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학대살해' 계모, 1심 징역 17년…방청객 "안 부끄럽나"분노(종합)

박아론 기자 2023. 8. 2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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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캠 영상 남기고 남편에 학대사실 알려…살인고의성 없어"
"부끄럽지 않나" 1심 판단 후 방청객 고성·야유 분노 표출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친부 B씨(39, 왼쪽)와 계모 A씨(42)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12살 의붓아들을 1년간 학대해 숨지게 한 계모에게 살인죄가 인정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장기간 학대로 숨지게 했다는 '치사죄'만 인정해 검찰이 구형한 사형에 이르지 않는 낮은 형을 선고했다. 방임 혐의를 일부 부인한 친부는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돼 실형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제15형사부(재판장 류호중)는 25일 오후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 살해,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상습아동유기, 방임 혐의 구속기소된 A씨(42)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또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및 상습아동유기, 방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친부 B씨(39)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A씨와 B씨에게 각각 80시간의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관련기관에 10년간의 취업제한을 각각 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A는 주거지 내 (범죄사실을 비추고 있는)홈캠을 제거하지 않았고 피고인 B에게 폭행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며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면 증거영상을 없애거나 다른 사람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법의학자와 전문의 소견에 비춰 사망의 원인이 (사망 직전 다친)뇌손상이 아닌, 전신에 걸친 다박적 손상에 축적돼 발생한 것으로 보여 살인은 무죄로 판단하되, 치사죄가 공소사실에 포함돼 있는 만큼 공소장 변경 없이 치사죄로 의율해 판단했다"며 "의료진도 응급환자의 죽음을 쉽게 예견할 수 없는데, 일반인인 피고인 A 역시도 사망 직전 피해자가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 먹는 등 일상생활을 했기에 그 사망에 대해 예견 가능성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B와의 사이에서 낳은 친자식 2명에게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애정을 보였는데, 피해아동에 대한 스트레스와 불만을 살인을 통해 벗어나고자 했다고 보기에는 가정을 파괴하려 할만한 동기도 부족하다고 보인다"며 "다만 피해아동을 자신의 분노 표출의 대상으로 여기며 잔혹한 가혹행위를 일삼은 점을 토대로 상당 기간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판시했다.

B씨에 대해서는 "피고인 A의 폭행을 인지하고도 친부로써 역할을 하지 않고 오히려 체벌과 욕설을 하며 피고인 A의 범행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그럼에도 학대를 알지 못했다고 책임회피에 급급했으나, 학대 횟수가 그리 많다고는 보기 힘든 점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앞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사형을, B씨에게 징역 10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하반신에서 200여개의 자창이 발견되는 등 10년 이상 검사 일을 하면서 이렇게 죽어간 아이를 본 적 없다"며 "정인이 사건을 참고했다"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A씨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고, 예견 가능성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B씨도 방임 중 일부 혐의를 부인하며 공방을 이어갔다.

재판부는 A씨에 관련해서는 △(범행 장면이 담긴)홈캠 영상을 삭제하지 않은 점 △남편인 B씨에게 학대 사실을 알린 점 △사망의 원인은 장기간 학대라는 전문가 소견 △피해아동을 살해해 가정을 파괴할 이유가 보이지 않는 점을 종합해 살인이 아닌 치사죄를 적용해 1심 판단을 내렸다.

A씨의 권고형량은 징역 7년~26년10개월15일이다. B씨의 권고형은 징역 5년3개월~7년10개월15일이다.

이날 A씨는 수감 중 출산한 아이를 안은 채 법정에 들어섰다. A씨와 B씨는 모두 판결 선고가 내려지자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법정을 가득 메운 방청객들은 1심 선고가 나자 예상보다 낮은 형량에 분노를 터뜨렸다. 방청객들은 1심 재판부를 향해 "부끄럽지 않나" "말이 되나"라며 고성과 야유를 보냈다. 재판부는 분노를 터뜨리는 방청객들로 인해 잠시 휴정하고 A씨와 B씨를 퇴정조치한 뒤, 다시 재개해 재판을 이어가야 했다.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한 아파트 주거지에서 의붓아들 C군(사망 당시 11세)을 때리고 장기간 학대와 방임을 해오다가 올 2월7일 살해하고, B씨는 같은 기간 C군을 상습학대하고 방임한 혐의로 기소됐다.

C군은 1년여에 걸친 장기간 학대로 8㎏이 감소해 사망 당시 키는 148㎝, 몸무게는 29.5㎏에 불과했다.

조사 결과 B씨는 2018년 5월 A씨와 인천 남동구 소재 한 아파트에서 동거하기 시작하면서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C군을 함께 양육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22년 4월 유산 후 C군에게 탓을 돌렸고, B씨도 가정불화의 원인을 C군 탓으로 생각해 학대를 이어오다가 끝내 숨지게 했다. A씨 등은 성경 필사를 시키거나 최대 16시간 동안 책상 의자에 결박하고 홈캠으로 감시하는 등 가혹한 체벌을 이어왔다.

C군의 일기장에서는 '무릎을 꿇고 벌을 섰다' '근신했다' '성경 필사를 했다'는 등의 학대를 받은 사실이 가득 적혀 있었고, A씨에게 반성문을 쓰듯 사죄와 용서를 구하는 글도 다수 발견됐다.

A씨는 C군 사망 이후 인터넷 검색창에 '아동학대'를 검색하기도 한 사실도 드러났다.

aron031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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