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라심포지엄] “양자컴 경쟁력, 큐비트 수 아니라 오류정정 기술력에 달려있다”

강릉=이종현 기자 2023. 8. 2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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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 규모 커지며 오류 정정 기술 확보 중요해져
1000큐비트급 양자컴퓨터 개발 나선 한국, 오류 정정 계획 없어
KIST·KISTI 융합연구단, 광 기반 오류 정정 기술 확보 추진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6월 27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아트홀에서 열린 양자과학기술 전략 보고회에서 양자경제 실현 위한 3단계 발전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양자과학기술 전략은 2030년대 초반까지 1000큐비트(qbit)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50큐비트급 양자컴퓨터를 먼저 내놓겠다는 계획도 함께였다. 얼핏 도전적이면서도 양자컴퓨터 기술 선도국을 빠르게 추격하겠다는 과감한 목표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기정통부의 구상에 의구심을 표한다. 양자컴퓨터의 상용화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인 ‘오류 정정’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가 양자과학기술 전략을 발표하면서 공개한 11페이지의 보도자료에는 ‘오류 정정’이라는 표현 자체가 등장하지 않는다. 오류율을 0.5% 이하로 낮추겠다는 언급이 지나가듯 나오지만 구체적인 전략이나 계획은 없다. 정부가 예타 사업으로 추진하는 50큐비트급 양자컴퓨터 개발에도 오류 정정 기술 개발은 빠져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류 정정 빠진 양자컴퓨터는 의미 없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23일부터 25일까지 강릉 분원에서 개최한 제18회 아슬라 심포지엄에 참석한 해외 양자컴퓨팅 전문가들은 ‘오류 정정’이 빠진 양자컴퓨터 개발 계획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광 기반 양자컴퓨팅’을 주제로 열렸는데, 전 세계에서 양자컴퓨터를 연구하는 연구자와 기업 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였다. 조선비즈는 공식 미디어 후원사로 참여했다.

캐나다의 양자컴퓨팅 회사인 자나두(Xanadu)의 최고과학책임자(CSO) 기욤 도피네(Guillaume Dauphinais)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양자 컴퓨터가 유용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큐비트에 많은 수의 연산을 적용해야 하는데 양자 시스템의 특성상 연산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며 “오류가 누적되고 무작위적으로 답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오류 정정을 통해 오류가 발생한 큐비트를 논리적인 큐비트로 인코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류 정정은 양자컴퓨터에서 필수적인 분야”라고 강조했다.

오류를 일으키는 시스템의 잡음(noise)을 감수하고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는 방식도 있다. NISQ(noisy intermediate-scale quantum)가 대표적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노이즈가 있는 중간 규모의 양자컴퓨터’다. 하지만 NISQ를 활용하는 연구자들도 최근에는 오류 정정이 필수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싱가포르의 과학기술청인 ‘A*STAR’에서 양자컴퓨터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키쇼르 바티(Kishor Bharti) 연구원은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NISQ는 미래에는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NISQ는 오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실제 연구에는 양자컴퓨터보다는 고성능컴퓨터(HPC)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과학기술청 'A*STAR'에서 양자컴퓨터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키쇼르 바티(Kishor Bharti·왼쪽) 연구원과 도쿄대에서 광 기반 양자컴퓨팅을 연구하는 다케다 슌타로 교수. 두 사람은 양자컴퓨팅에서 오류 정정이 핵심적인 기술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KIST

도쿄대에서 광 기반 양자컴퓨팅을 연구하는 다케다 슌타로 교수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작은 스케일의 양자컴퓨터가 유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어렵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며 “다시 큰 규모의 양자컴퓨터로 전 세계 연구진이 움직이고 있는데 규모가 커지면 양자 오류도 덩달아 커지기 때문에 오류 정정 기술은 필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칠 것이냐 안고 갈 것이냐… 다른 길 걷는 구글과 IBM

초전도 기반의 양자컴퓨터 개발을 주도하는 구글과 IBM이 오류 정정 문제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한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레오니드 프리아드코 미국 캘리포니아대 물리천문학과 교수와 구글 양자 인공지능(AI)팀은 지난 2월 2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양자 오류 정정 시스템의 첫 시연에 성공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양자 오류 정정은 이론물리학자들이 개발한 개념으로 정보 한 개의 큐비트를 담을 때 물리적 큐비트는 여러 개를 써서 양자컴퓨터가 여러 큐비트를 활용해 오류를 정정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일부 큐비트를 아예 처음부터 다른 큐비트의 오류를 수정하는 용도로 할당하는 것이다.

