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소금 코너'…오염수 방류 개시하자 대형마트 휩쓴 '불안 심리'

조아서 기자 2023. 8. 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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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사러 왔더니 다 팔려서 오전 일찍 다시 왔어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개시한 다음날인 25일 오전 10시.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아직까지 수산물 매출에 큰 영향은 없었지만 어제 방류가 시작된 만큼 불안 심리로 인한 매출 타격이 본격화될 수 있다"면서 "다가오는 추석에 수산 선물세트부터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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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염 두달째 품귀, 수산물은 비축분만 안심
어린 자녀 둔 주부들 김, 건어물 등 사재기 목록 공유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가 개시된 가운데 25일 오전 부산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수산물을 고르고 있다.2023.8.25/뉴스1 ⓒ News1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어제 사러 왔더니 다 팔려서 오전 일찍 다시 왔어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개시한 다음날인 25일 오전 10시.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A대형마트는 오픈과 동시에 수산물 코너로 향하는 소비자들로 아침부터 북적였다.

수산물 코너 곳곳에는 '냉동·해동 수산물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전 사전 비축된 상품입니다', ‘'정부의 방사능 검사 결과 지금 확인해보세요', '일본산 수산물을 미취급하고 있습니다' 등 안내 문구가 게시돼 있었다.

개점 20분 전부터 마트 오프런을 준비한 우 모씨(70대)는 "그 전까지는 불안한 마음만 있었는데 어제 뉴스로 방류했다는 소식을 접하니 진짜 내 일로 와닿더라"면서 "고기를 잘 먹지 않아서 주로 생선 요리로 식탁을 채우곤 했는데 당분간은 풀떼기만 먹어야겠다"고 한숨 쉬었다.

생물 꽃게 한 팩을 카트에 담은 한 소비자는 "어제저녁에 마트에 왔는데 수산물 코너에 사람도 많았고, 다양한 종류의 수산물이 동이 나 구매하지 못했다"며 "다들 어제나 오늘까지는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 같다. 오픈하자마자 이른 시간에 마트를 찾았는데도 이렇게 몰릴 줄 몰랐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틀째인 25일 부산 한 대형마트 진열대에서 소금 상품이 모두 품절됐다.2023.8.25/뉴스1 ⓒ News1 조아서 기자

손님들이 몰린 건 수산물 코너만이 아니었다. 천일염뿐 아니라 소금 코너 전체가 텅빈 마트도 더러 있었다.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B대형마트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가시화된 지난 6월 이후 2개월째 천일염은 물론 맛소금, 꽃소금, 굵은 소금 등 소금 상품 수급이 어려워져 소금 코너가 사라졌다.

이날도 텅 비어있던 소금 상품 진열대에는 다양한 종류의 설탕 제품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인근 C마트 역시 지난 6월 이후 천일염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트 관계자는 "지난 6월 천일염 대란 이후 10kg짜리 제품은 지금까지 공급되지 않고 있다"면서 "그나마 진열대에 남아있는 500g짜리 제품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하루 뒤인 25일 한 소비자가 다양한 김 상품을 사재기하고 있는 모습.2023.8.25/뉴스1 ⓒ News1 조아서 기자

이날 마트 곳곳에서는 조미김을 사는 주부들이 눈에 띄었다.

초등학생 5학년 자녀를 둔 김 모씨(40대)는 김밥김, 김가루, 조미김 등 총 20여 봉지를 장 바구니에 담았다.

김씨는 "아무래도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걱정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엄마들끼리 애들한테 생선을 먹여야 되냐는 걱정스런 말이 나온지는 몇달째인데 어제 방류 개시를 뉴스로 보고 우려가 현실이 됐다 싶었다"면서 "수산물을 고를 때도 원산지를 살펴보고, 방사능 검사 여부 등을 따져가며 구매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부산의 한 맘카페 회원들은 건어물, 조미김, 냉동해물믹스 등 사재기 목록을 공유하며 비축분 마련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25일 찾은 부산 한 대형 마트에서 천일염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2023.8.25/뉴스1 ⓒ News1 조아서 기자

이와 달리 수산물 소비를 꺼리지 않는다는 소비자들로 더러 있었다.

이날 고등어 한 팩을 고른 한 소비자는 "방사능 검사도 철저히 한다고 하니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면서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되지만 근거 없는 불안 심리가 퍼지면 수산업 종사자는 물론 일반 경제에도 더 악영향을 줄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아직까지 수산물 매출에 큰 영향은 없었지만 어제 방류가 시작된 만큼 불안 심리로 인한 매출 타격이 본격화될 수 있다"면서 "다가오는 추석에 수산 선물세트부터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ase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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