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타트업 붐 주춤? 그래도 될 곳은 된다[K비즈니스 가이드]

김영우 2023. 8. 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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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억 인구가 기다리는 글로벌 시장은 무한한 기회의 땅입니다. 본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KOTRA)는 K팝, K뷰티, K푸드 등의 뒤를 이은 새로운 K트렌드의 등장을 응원하기 위한 공동기획, ‘K비즈니스 가이드’를 준비했습니다. KOTRA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경제 정보 포탈인 ‘KOTRA 해외시장뉴스’에 최근 올라온 소식 중, 주목할 만한 것을 소개합니다. 이와 더불어 각종 용어에 대한 해설,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분석을 덧붙여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자 합니다.

출처=셔터스톡

참고: 일본의 스타트업 정책과 시장 기회는(2023.50.04, KOTRA)2023년 1분기 美 스타트업 투자 동향 분석(2023.05.11, KOTRA)2023년 프랑스 스타트업 투자유치 동향(2023.07.18, KOTRA) 2023년 상반기, 투자 유치에 성공한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5(2023.07.26)

요약: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최고조를 기록했던 스타트업 대상 투자액이 올해 상반기 들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음. 특히 미국과 서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시장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짐. 반면, 이런 와중에도 친환경 기반의 ‘클린테크’ 분야가 선전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로 대표되는 신흥공업국 스타트업은 각 지역의 특성에 최적화된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로 성과를 내고 있는 점이 눈에 띔.

[IT동아 김영우 기자] 혁신적인 기술, 그리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앞세워 시장에 도전하는 새내기들이 있습니다. 바로 ‘스타트업(Startup)’이라고 불리는 신생 기업들이죠.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는 비교적 최근부터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따지고 보면 이전에도 이런 기업들은 있었습니다.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라는 ‘공돌이’ 청년 두 명이 의기투합, 차고 한 구석에서 컴퓨터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 ‘애플’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죠.

다만, 스타트업 분야에서 이런 성공신화를 쓴 건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의욕과 아이디어가 넘치더라도 기업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자본과 인력이 필요하며,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시장을 보는 안목까지 갖춰야 합니다. 그래서 태반의 스타트업은 창업 3~5년 후에 만나게 되는 ‘죽음의 계곡(The valley of death)’이라고 불리는 어려운 시기를 넘기지 못하고 사라지게 되죠. 이런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한 정말 극소수의 스타트업만이 이른바 ‘유니콘’으로 불리는 10억 달러 가치 이상의 우량 기업으로 성장이 가능합니다.

한편 각국의 정부, 그리고 기관 및 기업들은 참신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신생 기업 진흥 정책과 더불어 ‘인큐베이터’, ‘엑셀러레이터’ 등으로 불리는 스타트업 육성 단체들이 등장했으며, 스타트업 투자 전문 집단인 ‘벤처캐피탈’이라는 개념도 자리잡았죠. 뿐만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창업 초기 스타트업에 자금 지원과 경영 지도를 해주는 ‘엔젤투자자’들도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극심했던 2020년 전후, 이런 스타트업 관련 시장의 관심도는 최고조에 달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2023년 현재, 글로벌 스타트업 관련 생태계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요?

북미 스타트업 투자 건수의 변화(단위: 건) / 출처= 크런치베이스

최근 5~7월 사이에 KOTRA에서 발표한 각국의 스타트업 투자유치 동향 보고서를 살펴보면 글로벌 스타트업 관련 현황이 그다지 신통치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글로벌 스타트업 데이터베이스인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북미 스타트업 투자 금액은 463억 달러로, 전년 같은 시기 대비 46%나 감소했습니다. 스타트업 투자 건수 역시 전년도 같은 시기 대비 48%나 감소한 2,370건에 그치는 등, 전반적인 하락세가 완연했죠.

특히 이 시기에는 스타트업 분야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유니콘 기업이 불과 13개사만 추가되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0%나 감소한 것입니다. 이름 그대로 희귀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죠.

이런 현상은 다른 나라를 다룬 보고서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회계법인 EY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프랑스 스타트업 투자 유치는 42억 6000만 유로 수준이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9%가 감소한 것입니다.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하다 처음으로 투자 감소를 기록한 것이라 더욱 놀랍습니다. 또한 같은 시기 독일 스타트업은 총 39억 유로, 영국 스타트업은 총 69억 8,000만 유로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이 역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 62%가 감소한 것입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스타트업 투자액의 2022 상반기/2023년 상반기 비교(단위: 십억 유로) / 출처=EY

이렇게 스타트업 관련 투자세가 하락한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존재합니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이유는 이자율 상승에 따른 자금 조달의 어려움,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 위축을 들고 있습니다. 그 외에 지난 수년 간 투자를 받아 주식 시장에 상장한 스타트업의 주식 가격이 하락한 탓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요.

