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지키지 않는 노마드 감독의 출현, 결국 절차 지키지 않고 선임한 폐해다
(베스트 일레븐)
불안감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을 향한 불신은 날이 갈수록 팽배한다. 절차를 지켰더라면, 절차를 지켰더라면, 그런 말이 메아리치는 이유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감독은 부임 당시부터 문제가 있었다. 이슈의 시작점은 대한축구협회(KFA)다. KFA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을 16강으로 이끌었던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할 땐 절차를 준수했다. 김판곤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위원장(現 말레이시아 국가대표팀 감독)을 중심으로 설계한 합리적 기준에 의거, 철저한 감별 끝에 벤투 감독을 골라냈다. 그러나 시간이 5년이나 더 흐른 2023년, KFA의 행정력과 결정력은 놀랍게도 퇴보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KFA의 선택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질 무렵, 비슷한 속도로 축구계에 퍼져갔던 풍문은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들의 의견이 한국의 새 사령탑 선임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전력강화위원 중 한 명이었던 최윤겸 충북청주 FC 감독은 "매끄럽지 않았지만 잘못된 법도 법이다"라며 KFA의 의사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권장과 몇몇 KFA 결정권자들의 판단으로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에 입성한 듯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원칙과 시스템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무시 받은 순간이었다. 미흡한 기준이어서 폐기한다면 이해가 갔을 텐데 그것조차 아니었다.
선임 당시 최대 이슈 중 하나는 '재택근무'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며 업무를 보는 노마드 스타일 사령탑이다. 그게 한국 내부로 한정된 게 아니라 한국 바깥도 포함된다는 건 아주 큰 문제였다. 어차피 뽑을 확률이 농후한 유러피언리거를 굳이 보겠다며 유럽에 나갈 필요는 없다. 그 사이에 K리그 이곳저곳을 훑으며 가능성을 재단하고 원석을 발굴하는 편이 낫다. 그래서인지 클린스만 감독은 "대부분 한국에서 상주하겠다"라는 메시지 정도는 띄웠다. 하지만 8월이 된 지금,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 한국에 머무른 시간보다 외국에 상주한 시간이 더 많다.
자신 또한 워커홀릭이라며 한국인 못잖게 일을 한다고 항변하지만, 그 워커홀릭의 초점이 한국인지는 의문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국내에 상주하지 않는 와중 해외 미디어와 수없이 소통하며 자신의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클린스만 감독이 해외 축구 이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의견을 표하는 기사가 국내 언론을 통해 수없이 보도되는 이유다. 좋게 보일 리 없다. 물론 어떤 의미에서는 워커홀릭일지 모른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워커홀릭임을 가늠하자면 최소한 지금까지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클린스만 감독의 지난날을 반추하면 가벼운 사람임이 드러난다. 헤르타 베를린에서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팀을 떠나겠다는 발표를 전했던 기행을 저질렀다. 즉, 헤르타 베를린과 약속을 가벼이 저버렸다는 뜻이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한국에 부임하며 했던 약속 또한 저버리고 있다. 국내에 최대한 머물려 한국축구를 성심성의껏 파악하겠다는 의지는 그다지 묻어나지 않는다. 국가대표팀 감독보다는 세계 축구계에 의견을 내비치기를 좋아하는 호사가 중 한 명인 것처럼 보인다. 본래 약속된 일정이었다고 한들, 그것이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직무보다 더 중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벤투 감독이 믿음직스러웠던 이유 중 하나는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에 사무실을 설치해 업무 강도를 스스로 높게 잡았던 점도 있었다. 벤투 감독은 국가대표팀을 위한 고민은 물론 연령별 대표팀까지 세심하게 관찰하겠다는 올곧은 자세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K리그 현장까지 성실하게 순회하며 선수들을 체크했던 벤투 감독이다. 결과를 떠나 한국 국가대표팀으로서 책무를 다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행보였다. 현재의 클린스만 감독과 상반되는 지점이다.
결국 문제의 시발점인 KFA의 선택에만 의문이 남는 시점이다. 재택근무, 가벼운 행동, 독일 내 부정 여론, 현장 공백기 등 위험 부담이 가득한 인물을 선임 과정마저 준수하지 않고 왜 굳이 택해 불상사를 불러왔는지 그 뜻을 짐작하기 어렵다.
클린스만 감독은 현재 콜롬비아·우루과이·페루·엘살바도르를 상대하며 이기지 못한 상황이다. 세계 16강이었던 한국은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승리와 멀어진 국가로 전락했다. 이런 분위기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의 생일과 개인 일정이 있다며 미국으로 떠나간 상태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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