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이끌어 가는 성악가’ 신델라…클래식으로 요리한 대중음악의 오마카세 [양형모의 일일공프로젝트]

양형모 기자 2023. 8. 2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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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델라의 위드 유’ 콘서트, 23일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 열려
클래식 창법으로 부르는 팝, 대중가요, 민요 “신델라의 음악적 융합”
100여 회 공연, 뮤직나눔 활동에 학생 지도까지…가장 바쁜 성악가
경계가 무너지고, 장르와 장르가 서로에게 스며드는 시대. 누군가 말했다. “이젠 아티스트가 곧 장르인 시대”라고.

클래식 음악도 그들만의 성문을 열고 나온 지 오래다.

요즘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방송사의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경우 성악가들을 빼면 아예 제작이 불가능할 정도다.

성악을 전공하고, 심지어 유럽 오페라 시장에서 주목 받던 정통 성악가들이 각종 방송, 콘서트, 무대에서 팝, 가요를 ‘멋지고 예술적’으로 불러 대중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소프라노 신델라의 콘서트를 다녀왔다.

‘신델라의 위드 유(With You)’라는 제목의 이 콘서트는 8월 23일 서울 삼성동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열렸다.

서울대 음대를 나와 조수미가 다닌 학교로도 유명한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음악원 성악과를 조기졸업하고 2006년 귀국해 국내 활동을 시작한 신델라는 요즘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에서 가장 바쁜 성악가’로 꼽힌다.

연간 100여 회가 넘는 공연 스케줄이 이를 입증한다. 이 와중에 그는 사단법인 뮤직나눔을 설립해 보육원, 장애인 보호시설, 복지관 등을 찾아다니며 음악을 나누는 중이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델라의 정체성은 ‘클래식 성악가’에 있다.

오페라 아리아, 가곡 뿐만 아니라 팝, 칸초네, 샹송에다 발라드, 록, 트로트에 이르는 대중가요까지 레퍼토리로 삼아 ‘무장르 소프라노’로 불리는 그이지만 아래로 눈을 돌려보면 이 모든 것들이 클래식의 뿌리에서 수분과 양분을 빨아 올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어떻게 그는 시대를 이끄는 성악가가 될 수 있었나

신델라는 성악가로서 초일류의 기량과 아름다운 음색을 지닌 소프라노다.

하늘하늘 날아오르는 듯한 청량감, 사르르 녹아 사라지는 바이브레이션의 여운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

흥미로운 점은 신델라는 어떤 장르를 갖다 놓아도 자신이 평생 몸에 익히고 새긴 클래식 창법으로 연주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활동 초기에 본인이 확고히 다짐해 둔 바 있다.

다시 말해 신델라는 ‘팝을 팝의 창법으로’, ‘가요를 가요의 창법으로’가 아니라, 클래식 성악가로서 클래식의 창법으로 팝과 가요를 부르는 ‘소프라노’인 것이다.

신델라의 이러한 시도는 모든 장르가 융합되는 것이 미덕인 트렌드에 또 하나의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세계의 각기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모아 전 세계인이 인지하고 존중하는 클래식이라는 거대한 포트에 넣고 끓이는 것이다. 그 결과 이 모든 음악들은 고유의 개성과 재미를 유지하면서 클래식 특유의 품격과 미를 통해 예술적 진화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신델라의 음악적 성과 중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며, 그가 현재 시대를 이끌어 가는 성악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신델라와 동료들은 대중음악 콘서트의 이미지를 훌쩍 넘어 선 고품질의 공연으로 관객과 만나는 중이다. 팝 콘서트와 정통 클래식 공연 사이의 어디쯤엔가 놓여 있을 이들의 공연은 대중음악 공연의 개방감과 소통, 클래식 공연의 품위와 음악적 퀄리티를 모두 갖고 있다.

이날 콘서트에서 신델라는 ‘영혼의 동반자들’ 같은 델라벨라 싱어즈, 델라벨라 밴드와 함께 가곡, 민요, 팝에 발라드, 트로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관객에게 선물했다.

델라벨라 싱어즈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테너 2명, 바리톤 2명으로 구성된 정통 성악가들이다.

델라벨라 밴드의 구성은 좀 더 노골적으로 신델라의 음악적 지향점을 드러낸다. 락킹한 기타, 재즈 냄새가 물씬 나는 드럼에 클래시컬한 피아노, 수줍은 트럼펫(놀랍지 않은가?), 플루트처럼 트릴을 휘갈겨 버린 대금. 여기에 이 모든 소리를 풍성하게 감싸는 엘렉톤까지.

‘어떻게 이런 연주자들을 모아 놓았을까’ 싶을 정도로 장르적 공통점이 없는 이들이 조합해 낸 사운드는 ‘무장르 소프라노’ 신델라의 노래를 더욱 세련되고 풍성한 드라마로 만들어 주었다.

콘서트를 보며 흥미로웠던 점, 하나 더.

평소보다 무대 가까운 자리에서 신델라의 노래를 감상하고 있자니 어느 순간엔가 덜컥 ‘어, 지금까지 내가 잘못 듣고 있었나’ 싶어졌던 것이다.

신델라 특유의 밝음이 이날에는 미묘한 잿빛을 감싸안고 있었다.

비가 그쳐 습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 어둠이 조금씩 스며드는 안개 속으로 멀어져 가는 기차의 뒷 모습. 노래만큼이나 길게 느껴졌던 여운.

틀림없이 그의 소리가 달라졌다기보다는, 더 깊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를 이끄는 성악가는 또 이렇게 나아가고 있었다.

‘이제 인터미션인가’ 싶었는데 앙코르 곡이 나와버렸던 이날의 콘서트.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발걸음이 사뿐 사뿐해 보였다.

이게 신델라의 음악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i 사진제공 | 사단법인 뮤직나눔

※ 일일공프로젝트는 ‘일주일에 한편은 공연을 보자’는 대국민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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