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위협 고도화에 한·미·일 3국 훈련 정례화…우주·사이버 분야도

이종윤 2023. 8. 25.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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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이어 '증강된 방어 협력' 추진
-대북 군사능력 향상, 가시적 성과 도출...지속 위해 정례화·제도화해야
[파이낸셜뉴스]
한미일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 사진=해군 제공
한·미·일 3국이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해 군사협력 수준을 한층 더 높여가기로 했다. 3국 전력이 함께 참여하는 훈련을 정례화함으로써 군사적 역량을 대폭 강화하는 건 물론, 협력의 영역이 사이버 공간과 우주로까지 넓혀질 전망이다.

25일 군 당국 등에 따르면, 한·미·일 3국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정상회의를 계기로 채택한 공동성명 '캠프데이비드 정신'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무력도발 직후 그에 대응하는 차원의 훈련뿐만 아니라 연간 계획에 따른 3자 군사훈련도 강화하기로 했다.

■군사훈련 로드맵·미사일 정보공유·우주·사이버... 증강 협력 강화 담겨

전문가 그룹에선 이번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모멘텀으로 공식출범한 한·미·일 안보협력체는 한미동맹이나 오커스와 같은 동맹은 분명 아니지만, 안보협력의 수준이나 강도가 낮다는 빌미를 제공해서는 북핵 대응이 어렵다며 이러한 측면을 고려한 듯 한·미·일 3자 군사훈련의 구체적 로드맵이 이번 정상의 공동성명에 잘 담겨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미·일 3자가 북핵 고도화에 대응한 협력 정신과 그 이행 개념을 담은 신안보 아키텍처(Architecture)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은 3자 군사협력이라고 짚었다.

3국은 앞서 지난 6월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 계기 국방장관회담 때 3자 훈련의 연간 계획 수립에 합의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정상 차원에서 재확인한 만큼 한·미·일 3국은 그간 비정기적으로 실시해 온 미사일 방어훈련이나 대(對)잠수함 훈련 등을 정례화하는 것은 물론, 그 훈련 영역을 넓혀갈 전망이다.

한·미·일은 또 이번 정상회의에서 '탄도미사일 방어 협력'을 통해 북한의 위협에 강력히 대응해가기로 했다.

현재 한·미와 미·일은 각각 실시간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때 그 경보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를 가동하고 있으나, 한·일 간엔 사후 정보 공유만 가능한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앞으로 하와이의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 통제소가 '허브'가 돼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관련 체계를 연동하는 방식으로 한·일 간에도 실시간 정보 공유가 이뤄지며 한·미·일은 연내 이 체계의 실가동에 들어갈 계획으로 한층 진전된 방어 협력 기제 연구도 함께 진행할 전망이다.

우주 분야에서도 우주 영역의 위협과 국가 우주전략, 우주의 책임 있는 이용 등을 의제로 하는 '우주안보 3자 대화' 개최를 위한 각국 간의 세부 협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전에선 감시·정찰 및 통신, 항법 지원 등에 사용되는 인공위성 등 우주자산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한다. 군사작전 수행에 필요한 정보를 신속·정확하게 제공하기 때문에 한·미·일 3국은 우주 분야 협력과 소통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사이버 영역에선 북한 정권의 핵심 돈줄로 꼽히는 금융기관 해킹·암호화폐 탈취 등 불법 사이버 활동을 차단하기 위한 '3자 실무그룹'이 신설된다. 한·미·일은 다음달 그 첫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캠프 데이비드 공동회견장 입장하는 한미일 정상.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위해 오솔길을 함께 걸어 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북 군사능력 향상, 가시적 성과 도출...정례화·제도화해야

전문가들은 매년 군사훈련을 추진하려면 한·미·일 3국의 군 당국자들은 수시로 만나 훈련계획을 수립할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노하우 공유와 대북 군사능력이 자연스레 향상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국내정치에 영향을 받지 않는 한·미·일 군사협력 지속을 위해 정례화의 구체적 로드맵 설계와 제도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반길주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군사훈련이 매년 정례화되면 군사적 공조의 수준이 확연히 달라질 것이 예상된다"며 "실제 훈련집행을 통해서 군사적 시너지를 높이는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고 나아가 이러한 성과가 축적되는 단계로 진행될 수 있다"고 짚었다.

반 교수는 "훈련의 범주가 다영역으로 신냉전기 인도-태평양 전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핵심적 작전개념인 소위 다영역작전(MDO: Multi-Domain Operations)은 지상, 공중, 해상 등 전통적 전장영역 뿐 아니라 신전장 영역인 우주, 사이버 및 전자기 영역 등 신전장 영역까지 포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 교수는 "훈련에 적절한 명칭을 부여하기로 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며 "한미연합연습은 여러 명칭이 바뀌며 진화를 거듭했고 적합한 명칭을 부여함으로써 결속력이 강해지고 한미 양국간 인식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고 지적했다.

올해 한·미는 을지자유의방패 연습(UFS, Ulchi Freedom Shield)라는 이름으로 국가총력전 개념이 접목되어 고강도 연습과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한·미·일 3국의 장병이 하나의 명칭으로 3자 연합훈련에 돌입하면서 결속력과 인식의 공유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사이버 대응에서도 한·미·일이 고강도 공조를 함으로써 물리전 분야와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고 나아가 군사화되고 있는 우주영역에서 한·미·일이 주도권을 장악하는 단초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하고 "이러한 기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다차원적으로 고도화되고 있는 북핵 위협에 고강도 대응이 가능하고 나아가 국제안보와 국제평화를 견인할 수 있는 실체적 능력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반 교수는 "한·미·일 군당국이 다영역작전을 한다는 것은 한반도뿐 아니라 인도-태평양지역 등 다양한 국제적 도전에 실체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지와 함께 연합능력의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거듭 강조하고 "앞으로도 국내정치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한·미·일 군사협력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정례화의 구체적 로드맵 설계를 서두르고 이를 통해 제도화라는 목표를 빠른 템포로 달성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 장관,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이 지난 6월 3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국방장관회담을 개최하고,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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