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받으려면 스스로 할 일 찾아라"…최태원의 '혁신 드라이브'

최경민 기자 2023. 8. 2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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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회장이 24일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3'에서 구성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는 최근 '원고'가 크게 의미 없다고 한다. 어떤 자리에서든 준비된 연설이 아니라 즉흥적인 발언을 선호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고민도, 하고 싶은 말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정유·통신 등 그룹의 기존 주력사업이 일제히 부진의 늪에 빠졌지만, 인공지능(AI)·이차전지·수소·친환경소재 등 신사업 투자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수비와 공격을 모두 신경써야 하는 상황에 처했기에 고뇌가 깊을 수밖에 없다.

지난 21~24일 SK그룹이 진행한 이천포럼의 마지막 날에 현장을 찾은 최 회장은 직원들을 향한 메시지를 쏟아냈다. 역시 준비된 발언을 하기 보다 대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말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부한 것은 '직원 혁신'이다. 6월 확대경영회의와 10월 CEO 세미나를 잇는 중요 행사인 이천포럼에서 기존의 행동을 답습해서는 혁신이 불가능하니, 개개인이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제는 성장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하고, 주어진 일을 잘 하는 사람보다는 스스로 할 일을 찾아 하는 사람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며 "구성원들이 계속 목소리를 내고 소통하며 전에 없던 변화 과제를 도출하고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야 문제를 모으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SK그룹은 이런 '직원 혁신'을 돕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에 나섰다. 유연근무제에 힘을 주기로 한 것이다. 이천포럼을 앞두고 SK그룹 8개 계열사 14개 팀 200여명은 근무시간과 공간 등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실험을 했는데, 이 유연근무제가 생산성·협업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결과가 나왔다. SK그룹 관계자는 "근무 장소와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그룹 내에서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는 '사업 혁신'이 도마 위에 올랐었다. 축구의 세트플레이처럼, 다양한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해 나가는 '시나리오 플래닝 경영'의 개념을 제시했다. 글로벌 전환기에 예기치 못한 위기, 혹은 기회 요인에 전 그룹이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2023 확대경영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SK그룹

그는 그룹의 글로벌 전략 재점검을 당부하면서 "그동안 추진해온 파이낸셜 스토리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에 맞춰 조직과 자산, 설비투자, 운영비용 등을 신속하고도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경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달 사이에 '사업'과 '직원' 모두에게 능동적 혁신을 당부한 것이다. 그는 이천포럼에서 "세상의 변화가 너무 빨라 회사도 과거의 성장 공식이 통하지 않고, 개인의 성장 방법도 정해진 답을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경영자의 위기감이 읽힌다.

이제 시선은 오는 10월 CEO세미나로 모아진다. CEO세미나는 연말 인사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는 행사로 손꼽힌다. SK그룹은 CEO세미나 후 11월 연간 성과 평가를 거친 다음 12월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발표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 회장이 어느 분야에, 어떤 수준으로 '혁신'을 당부할 지 여부에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은 "구성원이 어떤 변화를 원하는지 파악해 10월 CEO세미나의 경영과제를 도출하는 과정에 반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경영전략 방향성 중 예측 가능한 것은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변함없는 공격적 투자'다. 최 회장은 지난 확대경영회의에서 사업 수익성 및 자금 흐름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탄소 제로' 사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천포럼에서는 "탄소제로 제품이 비싸도 '가치' 때문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니 이제는 물건이 아니라 가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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