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아’ 연출 머그샷 찍은 트럼프…일부 공범은 웃으며 찍어

이본영 2023. 8. 2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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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 절차 밟은 뒤 20만달러 보석금 내고 풀려나
미국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경찰이 체포 절차의 하나로 촬영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그샷.

‘수감 번호 P01135809. 신장 6피트3인치(190.5㎝), 체중 215파운드(97.5㎏), 푸른 눈, 금발 또는 불그스름한 머리.’

24일 미국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구치소에 출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록이다. 지난 3월 말 역대 미국 대통령들 중 범죄 혐의로 기소된 최초의 인물이 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에는 ‘머그샷’으로 불리는 수감자 사진을 찍은 역대 최초 미국 대통령이 됐다.

2020년 조지아주 대선 결과를 조작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저녁 애틀랜타에 도착해 구치소에서 체포 절차를 밟았다. 이곳에 약 20분간 머문 그는 애초 법원과 합의한 보석 조건에 따라 20만달러(약 2억6500만원)짜리 보석 보험증권을 내고 풀려났다.

구치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떠나자마자 머그샷을 공개했다. 사진 속의 그는 눈을 치켜뜨고 입을 굳게 다문 반항적 모습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측근들은 어떤 표정으로 머그샷을 촬영할지를 의논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저항적인” 모습을 원했다고 측근들이 시엔엔에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탄압에 저항하는’ 이미지를 선거운동에 쓰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성관계 입막음 돈 지급과 관련한 회계 조작, 기밀 무단 반출, ‘1·6 의사당 난동’을 둘러싼 대선 결과 번복 음모 사건으로 기소됐지만 머그샷을 찍지는 않았다. 이 3건에서 검찰은 도주 우려가 없다거나 얼굴이 너무 잘 알려진 인물이라는 이유로 다른 피고인들이 밟는 절차를 면제해줬다. 하지만 조지아주 대선 결과 조작 음모를 수사한 풀턴 카운티 검찰은 현지 규정대로 그를 구치소 사진기 앞에 세웠다. 이날까지 피고인 19명 중 12명이 체포 절차에 응해 머그샷을 촬영했는데, 웃거나 찡그리거나 무표정한 모습의 명사들 머그샷이 한꺼번에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윗줄 왼쪽)과 공범들 머그샷. 윗줄 오른쪽 둘째가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 아랫줄 오른쪽이 마크 메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다. 풀턴 카운티 경찰 제공/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틀랜타를 떠나는 자가용 비행기에 오르기 전 기자들에게 “난 아무 잘못도 없다”며, 자신의 기소는 “정의의 졸렬한 모조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도 자신을 기소한 것은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하며 “절대 굴하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다. 또 같은 글을 트위터 후신인 엑스(X)에도 띄웠다. 그는 2021년 의사당 난동 사건으로 트위터 계정 사용을 정지당했는데, 지난해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가 계정 영구 정지를 풀어줬다. 하지만 트위터로 돌아가지 않겠다며 버티다가 이번에 엑스에 글을 올린 것은 전처럼 이 플랫폼을 유력한 정치 메시지 발신과 선거운동 수단으로 쓰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한편 풀턴 카운티 검찰은 10월23일에 재판을 시작하자고 법원에 요청했다. 앞서 기소가 이뤄진 회계 조작 사건은 내년 3월, 기밀 무단 반출 사건은 5월로 재판 일정이 잡혔다. 둘 다 공화당 대선 경선 기간이다. 의사당 난동 관련 사건은 일정이 안 나왔다. 가장 늦게 기소된 사건을 담당하는 풀턴 카운티 검찰의 재판 조기 진행 요청은 적극적 처벌 의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들은 빠른 재판 진행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풀턴 카운티 검찰은 이달 14일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갈, 공무원 선서 위반 종용, 공무원 사칭 음모, 공문서 위조 음모 등 13개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범 18명도 함께 법정에 세웠다. 그는 2020년 대선 때 조지아주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근소한 차이로 지자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해 모자란 표를 “찾아내라”고 압박하고, 공범들과 함께 가짜 선거인단을 내세워 선거 결과를 조작하려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을 범죄 조직으로 간주하고, 조직 범죄를 엄단하기 위해 써온 리코(RICO)법을 적용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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