구글 양자 AI팀은 큐비트 5개와 3개로 만든 로지컬 큐비트로 오류 정정을 구현했다. 로지컬 큐비트는 여러 개의 큐비트를 조합해 하나의 큐비트처럼 기능하도록 만든 것을 말한다. 큐비트 5개로 만든 로지컬 큐비트에 자신들의 오류 정정 시스템을 적용한 뒤 오류 발생 확률을 계산하자 2.914±0.016%가 나왔다. 반면 큐비트 3개로 만든 로지컬 큐비트의 오류 발생 확률은 3.028±0.023%가 나왔다. 큐비트가 늘어날수록 오류 발생 확률도 늘어나는 게 일반적인데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구글의 오류 정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의미다.

구글이 개발한 양자컴퓨터 '시커모어(Sycamore)'. /Google Quantum AI

구글은 이 방식으로 17개의 큐비트를 사용해 한 번에 하나의 오류를 복구했고, 더 큰 버전에서는 49개의 큐비트를 써서 두 개의 오류를 동시에 복구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레오니드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양자 오류 정정 시스템을 적용해 양자 컴퓨터의 논리적 오류 발생 가능성을 억제하는 과정의 첫 번째 발걸음이 성공한 셈”이라고 했다.

반면 IBM은 오류를 정정하지 않고 양자컴퓨터의 성능을 높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 오류 자체를 정정하기보다는 오류를 유발하는 노이즈를 특정한 뒤 이를 제거하는 프로그래밍을 짜는 방식이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IBM은 이 기술을 활용해 기존의 슈퍼컴퓨터로는 불가능했던 시뮬레이션(컴퓨터 모의실험) 모델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6월 1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이 연구에 참여한 김영석 IBM 연구소 박사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오류를 정정하기보다는 있는 상태로 그대로 계산을 한 뒤에 오류가 포함된 결과 자체를 수정하는 방식”이라며 “결국 양자 오류를 정정하는 방식으로 가야겠지만 그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니까 그 중간에 갭을 오류 완화 방식으로 메워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자 오류라는 문제를 받은 구글과 IBM이 네이처에 서로 다른 해답을 제시한 셈이다. 구글이 오류 정정에 정면 도전을 하고 있다면, 이미 양자컴퓨터를 판매하고 있는 IBM은 상용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IBM의 방식은 임시방편일 뿐 진정한 상용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게 물리학계의 평가다.

IBM 양자 컴퓨터가 실제 물리학 시뮬레이션에서 기존 슈퍼컴퓨터를 능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실린 네이처 표지./Nature

◇전략기술되는 양자컴퓨팅… 독자적인 오류 정정 기술 개발 서둘러야

한국에도 양자컴퓨터 오류 정정에 도전하는 연구자들이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융합연구단을 꾸리고 광 기반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융합연구의 정식 명칭은 ‘광학계 기반 오류정정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이다. 오류 정정을 사업 이름에 넣을 정도로 중요한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융합연구단을 준비하고 있는 이승우 KIST 양자정보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융합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연구가 마무리되는 9년 뒤에는 한국이 독자적인 양자 오류 정정의 핵심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결국에는 오류 정정이 양자컴퓨터가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류훈 KISTI 책임연구원도 이론이나 실험실 수준의 양자컴퓨터가 아니라 실제 유용한 연구나 실험에 쓸 수 있는 양자컴퓨터를 만들려면 처음부터 오류 정정 기술을 함께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류 책임연구원은 “광 기반이든 초전도든 어떤 플랫폼으로 양자컴퓨터를 만들든 결국 컴퓨터의 본질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어플리케이션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며 “오류 정정 없이 큐비트 개수만 늘리는 건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포킵시의 IBM 연구시설에서 양자컴퓨터를 바라보고 있다./AP 연합뉴스

독자적인 오류 정정 기술 확보가 중요한 건 양자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기술 선도국이 핵심 기술을 보호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미국의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이 중국 양자컴퓨팅 분야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이 본격화될수록 미국이나 중국 등이 서로의 연구 성과를 공개하지 않고 보호할 가능성도 크다.

한국의 전반적인 양자과학기술은 선도국의 80% 정도 수준이지만, 오류 정정 기술은 10% 수준에 그친다는 게 과학계 평가다. 독자적인 오류 정정 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을 서둘러야 하는 셈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양자컴퓨팅 시스템 확장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양자오류정정은 현재 세계 각국과 선도 기업들이 가장 중요하게 개발하는 기술”이라며 “전략기술화 대비를 위해서 독자적인 기술 개발과 구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Nature, DOI : https://doi.org/10.1038/s41586-023-06096-3

Nature, DOI : https://doi.org/10.1038/s41586-022-05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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