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장관, 국회에서 추격 영화 찍고 있나” 잼버리 규명 국회 현안질의 파행
신현영 “여당 불참에 장관 본인도 묻혀서 참석하지 않고 있다”
장경태 “위원장께서 여가부 장관의 책임을 물어 고발을 검토해야”
용혜인 “장관이 무슨 근거로 참고인 합의 운운하나”
“잠수를 타버린 여당과 여가부의 모습을 그냥 묵인할 수 없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야당 간사인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가위 전체회의 현안질의에서 이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여가위 전체회의에서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파행 등을 두고 질의가 예정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참고인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국민의힘 입장을 대며 출석하지 않자, “여야가 합의한 전체회의가 열리려면 장관으로서 기본 참석이 당연하다”며 이처럼 지적했다.
신 의원은 “어제 늦은 밤까지 국민의힘과 협상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끝내 여당은 불참했고, 잼버리 현안질의가 파행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유감”이라며 “개인적으로 매우 참담한 심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요구한 오늘 출석 대상자 중 ‘경호처장을 제외해달라’는 안을 받아들이면서까지도 협상을 하고, 잼버리 긴급 현안질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며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책임있는 협상 태도를 보이지 않고 이렇게 오늘 불참했다”고 날을 세웠다.
전체회의에서는 여야 합의에 따라 회부된 법률안과 2022년 회계연도 결산 등을 논의하고, 잼버리 부실 운영 논란과 관련한 여가부 장관의 보고와 현안질의가 예정됐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여야 간 증인 출석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회의 진행이 어렵다며 회의에 불참했고, 김 장관도 나오지 않았다.
신 의원은 “책임있게 잼버리 사태를 규명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건 국회의 의무”라며 “오늘 자리는 의혹을 검증하고 책임을 규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회였다”고 부각했다. 그리고는 “국민의힘의 무책임한 태도와 정치적 셈법에 국민들은 상당히 실망했을 것”이라며 “잼버리 행사 주무부처 수장으로 국회와 국민의 부름에 응해야 할 김현숙 장관은 지금 국회에서 대기 중이라고 했는데, 여당의 불참에 본인도 묻혀서 참석하지 않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신 의원에 이어 민주당 소속인 권인숙 여가위원장은 “회의에 여가부 장관이 참석하지 않고 경내에 있는데도 참고인 문제 때문에 참여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는 국민을 능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 위원장은 “놀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주 심각하다”며, “지금이라도 그 태도를 바꿨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여가부 장관이 여당의 참고인 핑계에 숨어서 지금 현장에 있으면서도 나타나지 않는 현실은”이라고 말하던 권 위원장은 할 말을 잊은 듯 “정말 아…”라는 탄식을 내뱉기까지 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김 장관의 불참 속에서 여가부 관련 예결산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면서 “위원장께서 여가부 장관의 책임을 물어 고발을 검토한다든지 상임위 차원에서 장관 해임 건의를 했으면 좋겠다”며 발언했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책임있는 공직자들 다 어디로 갔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 의원은 “여가부에서 ‘김현숙 장관은 여가위 불참 통보를 한 적 없으며, 참고인 합의가 되지 않아 여당 출석이 확정되지 않았고, 이에 국회에서 출석 대기 중임을 알린다’는 문자 메시지를 뿌렸다”며 “장관이 무슨 근거로 참고인 합의를 운운하며 여가위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느냐”고 거듭 따졌다. 나아가 “무엇이 두려워서 책임을 따지는 자리마다 꽁무니를 빼고 도망치기 바쁜지 답답하다”면서, “여가부 장관이 국회에서 추격 영화를 찍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은 김 장관 출석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기 위해 ‘국무위원 출석 요구의 건’을 의결한 뒤 정회했지만 김 장관은 출석 통보서를 전달받은 후에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회의는 잠시 속개됐다가 낮 12시17분쯤 산회했다. 전체회의 파행으로 2022 회계연도 결산안과 양성평등기본법·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안 등 법안들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자취 감춘 김 장관을 찾으러 다니던 여가위원을 마주친 조민경 여가부 대변인이 화장실로 급히 몸을 피하다가 끌려나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권 위원장은 “왜 도망가느냐, 이러시면 안 된다”며 말했고 조 대변인은 “이러시지 말라”고 답했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장관은 도대체 어디에 도망가서 숨어 있느냐”며 “그렇게 자신 없고 할 말이 없으면 장관 자리에 왜 앉아 있느냐”라고 따지기도 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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