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공백 막았지만···“꼼수·금권선거 우려”

김희래 기자(raykim@mk.co.kr) 2023. 8. 2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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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모임허용 기준 ‘25명’
식당 나눠 25명 4팀 불러놓고
한번에 100명 인사 해도 ok
돈많은 현역이 총선서 유리할 듯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연합뉴스]
여야 합의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지역 유지나 현역 국회의원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조직·금권 선거가 부활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정안이 선거 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임을 허용하면서 애매하고 모호한 ‘인원 수’ 기준을 뒀기 때문이다.

2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제103조의 3항은 ‘누구든지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야유회 또는 참가 인원이 25명을 초과하는 그 밖의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야유회에 해당하지 않으면서 ‘참가 인원이 25명을 넘지 않는 그 밖의 집회나 모임’은 개최를 허용한 것이다. 기존 선거법은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집회나 모임을 금지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상당수 법조인 출신 의원들은 “조직을 동원한 금권선거가 판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선거법 제103조 3항은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간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균형을 방지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장치였는데, 이번 법 개정이 이를 무력화했다는 것이다.

법조인 출신 한 여당 의원은 “식당 한 곳에 25명씩 네 곳을 예약하고 지역 조직을 동원해 주민들을 끌어 모으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며 “후보자가 시간대별로 식당을 돌아가면서 인사하면 100명에게 인사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법문에 ‘25명’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기 때문에 조직만 받쳐 준다면 쪼개기 모임으로 하루에도 수백명에게 어필할 수 있다”며 “모임 비용을 건너건너 후보자 쪽에서 대는 경우도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당 관계자는 “지역에 가면 ‘내 사람’으로 알려진 지역 유력가들이 있다”며 “그 사람들이 매일 25명씩 모아놓고 밥을 사준다고 생각해보라. 선거 얘기 안 한다고 해도,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내가 사주는 밥 먹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 조직이 강한 현역 의원이나 돈 많은 후보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법 개정은 수사기관의 선거법 수사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선거수사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해당 조항 관련) 과거엔 모임 자체가 불법이어서 위법성 여부가 명확했지만, 이제는 모임 인원을 정확히 따져야 하고, 25명이 모여있다 뒤늦게 1~2명이 합류한 경우 등 애매한 경우가 많아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방송인 김어준씨는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토크 콘서트’를 개최한 것이 공직선거법 위반이란 법원 판단이 나오자 선거법 제103조 3항 등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7월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이번 선거법 개정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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