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점유율·주가 하락’ 네이버, 생성형 AI 승부수로 과거 명성 찾을까… “한국어 특화 이상의 경쟁력 필요”

안상희 기자 2023. 8. 25. 15: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검색 점유율 2015년 70%대 후반서 올해 60% 아래로
주가 역시 2021년 말 40만원대에서 현재 20만원대 머물러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로 검색 시장 입지 회복할까
그래픽=손민균

‘58.14%’

네이버의 국내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올해 8월 22일까지 집계)이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2015년 점유율이 80%에 육박한 것과 비교하면 장악력이 크게 줄었다. 네이버 위상이 위축된 것은 MZ세대(1980~2000년생)를 중심으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으로 정보를 찾는 수단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웹사이트 분석 업체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2020년 50%로 내려앉은 후 줄곧 50~60%대를 유지하고 있다.

주가 역시 흐름이 좋지 않다. 2021년 말 40만원대를 찍은 네이버 주가는 현재 20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네이버는 지난 24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단(DAN) 23′ 컨퍼런스를 통해 초거대 인공지능(AI)으로 분류되는 대규모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다. 네이버는 생성형 AI 사업이 검색, 모바일 전환, 이커머스, 소셜과의 경쟁에 이어 네이버의 제4의 전환기를 이끌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생성형 AI가 네이버의 선두 지위를 더욱 굳건히 해줄지 주목된다.

김명주 서울여자대학교 바른AI연구센터장은 “전 세계 검색엔진 1위 업체 구글이 ‘바드’를,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빙’을 선보이며 검색 전쟁을 펼치는데 네이버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생성형 AI를 해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점유율을 빼앗아 오기 위해서뿐 아니라 더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생성형 AI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그래픽=손민균

◇ 빅테크와 경쟁하는 토종 생성형 AI… 언어 차별화 이상의 것 필요

오픈AI가 지난해 11월 챗GPT를 처음 선보인 이후 빅테크간 생성형 AI 패권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MS 외에 구글·메타·테슬라·애플·엔비디아·아마존이, 중국에서는 바이두·알리바바가 초거대 AI 개발에 뛰어들었다. 한국형 AI 대전도 치열하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 데 이어 카카오도 연내 ‘코(ko)GPT 2.0′을 선보일 계획이다, KT(믿음)·SK텔레콤(에이닷)·LG(엑사원)·엔씨소프트(바르코)도 앞다퉈 LLM을 선보이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LLM은 AI가 사전 학습한 데이터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생성형 AI의 기반 기술이다.

네이버는 이론적으로 글로벌 빅테크의 생성형 AI가 한국어로 질문을 하면 이를 번역해 입력되고, 답변 역시 번역이 되어 돌아와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더 돌려야 해 시간과 돈이 더 많이 든다고 한다. 빅테크의 생성형 AI는 번역 과정을 거치면서 토종 생성형 AI보다 토큰(token)을 더 많이 사용한다는 이야기다. 토큰은 말뭉치의 최소 단위다. 토큰이 많으면 생성형 AI의 연산 시간과 과정이 길어진다. 네이버는 토종 생성형 AI가 한국어 학습 데이터 수 자체가 많다고 설명한다. 하이퍼클로바X는 챗GPT 대비 한국어를 6500배 이상 학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빅테크의 생성형 AI보다 하이퍼클로바X가 한국어에 능한 것은 물론 한국 문화와 맥락 숙어에도 강점이 있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자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생성형 AI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해외 빅테크 업체와 전면승부를 고수해서는 큰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고 한다. 초거대 AI가 자생적으로 학습하는 구조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어를 더 학습하고, 현재 기준으로 토큰을 덜 사용하는 것만으로 차별점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진형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메타가 최근 100여개 언어를 통·번역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선보인 것만 감안해도 단순히 한국어를 잘한다는 것 외에 차별화 요소가 필요하다”며 “사용 편리성이 월등하거나 가격 경쟁력이 있든지, 혹은 이용자의 사업 경쟁력을 높여주는 요소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호텔에서 회사의 새로운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는 '단(DAN) 23'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네이버

◇ 하이퍼클로바X, 광범위한 서비스 데이터 강점… 미국 외 제3국 공략해야

24년간 축적된 데이터는 네이버의 차별점이 될 전망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또한 네이버가 하나의 플랫폼에서 검색·쇼핑·지도·예약·지식인·리뷰·블로그·카페·결제를 아우르는 유일무이한 플랫폼인 점을 강조했다. 서비스 범위와 양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양질의 데이터 축적이 가능하고, 갱신되는 데이터는 생성형 AI 시대에 경쟁력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챗GPT가 포털 서비스가 아닌 독자적 서비스이고, 구글도 검색만 중심으로 하는 회사인 반면 네이버는 국내 시장에서 온갖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하이퍼클로바X의 성능이 별로이면 실망감이 크겠지만, 괜찮다면 기존 서비스와 잘 스며들어 서비스 확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빅테크와 정면승부를 하기보다 전략적으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명주 서울여자대학교 바른AI연구센터장은 “네이버의 생성형 AI가 영어는 따라잡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한글에 대한 답변은 더 정확하고 잘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토종 생성형 AI가 자본으로 빅테크를 이기기 힘든 상황에서 오히려 미국 기업을 선호하지 않는 제3의 국가를 중심으로 K컬처를 앞세워 접근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 말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의 생성형 AI가 B2B(기업간거래)뿐 아니라 B2C(기업·소비자간거래), C2C(소비자간거래)에 얼마나 잘 스며들지에 따라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 회복이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수연 대표는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과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내부적으로를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보지만, 생성형 AI를 통해 점유율과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