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이시떼루" 안재홍, 은퇴설까지 나온 이유

박정선 기자 2023. 8. 25.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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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재홍. 사진=넷플릭스
배우 안재홍의 은퇴설이 제기됐다. 캐릭터에 너무 푹 빠진 덕분이다.

안재홍은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BJ 마스크걸의 광팬인 주오남을 연기했다. '원작 웹툰을 찢고 나왔다'는 호평을 이끌어낼 정도로 맹활약했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김모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시리즈다.

주오남은 머리부터 발끝까지주오남이었다. 특수분장을 통해 가르마가 텅 비어버린 탈모를 표현했고, 몸무게를 10kg 증량하며 주오남스러운 몸매를 만들었다.
배우 안재홍. 사진=넷플릭스

"처음에는 웹툰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는 안재홍은 "주오남이란 인물이 대본 속에서도 특이하고 특수한 면모를 지닌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인물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외형적으로 생경한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라는 배우의 맨얼굴을 감춰두는 게, 시청자분들에게 이질감이 느껴지도록, 다른 색깔의 캐릭터로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도 공감해줬다. 분장 감독님께서 많은 아이디어를 주시고 지금의 주오남의 외형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살은 10kg 찌웠다. 순서상으로 리바운드를 촬영하기 전에 촬영이 들어갔다. 마침 리바운드 팀에서도 증량 이야기가 나왔고, 마스크걸에서도 증량이 필요했다. 어렵지 않았다. 특히 주오남은 체형이 더 보여지는 캐릭터이기 바라서 몸 안에 살집을 만드는 장치를 했다"며 "탈모는 김용훈 감독님이 제안했다. 저는 주오남의 눈빛이 왜곡돼 보이는 게 효과적일 것 같았다. 도수 높은 안경을 껴서, 카메라로 비쳐봤을 때 다른 느낌이 들기를 바랐다. 감독님이 '거기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로션 바른 손으로 안경에 지문을 많이 묻혔다"고 밝혔다.

안재홍은 일본 애니메이션 '오타쿠'로 변신하기 위해 일본어 선생님만 두 명을 초빙했다. 특별히 주오남이 쓸 법한 일본어를 배워, 대본에 적힌 대사 그 이상을 표현했다. 덕분에 안재홍은 시청자의 '비명'을 끌어낼 수 있었다. 김모미를 향해 "아이시떼루"를 외치는 장면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타고 큰 화제를 모았고, '안재홍이 주오남을 삼켰다'는 극찬이 쏟아졌다. 배우 김의성이 안재홍의 SNS에 남긴 '드럽고 좋더라'는 댓글이 적확한 감상평이었다.
배우 안재홍. 사진=넷플릭스

이에 대해 안재홍은 "주오남 에피소드 대본에 일본어 대사는 없었다. 제가 이 작품 대본을 받고 원작을 보는데, 거기서 잠깐 주오남이 일본어를 혼자 중얼거리는 순간이 있더라. 순간 '뭐지? 저 인물은 뭘까'란 호기심이 들었다. 생경함과 서늘함까지 느껴졌다. 감독님에게 '이런 부분이 웹툰에 있던데, 우리의 주오남에게도 넣어보는 것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감독님이 '좋은 생각인 것 같다'고 해서 지금의 생일파티 장면이 탄생했다"고 전했다.

화제의 '아이시떼루'는 안재홍의 아이디어였다. 이 장면에 대해서는 "원래 대본에는 없었다. 원래 대본은 '저 모미 씨를 사랑합니다'까지가 대사였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리허설을 하는데, 주오남이 정말 고백을 하면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했다. 그래서 리허설 때 '아이시떼루'를 했는데 감독님도 당황하더라. 그 장면이 주오남의 상상 혹은 망상인데, '아이시떼루'란 말이 거기서 나와버리면 상상이란 지점을 너무 빨리 알리는 게 아니겠느냔 고민이었던 것 같다. 근데 저도 그렇고 스태프들도 주오남이란 인물이 상상과 현재, 실제가 혼재된 인물이란 생각을 갖고 있었다. 여기서 그 장면이 보여도 상상이라고 미리 알려져도, 오히려 주오남으로 보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배우 안재홍. 사진=넷플릭스

파격적으로 자신을 내던졌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주오남 캐릭터와 한 몸이 된 나머지, 일각에선 ''마스크걸'이 안재홍의 은퇴작이냐'는 말까지 등장했다.

"그런 반응을 다 봤다. 너무 재미있었고, 감사했다"고 밝힌 안재홍은 "'응답하라 1988'나 '족구왕' 등이 밝고 유쾌한 작품이어서, 감사하게도 밝거나 재미있는 역할을 많이 하게 됐다. 이번엔 어둡고 다크한 에너지의 작품이었고, 그런 인물이 제안 왔을 때 신선함을 느꼈다. 배우 입장에서는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로서 늘 품고 있는 지향점을 생각해봤을 때, 망설이고 싶지 않았다. 이 인물을 소화해내고 싶고, 새로운 인물을 잘 담아내고 싶다는 바람이 간절하게 생겼다. 주오남을 살아있는 인물처럼 표현했을 때, 이 작품이 더 재미있어질 것이고, 모미가 더 빛날 것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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