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오른쪽 날개는 앞으로, 왼쪽 날개는 뒤로 가면 그 새는 떨어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오른쪽 날개는 앞으로 가려고 그러고 왼쪽 날개는 뒤로 가려고 그런다면 그 새는 날 수 없고 떨어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회 및 2기 출범식 인사말에서 “시대착오적인 그런 투쟁과 혁명과 그런 사기적 이념에 우리가 굴복하거나 거기에 휩쓸리는 것은 결코 진보가 아니고, 한쪽의 날개가 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사회에서 오른쪽 날개가 상징하는 보수는 문제가 없고 왼쪽 날개인 진보가 문제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야당과 진보 진영을 겨냥해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이라고 맹비난을 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통합이 아니라 이념 대결을 부각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고 리영희 선생의 저서인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의 문구를 빌려 진보 진영은 새의 왼쪽 날개, 보수 진영은 새의 오른쪽 날개에 비유했다. 윤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라고 하는 두 가지의 방향이 좀 다릅니다마는, 그런 진영 간에 어떤 대립과 갈등, 또 건설적인 경쟁, 이런 것들이 벌써 한 200여 년 전부터 있어 왔다”며 “새가 하늘을 날려면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가 다 필요하다라고 이것을 빗대어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날아가는 방향이 같아야 오른쪽 날개와 왼쪽 날개가 힘을 합쳐서 그 방향으로 날 수 있는 것”이라며 “어떤 새는 앞으로 가려고 하고 어떤 새는 뒤로 가려고 하는데, 오른쪽 날개는 앞으로 가려고 그러고 왼쪽 날개는 뒤로 가려고 그런다면 그 새는 날 수 없고 떨어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이 모두 어떤 쪽이든, 어떻게 조화를 하든 날아가는 방향, 우리가 가야 하는 방향은 일치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더 자유로운 가운데 더 풍요롭고 더 높은 문화와 문명 수준을 누리는 것이, 그리고 우리가 함께 이 지구에서 사는 모든 인류와 평화롭고 번영되는 그런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결국 우리의 방향인 것”이라며 “시대착오적인 그런 투쟁과 혁명과 그런 사기적 이념에 우리가 굴복하거나 거기에 휩쓸리는 것은 결코 진보가 아니고, 한쪽의 날개가 될 수 없다는 점은 우리가 국민통합을 추진해 나가는 모든 분들이 공감을 해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을 종합하면 야당 등 진보 진영은 근본적으로 ‘방향’이 틀렸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렇기 때문에 왼쪽 날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발언을 마무리하며 “우리 사회가 자유, 평화, 번영 그리고 인권과 법치를 지향하는 사회로서, 우리 모두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완벽한 자유인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애쓰고 고민하는 위원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민통합위 김한길 위원장 및 각 위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2기 위원회의 신규 민간위원 13명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새는 한쪽 날개로만 날 수 없지만 다른 목소리를 부정하고 한쪽 날개로만 날아오르려던 사람이 누구입니까? 바로 윤석열 대통령 본인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자신의 국정철학을 따르느냐 따르지 않느냐로 구분 짓고, 반대하는 쪽은 무조건 차별하고 무참히 탄압해 왔다”며 “국민통합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지금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건 자꾸만 사회의 한쪽 날개를 꺾으려 들고 거대한 퇴행을 자행하는 대통령의 행보에 원인이 있다”며 “날아가는 방향이 같지 않아 보이는 건 대통령이 홀로 뒤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또 “끊임없이 진보 진영을 적대시·악마화하는 언설로 혼자만의 외로운 이념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그러나 철 지난 색깔론과 상대 진영을 겁박하는 반쪽짜리 대통령의 행보로는 절대 대한민국의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