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포인트 릴리프'로 전락한 '40억' FA 투수의 굴욕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40억 원' FA 투수의 굴욕적인 강판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한현희가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구원 등판했다. 최근 임시 선발로 등판한 적은 있지만 지난달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한 이후 이제는 중간계투로 나서고 있다.
롯데 선발투수 반즈가 LG 강타선을 상대로 6이닝 5피안타 3자책 5사사구 5탈삼진 3실점 QS(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롯데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0-3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7회초 롯데는 득점에 성공하며 1-3 추격에 성공했다.
7회말 롯데는 심재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LG 타선이 홍창기, 신민재, 김현수로 이어지는 좌타자 라인이었기 때문에 좌투수를 등판시켜 막으려는 계산이었다. 선두타자 홍창기를 유격수 땅볼로 잡았지만, 신민재에게 1루수 왼쪽 내야안타를 내줬다. 하지만 김현수를 파울 플라이로 잡으며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오스틴 타석 때 한현희가 등판했다. 하지만 한현희는 스트라이크 하나 던지지 못하고 볼넷을 허용했고 바로 강판당했다. 투구수는 총 5개였다.
다음 타자는 오지환이었다. 상대 전적을 보면 한현희는 오지환에게 강했다. 올 시즌 2타수 무안타로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최근 3시즌 성적을 봐도 11타수 2안타였다. 한현희의 최근 등판이 지난 18일 키움전 1이닝 투구였다. 6일 만의 등판으로 체력적인 문제도 전혀 없었지만 서튼 감독은 한현희를 믿지 못했다.
단 한 타자만을 상대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한현희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무거운 발걸음으로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동료들은 위로를 건넸지만, 한현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곧장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한현희는 지난겨울 3+1년 최대 40억 원에 롯데와 자유계약(FA)을 맺고 고향 팀 유니폼을 입었다. 사이드암 투수로 150km의 빠른 공을 던지는 한현희는 지난 10시즌 동안 키움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통산 416경기 65승 43패 105홀드 8세이브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한 경험 많은 투수였다. 홀드왕 타이틀은 물론 선발로 두 자릿수 승수도 기록한 적 있는 한현희는 롯데 마운드에 힘이 될 거라 예상했다.
시작은 선발 투수였다. 한현희는 올해 선발 투수로 시즌을 출발했다. 하지만 기복 있는 투구로 선발 자리를 잃었고 이제는 필승조도 아닌 원 포인트 릴리프 투수로 전락했다. 선발로 실패를 거듭했던 한현희는 불펜에서도 제 몫을 하지 못하며 롯데 마운드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롯데는 총액 '40억 원'이라는 큰돈을 들여 원 포인트 릴리프 투수를 영입한 게 아니다.
분명 가지고 있는 구위는 좋다. 다만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선발과 불펜 어느 자리에서도 확실한 구위를 보여주지 못하며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모습이다.
롯데는 시즌 막바지로 가며 치열한 5강 싸움을 하고 있다.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를 노리며 한 경기 한 경기 포스트시즌을 치른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경험 많은 한현희의 역할이 중요하다. 선발이 아니더라도 중간에서 제 몫을 해준다면 롯데는 가을야구의 꿈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롯데는 2013년(27홀드)과 2014년(31홀드) 2년 연속 홀드왕과 2015년(11승)과 2018년(11승)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했던 당시 한현희가 필요하다.
[7회 구원등판해 단 한 타자만을 상대하고 마운드를 내려온 한현희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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