반면, 지난 수년 간의 스타트업 붐이 오히려 비정상적이었고, 지금은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는 과정이니 각 기업간 옥석이 가려진다면 다시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시절과 같이 유동성이 넘치고 금리가 극히 낮은 시기가 다시 찾아올 가능성은 낮으므로, 아주 드라마틱한 급상승을 기대하긴 힘들다는 의견은 거의 공통적이죠.

한편, 산업별로 살펴보면 이런 와중에 선전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른바 ‘클린테크(CleanTech)’로 불리는 친환경 관련 스타트업입니다. 여기에는 신재생에너지, 탄소중립, 친환경 모빌리티, 환경 친화형 농업이나 식품산업 등을 포함합니다. 프랑스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2023년 상반기 대부분의 스타트업 산업 분야가 투자 감소를 기록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클린테크 분야만 11억 7,000만 유로의 투자를 이끌어내 전년 동기(9억 2,600만 유로) 대비 성장했습니다.

최근 투자 유치에 성공한 프랑스 스타트업 ‘DualSun’이 선보인 하이브리드 태양광 패널 / 출처=DualSun

참고로 프랑스 클린테크 분야의 2022년 투자유치 기록을 살펴보면, 모빌리티 부분이 전기차 산업의 성장 및 따른 충전소 수요 증가에 힘입어 총 8억5700만 유로로 1위를 차지했고, 그 다음으로 서비스 부분(4억7900만 유로), 재생에너지 및 농업기술, 저장(3억 유로) 순으로 높은 비율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글로벌 산업 전반의 트렌드가 된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와도 연관되어 있지요. 재무적 성과를 넘어, 환경 친화성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까지 반영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한다는 의미입니다. 단순히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많이 파는 것을 넘어, 지구의 미래 및 소외된 계층까지 생각하는 ‘착한’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탓이죠.

그리고 선진국의 스타트업 분야가 다소 숨 고르기를 하는 동안, 제3세계 및 신흥공업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상대적으로 활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는 문화나 인구구조의 차이에도 기인합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2억 7,000만명의 인구 중 MZ 세대의 비중이 40%에 이를 정도로 젊은이들이 많으며, 그만큼 새로운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경제 규모는 2022년 770억 달러 규모지만 2025년에는 약 2배 성장한 1,30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한 이런 곳의 스타트업은 기존 선진국 시장에선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틈새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3년 상반기 투자유치에 성공한 인도네시아의 주요 스타트업을 살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vermos’사의 경우, 이슬람권에서 수요가 높은 할랄(이슬람 율법을 지키며 생산) 제품 전문 모바일 커머스 플랫폼을 2018년에 선보인 바 있습니다. 2023년 상반기에만 3,900만 달러, 누적으로는 7,7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죠.

서민형 노점 ‘와룽’을 통해 콘텐츠를 다운로드하는 인도네시아 OTT 플랫폼 ‘Migo’ / 출처=Migo

또 다른 인도네시아 스타트업인 ‘Migo’사는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은 지역에 특화된 OTT 플랫폼을 개발해 성과를 냈습니다. 이 서비스는 ‘와룽’이라고 부르는 서민형 노점을 방문해 콘텐츠를 다운로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췄습니다. 덕분에 인터넷이 되지 않거나 접속 속도가 느린 곳에서도 원활하게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으며, 통신 요금 절약 효과도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인기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2,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성공했죠.

한편,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노리는 각국 정부 및 기관에서는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정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일본은 기시다 내각이 출범한 2021년 10월, 스타트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스타트업 창출 원년’을 선포했죠. 그리고 2022년 말에는 향후 5년 이내에 스타트업을 10배로 늘린다는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는 혁신 스타트업의 연구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보조금을 확대하고, 국내외 벤처캐피탈에 대한 공적 기관의 출자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그 외에도 자금 융자를 받는 과정에서 개인보증이나 부동산 담보가 필요하지 않은 새로운 신용보증 제도의 창설, 교육 기관 대상 10조 엔 규모 펀드 조성을 통해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인재 육성을 강화한다는 등의 정책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역시 2022년 6월 파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박람회인 비바테크(Viva Tech)에서 2030년까지 25개의 클린테크 기업을 포함한 유니콘 스타트업 100개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2023년 2월 프렌치 테크 10주년 축하 행사에서는, 2025년까지 프렌치테크 기업에서 100개의 산업부지를 설립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죠. ‘프렌티 테크(French Tech)’란 프랑스 첨단 스타트업의 육성 및 해외 진출을 돕는 정책을 뜻합니다.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는 급상승기를 지나 조정기에 접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스타트업이 품은 가능성에 주목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보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공공기관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KOTRA에서는 혁신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사업’을 지속하고 있지요. 이는 글로벌 기업의 혁신기술 수요를 파악하고, 적합한 관련 스타트업을 모집하며, 이들을 글로벌 기업과 연결해주는 연중사업입니다. 자신이 보유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이라면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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