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사형투표' 박해진·임지연, 카메라 너머에 던진 메시지 [ST포커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국민 참여 투표를 통한 '사형'이라는 파격 소재로 주목받았던 드라마 '국민사형투표'가 작품이 품은 메시지와 고민을 점차 드러내기 시작했다. 카메라 너머 누군가에게 질문과 경고를 던지면서 말이다.
24일 방송된 SBS 목요 드라마 '국민사형투표'(극본 조윤영·연출 박신우) 3회에서는 '개탈'에 의해 목숨을 잃을 뻔한 김무찬(박해진)의 모습이 그려졌다.
사형투표 2차 타깃을 폭발물이 실린 차량에 태운 '개탈'을 막기 위해, 김무찬은 직접 차량을 몰고 주택가를 벗어난 운동장으로 향했다. 김무찬은 범죄자를 다시 법정에 세우겠다며 '개탈'을 회유했지만, 이내 차량이 폭발하면서 현장에 있던 모두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후 경찰이 차량에 탑승해 있었음에도 차량을 폭발시킨 '개탈'에 대한 여론은 크게 악화됐다. 국민을 위해 일하던 경찰이 무고하게 희생됐다며 '개탈'을 영웅처럼 생각하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김무찬은 생명에 지장 없이 타박상만 입은 상태였다. 이는 '개탈'에 의해 범죄자를 사회에 풀어놓은 집단이 돼버린 검경 및 사법부에 대한 위신을 세우고, 사형 투표의 명분을 지우기 위한 언론 플레이의 일환이었다.
다만 이 사실이 드러나기 전, 주현(임지연)은 동생 주민(권아름)에게 물었다. "아직도 '개탈'이 옳다고 생각하니?"라고 동생을 향해 질문을 던진 주현 얼굴 정면이 이번엔 카메라에 가득 채워졌다. 그러면서 계속해 시선을 정면에 두고 "다들 정신차려. 그 X끼는 범죄자다"고 힘주어 말했다.
주현은 뉴스가 나오는 TV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겠으나, 카메라 너머의 무언가에 시선을 던지고 있는 듯한 표정이다. 이러한 구도는 방송 말미, 김무찬(박해진)에 의해 다시 한번 포착된다.
'개탈'은 "썩을 대로 썩은 대한민국 경찰은 이제 가짜뉴스로 전 국민을 희롱합니다. 의도를 왜곡하고 저를 무고한 경찰을 다치게 한 파렴치한으로 몰고 있다"면서 "김무찬 팀장 당신의 정의는 무엇을 위한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와 함께 살아서 현장을 빠져나오는 김무찬의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되고, 취재진이 김무찬에게 엄청난 질문을 쏟아냈다.
취재진 앞에 선 김무찬은 질문에 답하는 게 아니라 카메라를 정면에서 똑바로 응시하며 '개탈' 혹은 카메라 너머의 누군가에 "착각하지 마. 당신. 영웅 아니야"라고 지적했다.
드라마·영화 등에서는 배우가 카메라와 눈을 마주치는 일이 흔하지 않기에 3화 초반과 후반에 나온 두 배우의 아이컨택은 커다란 인상을 남겼다. 특히나 힘주어 말하는 모습에서 카메라 너머 누군가에게 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두 사람은 어떤 메시지와 질문을, 카메라 너머 대체 누구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일지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다.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박해진은 김무찬 역시 마냥 정의로운 캐릭터는 아니라며 "선과 경계에 있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순간에는 '개탈'을 응원하게 될 수도, 경찰을 응원하게 될 수도 있다. '개탈'과 경찰 각각의 이면을 지켜봐달라"고 귀띔했는데, 그의 이야기가 와닿는 한 회차였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국민사형투표'는 사법에 대한 불신이 낳은 사적 제재를 소재로 한다. '교화'라는 명목의 가해자 인권을 더 우선시하는 결과에 불만을 품은 '개탈'이 돈을 이용해 법망을 교묘히 피한 이들을 '사형'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전에도 '사적 복수'로 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긴 작품은 많았지만, '국민사형투표'에는 더 나아가 정의는 무엇이며 누가 영웅이고 악질범인가에 대한 고민이 녹아있다. 사회에 확실한 악인만 있다면 다행이지만, 범죄자를 잡기 위해 여론을 선동한 김무찬처럼 입체적인 인간이 사형 재판대에 오르게 된다면 과연 시청자는 어떻게 투표를 내리고 누굴 응원하게될까. 선과 악의 경계에서 사적 제재의 딜레마와 한계를 마주한 캐릭터들은 '개탈은 진정한 영웅인가?'라는 질문에 어떤 답을 내릴지 더욱 궁금해진다.
한편 '국민사형투표'는 매주 목요일 밤 9시 방송된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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