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떼 같은 테마에 바빠진 한국거래소… 시장 경보 1년 새 40% 증가

문수빈 기자 2023. 8. 25. 13:5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장 경보, 1년 새 1306→1803번…“단기간 큰 손해날 수 있어 주의”

‘초전도체 → 맥신 → 소금 → 양자컴퓨터’

올해 가장 화제가 된 테마는 이차전지다. 16년 만에 코스닥 시장에서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에 거래되는 주식)가 등장할 정도로 이차전지는 광풍이 불었다. 이차전지가 잠잠해지면, 실적을 보고 투자하는 합리적인 개미가 늘어날 것으로 증시 관계자들은 기대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차전지 투자 열기는 점차 진정되고 있지만,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여러 테마주가 등장했다. 최근 한 달 만에 4개의 테마주가 등장할 정도다. 지난 5월 18일부터 3개월 넘게 코스피 지수가 2500~2600선에 갇힌 점 역시 테마주 등장을 부채질했다.

증시 주도주가 빠르게 바뀌면서 투자자뿐만 아니라 한국거래소 역시 덩달아 바빠졌다. 단기간이 주가가 급등한 종목에 대해 시장 경보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의 시장 경보 조치는 1년 새 약 4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뉴스1

25일 기준 한국거래소는 올해 들어 시장 경보 조치를 1803번 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306번)보다 497회(38.05%) 증가한 수치다. 시장 경보 조치란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종목 등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투자주의종목, 투자경고종목, 투자위험종목 등으로 공시하는 제도다. 투자자의 주의를 환기하기 위한 제도인 셈이다.

종가가 급변하거나 상한가 잔량이 상위인 종목들은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된다. 다만 투자주의종목은 말 그대로 투자에 ‘주의’해야 하는 단계라 거래하는 데에 어떤 제한도 없다. 투자주의종목 지정이라는 공시가 나갔을 뿐 종전과 그대로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 거래 제한은 투자경고종목부터 시작된다.

투자주의종목 중 주가가 3일간 100% 상승하거나 5일간 60% 상승하면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다. 이렇게 되면 신용 거래가 제한되고 위탁 증거금을 100% 내야 한다. 여타 종목의 위탁 증거금은 통상 40% 수준이다.

투자경고종목 지정에도 주가가 이틀간 40% 오르면 매매가 하루 간 정지된다. 이 외에도 3일간 주가가 45% 오르거나 5일간 60% 상승하면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되는데 투자위험종목 역시 거래가 하루 동안 정지된다. 투자위험종목도 투자경고종목과 동일하게 신용 거래 제한, 위탁 증거금 100% 등을 적용받는다. 시장 경보 제도는 이처럼 투자주의종목 → 투자경고종목 → 투자위험종목의 단계로 나뉜다.

올해 유가증권과 코스닥을 합친 투자주의종목과 투자경고종목 공시는 각각 1640건, 153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차례로 1193건, 101건)보다 37.46%, 51.48% 증가한 수치다. 다만 투자위험종목 공시는 같은 기간 12건에서 10건으로 감소했다.

서남은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3000원대에서 거래됐으나, 국내 연구진인 퀀텀에너지연구소 등이 만든 LK-99가 상온 초전도체의 특성을 보였다는 논문이 발표되면서 6000원대로 올랐다. 서남이 2세대 고온초전도 선재를 제조, 판매하는 업체라서 초전도체주로 묶였기 때문이다. 뒤늦게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밝혀졌지만, 당시는 초전도체의 진위를 알 수 없는 상황인데도 투자 수요가 쏠렸다. 이에 서남은 1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됐다.

테마로 주목받으면서 수급이 쏠리고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건 서남뿐만이 아니다. 같은 초전도체주인 덕성은 이달 4일, 신성델타테크는 10일, 파워로직스는 14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됐다. 과학 저널인 네이처가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보도하면서 관련주는 급락했다.

테마로서의 초전도체가 소멸하자 불똥은 맥신으로 옮겨붙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인도협력센터가 맥신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히면서다. 맥신은 금속층과 탄소층이 교대로 쌓인 이차원 나노물질로 전기전도성이 높아 꿈의 소재로 불린다. 관련 주인 휴비스와 경동인베스트, 센코, 아모센스, 나인테크, 코닉오토메이션 등은 22일 일제히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됐다. 일부 기업들이 관련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하면서 이 열기 역시 꺼졌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오염수가 방류된다는 소식에 소금주가, 상온에서 양자컴퓨터 소자에 쓰일 후보 물질이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엔 양자컴퓨터주가 급등했다. 주가를 끌어올린 소재가 약한 만큼 이들의 가격 역시 모래 위에 쌓은 성일 가능성이 크다.

최유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의 상단이 막혀있고 주도주의 힘이 약해지면서 테마주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지수가 정체되는 구간에서 개인 투자자의 소형주 거래도 늘어나면서 테마주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거래소는 “테마주는 투기성 자금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높은 경우가 많다”며 “해당 테마에 대한 인식 변화와 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단기간에 큰 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