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가 ‘새로운 정신병원’이 되지 않기 위해서[책과 책 사이]
잇따르는 ‘무차별 범죄’ 속에 시민들의 공포와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가해자가 정신질환자로 드러나면서 정부는 인권 침해 논란 속에 사법 입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 국민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제대로 된 ‘정신건강 대책’은 단순히 가두고 약물을 투여하는 것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범죄자가 된 정신질환자들은 대부분 치료를 중단한 채 방치된 경우가 많았다. “정신질환자가 제일 많은 곳이 교도소”란 말도 나온다. 농담이 아니다. 이얼 프레스의 <더티 워크>(한겨레출판)엔 교도소 정신병동에서 일하는 교도관들이 나온다. 사회가 공공 정신질환 치료체계를 마련하지 않은 결과 “교도소는 미국의 새로운 정신병원”이 됐다고 말한다. 미국 교도소 수용자 가운데 정신질환자가 40%에 달한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장을 지낸 토머스 인셀은 <마음이 아픈 사람들>(책읽는수요일)에서 암, 심장병, 뇌졸중 사망과 장애는 감소했지만 뇌과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중증 정신질환자의 사망과 장애가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반문한다. 거리의 사람들, 감옥에 갇힌 사람들, 의료 시스템에 좌절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저자는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이 없다”며 “질병 중심 시스템”만 있다고 말한다. 병상은 없고, 약물만이 유일한 치료법인 세상에서 회복하지 못한 정신질환자들은 폭력을 당하거나 처벌받을 뿐이란 것이다. 정신질환자들의 범죄는 실패한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의 결과다.
저자는 치료가 아닌 ‘회복’을 강조한다. 단순한 증상 감소를 넘어서는 완전하고 의미있는 삶으로의 복귀를 의미한다. 다양한 사례와 현장 경험에서 우러난 인셀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도 적용된다. 인셀은 미국의 가족이 두 종류라고 말한다. 정신질환과 싸우는 가족과 아직은 안 싸우는 가족. 정신건강 문제가 갈수록 증가하면서, 이와 무관한 사람은 없을 것이란 말이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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