개최된다. 네오팝을 대표하는 작가인 나라 요시토모의 'Ceramic Works'는 2005년 이후 첫 한국 개인전으로 도자기 140점과 드로잉 30점을 전시한다. 반항적인 표정의 귀여운 소녀 이미지로 각인된 그의 색다른 면모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작가의 공간과 사유의 정수를 보여줄 수 있는 설치 작업도 꾸며진다.
로버트 나바의 'Tornado Rose'는 아시아 첫 개인전으로 회화 신작 6점을 건다. 예일대에서 배운 관습을 모두 버린 채 '나쁜 회화'에 몰두하며 스프레이 페인트, 아크릴, 유성 연필 등의 재료로 생생하고 활기차게 구성된 그의 그림은 고급 예술의 허영에 반항하는 장난기 가득한 솔직함을 발산한다. 작가 3명은 모두 이번 프리즈 위크에 서울을 방문한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는 요제프 보이스와 도널드 저드 두 거장의 2인전(9월 4일~10월 20일)을 연다. '순간의 축적'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요제프 보이스의 드로잉과 조각 작품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개념미술가이자 교사, 정치 활동가였던 요제프 보이스는 자신의 개념적 사고를 구체화하는 주요 수단으로 드로잉을 적극 활용했다. 동식물, 풍경, 인물, 여성 누드까지 작가 관심사의 변천을 목도하게 해주며 암호처럼 숨겨진 상징을 찾는 재미를 선사한다.
알루미늄과 유리로 만든 격자가 순수한 조형미의 정점을 보여주는 도널드 저드가 10년 만에 선보인 개인전은 저드재단 예술감독 플래빈 저드가 기획했다. 올해로 95세가 된 대표적인 미니멀리즘 작가가 1960년대 초반 이후 30년에 걸쳐 걸어온 여정을 아우르는 전시다. 작업 세계에 초석이 되어준 희귀한 회화 작품을 입체 작업과 함께 소개하고, 1991년 한국에 방문해 개념화한 목판화 세트 20점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전시한다.
글래드스톤 갤러리도 미국을 대표하는 96세 거장 알렉스 카츠의 개인전(9월 5일~10월 21일)을 연다. 인물화를 주로 그리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꽃' 시리즈를 선보이며, 한국 정서를 서정적으로 표현한 나태주 시인의 '풀꽃' 등 여러 한국 시인 작품을 도록에 싣는다.
리만머핀은 화가이자 저자, 큐레이터로 전방위적 활동을 펼치는 데이비드 살레의 개인전 'World People'(9월 5일~10월 28일)을 연다. 최신작 'Tree of Life' 연작을 소개하는 전시다. 직관적 구도 속에 미국 만화가 피터 아르노 삽화풍 인물과 추상적 이미지 등 이질적 화법과 요소를 배치한 작품을 선보인다. 다양한 서사가 숨어 있는 연작을 통해 작품을 보는 다양한 관점을 선사한다. "작은 연극 무대를 연출한다"고 말해온 작가는 경쾌한 캐리커처 같은 인물을 통해 예술과 삶의 문제를 극적으로 연출한다.
'얼굴 없는 작가' 뱅크시의 300억원짜리 문제작 '사랑은 휴지통에'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기획전을 선보이는 소더비에 맞서 필립스옥션도 특별전을 통해 화려한 진용을 꾸렸다. 한화생명의 후원으로 송원아트센터에서 특별전 'Briefly Gorgeous: 잠시 매혹적인'(9월 1~9일)을 열어 알렉산더 콜더, 데이비드 호크니, 스콧 칸, 헤르난 바스 등 블루칩 작가를 대거 동원한다. 빛과 그림자를 마법처럼 다루는 환상적인 구상화를 그리는 스콧 칸을 만날 흔치 않은 기회다.
이 밖에 한국의 이유라, 오세, 김호재와 수전 첸, 힐데 린 헬펜슈타인, 카이판 왕 등 신진 작가를 포함해 30명 이상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의 공동 큐레이터인 조앤 터커는 "좋든 싫든 인생의 모든 것은 일시적이다. 이번 전시로 순간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에서 20세기와 동시대 미술 및 시계 부문 홍콩 가을 경매의 하이라이트 작품도 소개한다. 추정가 50억원을 호가하는 니컬러스 파티의 정물화 등이 공수돼 실물을 만날 수 있다.
크리스티도 현대카드와 손잡고 9월 5~7일 서울 한남동 전시 문화 공간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20세기 미술을 대표하는 장 미셸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의 2인전을 연다. 10여 점의 가격만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가 넘는 '억' 소리 나는 대작이 온다. 장 미셸 바스키아의 1982년 작으로 2021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약 472억원에 팔린 '전사(Warrior)'와 앤디 워홀의 상징적 작품으로 잘 알려진 '자화상(Self-Portrait)' 등을 만날 수 있다. 장 미셸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은 영감을 주고받은 예술적 동지로, 두 사람의 2인전은 국내에서 1991년 이후 처음이다.
영국 화이트 큐브는 서울 강남구에 '화이트 큐브 서울'을 개관하며 9월 5일 개관전을 열어 12월 21일까지 전시를 이어간다. '영혼의 형상'을 주제로 세계적 작가 7인의 그룹전을 기획해 철학, 형이상학, 인간 행동의 동기를 탐구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화랑도 서울에 팝업 갤러리를 연다. 전통을 자랑하는 런던 리슨갤러리는 북촌 이음 더 플레이스에서 애니시 커푸어, 라이언 갠더 등의 팝업 전시 'Time Curve'(9월 2~10일)를 연다. 아이웨이웨이, 세라 커닝햄, 라이언 갠더, 시라제 후시아리, 애니시 커푸어, 오토봉 응캉가, 로르 프루보, 숀 스컬리 등 기성 작가와 신진 작가를 함께 소개한다. 시간 흐름에 대한 우리의 다양한 인식을 주제로 다룬다. 특히 세라 커닝햄은 올여름 런던 리슨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 데 이어 한국 관객에게 처음으로 작품을 선보인다.
독일 베를린에 소재한 화랑 스프루스 마거스(8월 31일~9월 14일)도 서울 한남동 마이플레저 빌딩 3층에 팝업 갤러리를 열고 기획전 'Mondi Possibili'를 야심 차게 준비한다. 전속 작가 존 발데사리, 카오페이, 제니 홀저, 바버라 크루거 등 화려한 라인업을 꾸렸다. 주제처럼 '가능한 세계'를 열어주는 장난스러운 방식의 새로운 미술을 선보인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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