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청년의 아이디어…전국 '한복 투어' 열풍 만들었다

이정후 기자 2023. 8. 2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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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노점상서 30벌로 시작…현재 대여점 400곳
박세상 대표 "전주서 일하지만 글로벌 꿈꾼다"
25일 박세상 한복남 대표가 '벤처썸머포럼' 로컬 세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023.08.25/뉴스1 ⓒ News1 이정후 기자

(전주=뉴스1) 이정후 기자 = "10년 전 전주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초코파이였어요. 전주 시민으로서 '전주'스러운 게 무엇일지 고민했습니다. 먹고 자고 입는 것에 전주 한옥마을의 색깔을 입히면 좋을 것 같아 한복을 떠올리게 됐습니다."(박세상 한복남 대표)

한복을 입은 채 한옥마을과 고궁을 여행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문화가 아니다. 한복 투어는 청년 세대들에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또 다른 한류로 여겨진다.

박세상 한복남 대표는 2012년 전주 한옥마을의 한복 투어를 처음 기획한 지역 청년 창업가다. 전주를 넘어 전국 곳곳에 한복 투어 문화를 뿌리내린 박 대표는 전주 지역의 특색을 살린 공간 기획 창업가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3일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경기전 담장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2020.10.3/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전주스러운 게 뭘까?"…한옥마을 연계한 한복 떠올려

박 대표는 한옥마을을 기반으로 관광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지역 스타트업 '한복남'의 대표이다. 그는 전주에서 열린 제21회 벤처썸머포럼 '로컬' 세션에 참여해 지역 스타트업이 전국으로 확장한 성공 스토리를 소개했다.

전주에서 태어난 박 대표는 700여채의 한옥이 모여 있는 한옥마을에 '전주스러움'이 부족한 것이 아쉬웠다.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오지만 전주만의 색깔은 부족하다고 느꼈다.

한옥과 어울리는 한복을 아이템으로 떠올린 것도 그 때문이었다. 2012년 28살이었던 박 대표는 '한복데이'라는 이름으로 한복 축제를 기획했다. 한복을 입고 춤을 추는 이벤트로 시작한 한복데이는 2012년 300명, 2013년 1000명, 2014년 3000명이 참여하며 규모가 점점 커졌다.

그는 "한복데이 행사를 구경하던 관광객들이 한복을 입고 싶어 한다는 욕구를 현장에서 발견했다"며 "1년에 한 번만 개최하는 축제가 아니라 365일 축제가 열리는 공간을 만들자는 생각을 3년 차 때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역 축제를 통해 사업화 가능성을 확인한 박 대표는 본격적으로 한복 대여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길거리 노점상에서 30벌의 한복으로 시작한 대여 사업은 전주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한복을 접할 기회가 적었던 2030 세대들이 주축이 되기 시작하면서 한복 투어는 한옥마을만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지역 상인·지자체를 설득해 한복 착용 시 커피 할인, 박물관 무료입장 등의 여행 콘텐츠도 만들었다.

박 대표는 "왜 전주에 와서 한복을 입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만들어야 했다"며 "단순한 대여가 아니라 '이 도시에 오면 한복을 입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사업이 될 거라고 봤다"고 말했다.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3.3.1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전주 넘어 서울로, 글로벌로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한복 투어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자 박 대표의 시선은 서울을 향했다. 국내 관광객뿐만 아니라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한복을 알리기 위해 2016년 회사를 설립,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

박 대표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 등 동남아시아 관광객을 겨냥했다. 현지에서 6개월 이상 머무르며 여행사들과 한복 투어를 여행 상품에 포함하고자 노력했다. 한복 투어가 생소했던 외국인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싱가포르 시장이 뚫리면서 사업은 속도를 냈다.

한복 대여 사업이 관광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자 주변 상권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한복 대여가 일반화되면서 비슷한 사업체가 생기기 시작했고 한복을 관리하기 위한 세탁소와 수선소가 성행했다.

또 한복을 입은 스냅사진 촬영이 유행하자 제주도에 있는 사진가들이 상경해 사업 아이템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사이 한복남의 대여점은 400곳으로 늘었다.

박 대표는 "하나의 아이디어가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 되고 이 사업이 커지면서 산업이 된다는 걸 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25일 박세상 한복남 대표가 '벤처썸머포럼' 로컬 세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벤처기업협회 제공)

◇코로나19로 사업 위기…도시재생사업으로 전화위복

박 대표의 한복 대여 사업은 새로운 관광문화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지만 코로나19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이 외국인 관광객에게서 나왔기 때문이었다.

박 대표는 줄어든 관광 시기를 활용해 도시 재생 사업으로 발을 넓혔다. 전주 한옥마을 내 빈 건물에 찻집을 새로 짓고 전통주를 테마로 한 식당을 만들면서 한복 투어 이후의 콘텐츠를 구상했다.

최근에는 전주한옥마을 근처의 골목길 개발에 나섰다. 2314㎡ 부지의 버려진 건물 10채를 활용해 '전주가맥문화'를 테마로 복합문화공간을 꾸미고 있다. 테마거리는 내달 1일 임시 오픈한 뒤 연내 정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박 대표는 "또 다른 전주한옥마을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전주에서 일하지만 글로벌을 꿈꾼다. 이곳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쌓고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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