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오늘 가을야구를 시작한다면…1선발은 대투수도 150km 파이어볼러도 아닌 이 투수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IA가 오늘 가을야구를 시작한다면…
이렇게 가정해보자. 1선발은 누구일까. 확실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올해 투구내용이 좋지 않은 대투수 양현종? 150km 파이어볼러인데 이닝 소화를 장담 못하는 이의리? 스쿼트 견제의 마리오 산체스? 신인치고 아주 잘 하고 있는 윤영철?
전부 아니다. 결국 토마스 파노니(29)다. 파노니는 24일 수원 KT전서 5⅔이닝 7피안타 2탈삼진 1볼넷 3실점했다.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나쁘지 않았으나 압도적인 내용도 아니었다. 본래 스피드로 타자들을 압박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피안타율 0.258에 WHIP 1.24. 7경기서 퀄리티스타트 3회다. 나쁘지 않지만, 1선발의 위압감이라고 보긴 무리가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파노니보다 압도적인 선발투수가 KIA에 없다. 가장 계산이 잘 되는 투수가 파노니다. 2승1패 평균자책점 2.90. 6이닝 안팎을 2~3점 이하로 꾸준히 막는 역량을 작년부터 입증해왔다. 파노니를 안 데려왔다면? KIA로선 끔찍할 뻔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패스트볼 평균구속 142.7km다. 최고 출력이 다소 향상된 느낌은 있지만, 결과적으로 스피드는 같다. 단지 KBO리그에 적응이 끝나면서 주자가 없을 땐 다리를 높게 들어 공에 힘을 싣고, 주자가 있을 땐 다리를 덜 드는 차이가 있다. 작년엔 투구과정에서 약간 멈추는 듯한 동작으로 타이밍을 빼앗았는데, 올 시즌에는 공이 좀 더 힘 있게 들어오는 느낌이 강하다.
파노니는 포심, 슬라이더, 커터, 커브를 고루 구사한다. 올 시즌의 경우 포심과 커브의 비중을 줄이고 커터, 슬라이더 비중을 높였다. 더 느린 커브로 구속 차를 두기보다 무빙패스트볼로 범타를 유도하는 비중이 높다. 사실 커브 피안타율이 작년 0.167서 올해 0.370으로 올랐다. 반대로 슬라이더는 0.353서 0.225로 떨어졌다. 실제 타 구단 한 관계자는 “파노니의 커터가 작년보다 스피드와 움직임 모두 좋아진 것 같다”라고 했다.
KIA는 지난 겨울 파노니와 션 놀린을 포기하고 구위형 외국인투수를 뽑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포스트시즌을 감안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전반기 숀 앤더슨, 아도니스 메디나는 실패로 판명 났다. 결과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도 KIA 선발진에서 파워피처는 이의리 한 명이다. 현 시점에서 이의리는 파노니와 원투펀치다.
올해 KIA 선발진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여러 이유로 압도적 선발진을 구축하는데 실패했다. 그래도 26일 복귀전을 가질 양현종이 반등하고, 산체스가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면 쉽게 무너질 선발진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파노니가 이끄는 선발진은 1차적으로 9월 10일 이후 시작할 잔여일정서 시험대에 오른다. KIA는 이미 18경기가 연기됐고, 이 기간 리그 최다 28경기를 치러야 한다. 선발투수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타 구단들과 달리 5선발 체제가 계속 돌아갈 전망이다. 이의리의 아시안게임 공백을 메울 대체 선발의 경쟁력도 변수지만, 우선 파노니가 안정적으로 1선발 역할을 해야 5강 싸움을 할 수 있다. 파노니는 지금처럼 꾸준한 투구내용을 보여주면 된다.
그리고 5강을 통과하면, KIA 선발진의 포스트시즌 경쟁력이 제대로 시험대에 오른다. 1~2경기만에 막을 내릴 수도, 길게 즐길 수도 있다. 파워피처가 많아야 유리하다는 통념을 깨트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결국 파노니가 이끄는 선발진이 올 시즌의 운명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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