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0번=성기능 0점, "말 안돼"…'디지털 발기능 측정' 나선 의사

박정렬 기자 2023. 8. 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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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에게 성 기능은 자신감이다.

많은 남성이 음경(성기)의 크기와 발기 능력, 강직도에 목을 매는 이유다.

조 교수는 "혈관 건강이 나빠지면 직경이 좁은 음경동맥부터 타격을 받아 발기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결국 심장과 가까운 큰 혈관이 막히게 된다"며 "즉, 급성심근경색과 같은 치명적인 심장병의 전조 증상이 바로 성기능 장애"라고 설명했다.

남성 종양학을 다룬 그가 수년 전부터 발기 능력을 측정하는 의료기기 개발을 고민해 온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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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조정기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남성에게 성 기능은 자신감이다. 많은 남성이 음경(성기)의 크기와 발기 능력, 강직도에 목을 매는 이유다. 하지만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조정기 교수는 성 기능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 발기부전과 같은 성기능 장애는 사실 자기도 잘 모르는 '건강 신호'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조정기 교수가 성 기능 측정의 한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한양대병원


남성에게 성 기능은 숨기고 싶은 비밀이다. 오죽하면 발기부전과 같은 성 기능 장애를 '고개 숙인 남성' '말 못 할 고통'이라 부를까. 자기 경험은 부풀려 자랑하면서 정작 관리가 필요한 성 기능 장애는 감추기 일쑤다. 의외로 남성의 '발기 능력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방법도 아직 없다. 병원에서는 국제 발기능 측정 설문지(IIEF)를 토대로 주치의와 상담을 통해 성 기능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뿐이다. 잠자기 전 성기에 우표를 고리처럼 감고 잤다가 일어났을 때 이것이 찢어졌는지 확인하는 '우표 검사'가 지금도 쓰이지만, 반복 검사가 불가능해 정확도가 낮다는 한계가 있다. 리지스캔(Rigiscan)이란 장비로 수면 중 발기 능력과 강직도를 측정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업데이트 후 수입 업체에서 사용 허가를 연장하지 않아 사실상 '불법'이다.

가장 많이 쓰는 IIEF는 과거를 떠올리는 방식이란 점에서 측정 오류(Recall Bias)에서 자유롭지 않다. 자세히 살펴보면 설문 문항도 불명확하다. "지난 일주일 중에 성관계를 몇 번이나 하셨습니까"란 질문에 '0회'인 사람이 많지만, 이들은 성 기능도 '0점'인 셈이다.

국제 발기능 측정 설문지(IIEF) 문항.


발기부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삶의 질을 좌우하는 동시에 심장병 등 만성질환을 조기에 알리는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혈관 건강이 나빠지면 직경이 좁은 음경동맥부터 타격을 받아 발기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결국 심장과 가까운 큰 혈관이 막히게 된다"며 "즉, 급성심근경색과 같은 치명적인 심장병의 전조 증상이 바로 성기능 장애"라고 설명했다. 암 치료 예후와도 관련이 깊다. 그는 "특히, 고령층에 발병률이 높은 전립선암의 치료 후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부작용이 발기부전"이라며 "혈관과 신경을 최대한 보존하며 수술하고 조기에 비아그라 등을 먹으면 치료 후에도 발기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데, 지금은 발기 능력을 제대로 측정할 수 없다 보니 객관적으로 치료 효과를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남성 종양학을 다룬 그가 수년 전부터 발기 능력을 측정하는 의료기기 개발을 고민해 온 배경이다. 2020년 국가 과제를 수주해 'JK BTnS'란 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나선 그는 최근 동국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가속도, 신축성(Stretchable) 센서 등을 탑재한 디지털 발기능 측정기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1월 시제품이 나온다. 콘돔 형태로 성기에 씌운 후 크기에 따라 변하는 저항값을 토대로 길이와 강직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일반인도 무리 없이 사용할 만큼 조작이 쉽고 간편하다.

조 교수는 "집에서 혈압을 측정하듯 발기 능력을 측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 기능만 꾸준히 파악해도 남성 갱년기를 효과적으로 진단하고 혈관 건강도 손쉽게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비아그라 등 발기부전 치료제의 효과를 측정해 정확한 용법·용량을 설정하고 보험 적용 기준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이 기술을 발전시켜 혈관 재생을 통한 음경 재활 기기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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