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척도, 이제는 ‘BMI’ 아닌 ‘WWI’로 판단

서애리 2023. 8. 2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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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질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체형 문제를 넘어 사망률을 높이는 질병으로 규정했고, 미국의사협회도 2013년 비만을 질병으로 선언했다. 특히 내장지방량이 많아 발생하는 복부비만은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병부터 요실금과 우울증까지 건강 전반에 나쁜 영향을 준다. 비만은 체지방 증가로 대사 이상이 발생한 상태로, 우리나라는 비만 여부를 체질량지수(BMI)로 진단한다.

체질량지수는 몸무게(kg)를 키의 제곱(m)으로 나눈 값으로, 비만 판정에 흔히 쓰인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확성과 효용성의 문제점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BMI처럼 고가의 장비는 필요 없으면서도 정확도는 더 높은 새로운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의학계에서 강조돼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체질량지수와 허리둘레를 합친 차세대 건강 지표가 등장했다.

비만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BMI 한계 보완한 새로운 지표 ‘WWI’ 개발
고려대 통계학과 박유성 교수팀,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남훈, 김경진 교수팀이 새로운 체성분 지표를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체중 보정 허리둘레 지수(Weight-adjusted Waist Index, WWI)'는 허리둘레를 체중의 제곱근으로 나눠 계산한다. BMI처럼 고가의 장비 없이 간단한 계산으로 비만 등을 판단할 수 있다.

김남훈 교수팀은 2008~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통해 한국인 50세 이상 남성 및 폐경 후 여성 5,983명의 기록을 분석했다. 5,983명 중 남성은 3,034명, 여성은 2,949명이었다. 연구팀은 체중, 총체지방률, 팔다리 근육량, 콜레스테롤, 혈압, 허리둘레, 골밀도, 8시간 공복 혈당 등을 확인했다. 그 결과, WWI 수치가 높을수록 체지방이 높고 근육량과 골밀도가 낮았다. 이는 WWI가 지방, 근육, 골밀도와 같은 체성분과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남성은 10.4, 여성은 10.5이면 건강한 체성분지수를 예측하는 최적의 기준점이 된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WWI가 기존 연구에서 인종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지표로, BMI를 넘어 보다 보편적인 건강 지표로서의 활용이 입증됐다. BMI는 각각의 체성분(지방, 근육, 골밀도)을 명확하게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BMI의 한계를 보완한 지표가 바로 WWI인 셈이다. 연구팀은 "WWI가 통합적 지표로서 더 널리 활용되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전신쇠약 근감소증과 근육저널(Journal of Cachexia Sarcopenia and Muscle' 최신호에 게재됐다.

BMI 정상이어도 허리둘레 따라 비만일 수도

비만은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섭취량이 많을 때 생기는데, 체중이 증가하면 허리둘레가 같이 증가한다. 따라서 복부비만을 진단할 때는 허리둘레가 남성은 90cm 이상, 여성은 85cm 이상을 기준으로 삼는다. 복부비만은 활동량 부족으로 인한 내장 지방량 증가가 주원인이다. 내장지방은 에너지가 부족할 때 가장 빨리 소비할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에 살이 찌면 배가 나오게 된다. 우리나라는 중증비만 유병률은 높지 않지만, 경도 및 중등도 비만이면서 복부비만 형태가 많다. 같은 비만이라도 내장지방의 축적이 심한 복부비만은 질병의 합병증 위험률을 높인다. 최근에는 대사증후군 개념과 함께 관련 연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상체중인 경우에도 대사 이상,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의 발생이 높아 대사적으로 비만인 경우가 있다. 특히 내장지방의 축적이 심할 경우에는 체중에 관계없이 심혈관질환과 대사증후군 위험도가 높아진다. 복부비만은 복강 내 내장지방량 증가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 이상, 이상지혈증, 고혈압, 당뇨, 관상동맥질환 등 대사증후군을 발생시키며, 대장암이나 유방암, 전립선암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 이외에도 역류성 식도염, 치매까지 복부비만의 동반질환으로 꼽힌다.

하루 열량 섭취 목표 세우고 규칙적인 근력 키우는 운동 병행해야
비만으로 진단되면 다학제 진료를 통해 치료 전 평가, 동반 질환 확인, 영양상담을 진행하며 체중감소를 위한 생활습관 개선과 개인별 맞춤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특히 무리한 체중 감량은 반복적인 요요현상을 겪으며 살이 더 찌는 체질로 바뀔 수 있어 체중 감량 후 최소 1년 이상은 체중이 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중 관리를 위해서는 하루 열량 섭취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비만학회 비만관리지침은 하루 열량 목표를 여성 1,200~1,500kcal, 남성은 1,500~1,800kcal로 하거나 하루 필요 열량보다 여성은 500kcal, 남성은 750kcal를 적게 섭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칼로리 섭취 조절과 함께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운동은 체중과 체지방률, 내장지방을 감소시키고 신체 능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다만 자신에게 맞지 않는 운동은 다양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운동을 찾고 꾸준히 하면 좋다. 체중 관리를 할 때 우울증과 스트레스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스트레스 관리 역시 필수다. 특히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분비가 많아지면 단 음식을 갈망하게 되고, 폭식을 유발할 수 있다.

하이닥 가정의학과 상담의사 손유나 원장(닥터손유나의원)은 "복부에 한번 쌓인 지방은 원활하게 감량이 어렵기 때문에 식단과 운동 등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며 "기본적으로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과 스트레칭 특히, 근력을 키워야 체지방이 잘 쌓이지 않고 건강하게 감량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손유나 원장 (닥터손유나의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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